흙·사람 냄새가 난다”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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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堂의 시 낭송 테이프·CD녹음 끝낸 尹靜姬씨

 “내 너를 찾아왔다...    .너참 내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를 거러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오는구나 새벽닭이 울때마다 보고 싶었다...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느냐.  유나. 이것이 몇만시간만이냐.  그날 꽃상여 山넘어서 간 다음 내눈동자 속에는 빈하눌만 남드니. 매만저볼 머릿카락 하나….?? 죽은 애인의 현실을 환상 속에서 보고 있는 미당의 시〈부활〉을 낭송할 때마다 ??목이 메고 눈물이 흐른다??고 털어놓는 영화배우 尹靜姬 

씨. 그가 낭송한 〈자화상〉〈국화 옆에서〉〈하사〉등이 카세트 테이프와 콤팩트 디스크에 수록되어 있는 미당의 《화사집》발간 50주년을 맞아 발매될 예정이다. 

미당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는가?
 70년대 초반, 미당의 파리 방문 때 언론인 김성우씨와 함께 어울린 것이 계기가 되어 그후 세월이 흐를수록 정이 두터워졌다.

미당의 시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그 분의 시에서는 시골바람 흙냄새 보리냄새 사람냄새가 난다. 또 꽃배암 같은 악마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원죄의식이 내재돼 있다.

그밖에 좋아하는 시인은 누구인가?
 이성복씨는 단순하고 때가 안 묻어서 좋고 소월은 우리 정서에 젖어 있어서 좋다.

평소 곱고 섬세한 음성과는 달리 시 낭송 때의 목소리는 굵고 낮은 남성적 모소리던데...
 제 목소리가 원래 마이크를 통하면 저음으로 바뀌는 데다, 미당의 시가 여성적이지 않기 때문에 연극 대사 발성하듯 배에 힘을 주어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가?
 감정을 배제한 채담담하게 읽느냐, 격정적으로 읽느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감정을 억제하는 쪽을 택했다.

시 낭송 배경음악은 어떤 기준에서 스크리아빈의 작품으로 정했는가?
 처음에는 라벨·드뷔시 등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을 생각했으나, 신비스럽고 악마적인 요소가 깃든 스크리아빈 음악이 미당의 시에 더 잘 어울리겠다는 판단에서 정했다.  이번 작업은 시와 음악이 대화를 주고받는 관계이다.  즉〈화사〉도입부에는 꽃배암이 꿈틀거리는 듯한 음악이 뒤이어지는 시를 암시한다.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3백여편 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꼽는다면?
 〈청춘극장〉〈안개〉〈장군의 수염〉〈내시〉〈분례기〉등이다.  결혼 후 15년 동안 해마다 평균 1편 정도 출연했으나 88년〈시로의 섬〉출연 이후에는 안했다.  영화사 요청에 따라 여러편의 시나리오를 읽어봤는데 나에게 맞는 주제를 찾기가 힘들다.  작품만 좋다면 언제든지 출연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한국 영화계를 진단한다면?
 관객층이 20대로 제한되어 있다.  영화인들도 그 연령층에 맞는 영화만 제작하고 있는데 그것은 말도 안된다.  영호인이 그렇게 소극적으로 끌려다니면 안된다.

서울의 인상을 말해달라
 서울에 오면 저마다 우왕좌왕 휩쓸려다니는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게 된다.  돈 많은 사람이 분에 넘치는 사치를 할뿐더러 가난한 사람도 검약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좀 더 골고루 잘 살 때까지 남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절약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아이 옷을 한 해만 입히고 버린다??는 한국 텔레비전 보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는 해마다 자라는 아이의 옷은 언제나 크고 풍성한 것을 사서 세 해쯤 입혔다.

세계 무대에서 연주활동을 해야 하는 유명 피아니스트와 살면서 고생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힘들지 않았다.  연주가가 힘들었지…. 남편의 음악 세계가 커나가는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제 일을 하는 것보다 흐뭇하고 즐겁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쿵짝??이 잘 맞는다.  예를 들어 남편의 해외연주가 있을 때면 고등학교 1학년짜리 딸은 ??엄마가 더 필요한 사람은 아빠??라면서 나의 동행을 적극 권유한다.  ??못살아도 순박했던 옛날이 더 좋았다??는 그는 ??시 운동??을 통해서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를 가까이 할수록 굳어진 마음도 부드럽게 되고 삶의 여유를 갖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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