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 중소기업에 영양주사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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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4분기 중 2조원 지원·꺾기 규제…‘약효??얼마 못갈 듯

 경제팀의 경질이 임박했다는 풍문이 끈질기게 나도는 가운데 경제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李龍萬 재무부장관의 행보는 더욱 주목의 대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연차총회에 참석중이던 이장관은 일정을 하루 앞당겨 지난 18일 서둘러 귀국한 다음날 긴급 은행장 회의를 소집했다.  21일에는 제2금융권 사장단회의를 여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례적인 일은 20일에도 일어났다.  崔  부총리 겸경제기획원장관 이재무장관 이李    상공부장관 丁海昌 대통령 비서실장 金種仁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삼척동 회의실에서 경제관련 대책회의를 일요일에 가진 것이다.  이 회동에서는 내년도 선거로 인한 물가불안과 국제수지 적자 ED 경제현안에 관해 폭넓은 의견이 교환되었다고 전해졌으나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중점적인 자금지원 확대 방안과 이에 따른 통화운용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 등 경제팀이 3일동안 잇따라 회의를 가진 속사정에 대해 억측이 구구하게 나돌았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장관이 급거 귀국한 것이나, 최경제팀과 청와대 경제팀의 연이은 ‘만남??으로 보아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권력 상충부에 흐르고 있지 않느냐 하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어쨌든 경제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물가는 9월말 현재 지난해에 비해 8.9%나 올랐고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1백억달러(통관 기준)를 넘어서는 등 경제안정 기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여기다 통화증가율은 낫지 않은데 기업들은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빈사상태??이다.  9월말 현재 중소기업은행 거래업체 중 부도 1백86개사, 휴폐업 3백50개사(8월말 현재), 부도발생 상장기업 9개사에 달하는 등 중소제조업체의 자금사정이 최악의 상태인 것을 보여주는 지표는 많다.

  재무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마련한 대책은 ‘긴급??이란 표현이 붙어 있어도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동안 간간이 흘러나오던 방침들이 일시에 터져나왔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갑자기??나온 데 대한 의구심이 새길 정도다.  이장관은 은행장과 제2금융권 사장들에게 경쟁력은 있으나 일시적 자금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는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주라고 지시했다.  방법은 4/4분기 중(10~12월) 2조원 규모의 예금계정을 동시에 없애 부풀어진 통화계수를 낮추는 것)를 실시해 대출여력을 만들고 이를 중소기업 지원용으로 전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대상계가 되면 장부상으로만 변동이 일어날 뿐 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4/4분기 중 총통화 공급량에 여력이 생기므로 이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재무부는 총통화증가율이 약 1.5%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한다. 또 이장관은 예대상계로도 부족할 때는 한국은행에 추가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용이라면 ??아낌없이??하겠다는 강도 놓은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그렇지만 총통화 목표증가율(17~19%)이 상향조정되는 것은 아니다.  金建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나 국제수지 문제를 고려해야 하므로 현행 통화증가 목표고수 내에서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재무부 李  이재국장도 ??통화목표를 상향조정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며 목표 내에서 자금흐름의 개선을 도모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이(李)   자금부장은 ??중앙은행이 은행과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나 유동성조절자금 지원 등으로 도와주겠다는 것으로 새로 돈을 푸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예대상계 규모는 당초 1조원이었으나 21일 회의에서 제2금융권에도 부과해 2조원으로 늘어났다.

  지금 재무부는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시켰다는 말도 듣기 싫고 자금난으로 중소기업이 도산했다는 얘기를 듣기는 더욱 마뜩지않다.  이번의 중소기업 집중지원과 강력한 ‘꺾기 규제??방침은 그나마 중소기업에 ??영양주사??역할을 하겠지만 실효성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의 대기업 편중을 막는 근본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자금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의 60% 수출의 4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고사상태라면 경제의 견실한 성장과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 우리 경제의 중점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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