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중국에 뜸들이기
  • 북경·수전 페어스 통신원 ()
  • 승인 199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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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투자’활발... 아시안게임 때 택시 3백대 기증 예정

 북경에 한국의 외교기관이나 무역사무소는 없으나 분명 이 도시에도 한국의 모습은 있다.  이곳에는 많은 조선사람들이 다양한 직업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냉면집이나 불고기집을 운영하여 북경의 식단을 다채롭게 한다.  그러나 정작 새로운 것은 이 도시생활에 깔려 있는 한국적 모습이다.

  몇몇 주요 한국기업들의 이름이 북경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북경공항에 도착하는 여행객들은 ‘대한항공 ’이란 대형 간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아직 북경에 취항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도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어 국제선 출입구 라운지에는 한국의 농악사진이 걸려 있다.  ‘삼성’이란 이름이 공항의 화물운반 손수레나 시내 진입로의 대형 간판에 붙어 있으나 아직 북경에 삼성의 무역사무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쌍용’도 아시아 정기대회 주 경기장 입구의 목 좋은 자리에다 광고를 내고 있으나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계획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분명 한국의 기업들은 장기적 안목으로 사태진전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대 북한 관계가 가볍게 처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은 북경에 한국과 합작사업을 벌이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에 따른 북한의 불평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도 느끼고 있다.  현단계에서의 한국의 중국 접근은 중국인들에게 한국상표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고 당국자들에게는 한국의 선의를 확신시켜주기 위한 일종의 ‘유화책’인  듯싶다.

  북경 당국은 아시아 경기대회 개최를 위해 20억元(미화 4억3천만달러)에 이르는 시설물 건축비를 이미 내놓았으나 이번 경기를 통해 돈벌이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건설비용의 일부는 기부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아직 발표된 적은 없으나 한국기업들이 이번 아시아 경기대회에 돈과 제품을 기부하고 있는 것 같다.  보도에 의하면 3백대의 한국택시가 기증될 예정이라고 한다.  눈에 아주 잘 뜨이는 한국기업의 광고 때문에 무척 화가 난 북한측이 광고판 철거를 위해 노력했으나 그럴 경우 거액의 한국돈이 빠져나갈 것이란 설명에 포기했다는 말도 들린다.

  북경시에서 사업을 벌이려는 한국의 기업들은 88년 북한과 중국측이 각각 50%씩 출자해 세운 한식점의 사례를 연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단촐한 건물에 20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북경.평양 냉명반점‘은 개업 2년 후인 올해 미화 6만4천달러의 투자분을 회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작년도 총매출액은 19만6천달러였으며 순이익은 3만5천달러였다.

  이 음식점에는 평양에서 파견된 3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 요리사, 그리고 북한 관리출신 총지배인 한 사람을 두고 있는데 손님의 절반쯤은 조선사람이거나 일본사람이다.

  영자 일간지<차이나 데일리>의 보도에 의하면 이곳의 북한 종업원들의 근무습관이 중국인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특히 여종업원은 어찌나 부지런한지 중국인 동료들마저 감동케 했다는데 <차이나 데일리>는 “한시도 쉬는 법이 없다.  혹시라도 쉬는 시간이면 행주로 접시들을 닦는데 바쁘다”고 이 반점 중국인 부 지배인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필자는 이 글을 북경에서 쓰기 시작한 후 홍콩에서 탈고했는데 홍콩의 카이탁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서도 한국기업들의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상품광고는 중국대륙의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펼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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