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전의 동·서독과 똑같군”
  • 편집국 ()
  • 승인 199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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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스 아르퍼트. 올해 59세인 그는 7월초 독일 공영 텔레비젼 ZDF의 도쿄지국장으로 부임했다.  베를린 본사에서 정치 뉴스 담당 부국장을 지낸 그는 부임한 지 보름도 채 안되어 한국으로 달려왔다.  지난달 22일 베를린의 찰리검문소가 철거된 뒤 지상에서 유일한 민족분단의 현장이 된 판문점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아르퍼트씨 일행은 모두 4명.  독일인 촬영기자 베노 뮐러씨와 일본인 조수 한명, 그리고 안내를 맡은 서울주재기자 安繁作씨 등이다.  이번 취재목적은 오는 9월에 방영할 특집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사전답사.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의 통일전망을 살펴보고 북한과의 대화창구이자 대치현장인 판문점의 모든 것을 샅샅이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유엔군사령부의 전진기지인 캠프 보니파스에서 브리핑을 받고나서 남방한계선 철책을 통화할 때 그는 흥분을 감추지 않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두달 전의 동·서독 경계선과 똑같군.”

  공동경비구역으로 가는 차속에서 촬영기자 뮐러씨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촬영이 허용되는 구역에 들어설 때는 절대로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는 그는 동·서독 접경에서 군복무를 했다고 한다.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장에 들어선 일행을 보고 판문각에서 내려온 북한병사 2명이 창문을 기웃거렸다.  뮐러씨가 그들에게 초점을 맞춰 카메라를 돌렸다.  북한병사는 금니를 약간 드러낼 뿐 카메라를 피하지 않았다.

  판문각, 자유의 집, 평화의 집 등을 향해서 뮐러씨의 카메라는 쉴새없이 돌아갔다.  그러다가 도끼만행 현장인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지나자마자 테이프가 떨어지고 말았다.  새 테이프를 끼우는 뮐러씨나 지켜보는 아르퍼트씨나 놓치는 장면 하나하나가 정말로 아깝다는 표정이었다.  독일지역과 그 인접 국가를 합쳐 2천만명에 달한다는 ZDF시청자들도 판문점에 대해 두사람 못지않게 흥미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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