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금융 금리인하 뒤탈 걱정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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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 자금 초과수요로 부작용 ‘필연’… 고율 수수료 등 ‘신종꺾기’ 벌써 나타나

 제 2금융권의 실세금리 인하조치 시행후 단자회사 영업장에서는 직원과 고객간의 마찰이 속출한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ㅅ씨는 평소 거래가 활발했던 ㅎ투자금융사에 어음할인(대출)을 하러 갔다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사채시장에라도 가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이 됐다.  돈 얻어쓰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 7월2일 금리인하 후 투자금융사와 종합금융사 등 단자회사들은 연리 14%(대출금리 상한선)가 넘는 여·수신은 일체 취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도 두렵지만 14%로 대출해봐야 자금조달금리가 이를 웃돌아 역마진을 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자율 무시하면 언젠간 터진다”

  조바심을 치면서 이번 조치의 동향을 지켜보던 재무부는 시행 2주일만에 “콜금리·기업여신금리 등 시장실세금리 수준이 뚝 떨어지고 제도금융권의 수신고도 계속 늘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의 저축성예금이 증가,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인다. 우려했던 제2금융권에서의 자금이탈도 없었다”라고 촌평했다.  이런 낙관적 전망과 달리 민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투자금융연구소 兪翰樹소장은 “정부는 7월말과 3개월어음이 돌아오는 10월초의 고비를 넘기기 위해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이때를 잘 넘겨 한번 사이클을 잡아주면 잘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단자사들도 정부방침을 따르고 있지만 실세금리의 반영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내가 먼저냐, 기업이 먼저냐의 버티기 싸움으로 인식할 정도다.  자율을 도외시한 강제는 언젠가는 터지게 돼있다”고 전망한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조흥은행 종합기획부 李載儀차장은 “은행의 예금비중(신탁제외)은 갈수록 떨어져 4월말 현재 32.6%에 불과하다.  단자사 등 제2금융권은 고금리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 이상팽창을 계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단기 고리’라는 왜곡된 금리체계가 형성됐다.  이런 영업형태는 기업의 금융부담을 가중시켰고 통화관리도 어렵게 했다”며 미흡하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제2금융권은 자금조달 금리가 높아 대출금리도 자연히 높일 수밖에 없었고 ‘꺾기’(양건예금·예금조건부 대출) 등을 강요,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높여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이 지불한 차입금의 평균이자는 한때 12.5%까지 내려갔다가 지난해에는 14.2%로 높아졌다.  여기다 꺾기까지 성행, 기업의 실제 부담금리는 명목금리보다 0.3~5.3%나 더 높게 매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불가피성과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자금의 수요공급이라는 시장자율에 의해 금리수준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금리인하를 ‘강제’한 데서 올 부작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단자사 임원은 “만성적인 자금의 초과수요상태에서 인위적인 금리인하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부른다.  초단기 예금금리가 2~3%포인트 가량 떨어져 제2금융권에 잠시 대기상태에 있던 자금들이 동요를 일으킬 것이다.  다른 제도 금융권으로 옮겨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은행이나 증시로 몰릴 만큼 부동산투기가 진정됐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하며 최근의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6개월 이상 장기고객의 예금마저도 제도권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쌍용경제연구소 鄭基雄연구위원도 “2금융권의 자금 속성상 은행에 정착하는 대신 비제도권으로의 유출이 걱정된다.  이는 사채동결설 등 최근의 루머로 보아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거액자금의 해외도피가 재개될 위험도 있다.  이렇게 돈이 흐르면 오히려 통화관리에 어려움을 주고 증시위축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단견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비난한다.

 

“기업 돕겠다”는 조치에 재계마저 반발

  예상 가능한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종합금융 金仁柱상무는 “시장의 흐름을 통제할 때 자원배분의 왜곡은 심화되게 마련이다.  단자의 속성으로 볼 때 강제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고차원의 ‘신종꺾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한다.  그래서 “대출할 때 장부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금리보전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 단자사의 반응은 위협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벌써 대출을 할 때 수신을 발생시키지 않고 수수료 적용과정에서 고율을 적용, 금리를 보전하는 신종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들린다.  단자사의 경우 주력상품인 어음관리구좌(CMA)등의 수신고는 줄지 않았지만 꺾기 규제로 예대마진율은 2.68%에서 1.98%로 떨어져 채산성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만성적인 자금초과 상태에서 실세금리와의 싸움은 무모하다.  기업을 도와주기 위한 이번 조치에 재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현황파악에 착수, 대정부 로비를 펼칠 움직임을 보이고도 있다.  전경련 沈仁홍보부장은 “단자사의 신규대출 중단으로 기업의 사금융 이용을 확대시키고 부도위기에 봉착케 하는 등 자금경색 현상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실효를 거두려면 은행의 여신규제를 완화하고 통화채 중심의 통화관리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또 해외차입 허용 등 자금조달 경로를 다양화시켜달라”고 주문한다.

 

시장금리 인하 등 다각적 조치 뒤따라야

  대기업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어렵다 어렵다 해도 계열금융기관이 있고 인맥을 동원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얼마전 ㅎ그룹이 장기신용은행을 통해 私募(전국민 대상이 아니라 특정자격자에게 응모기회를 주어 자본참여를 하게 하는 것) 회사채를 발행한 것 등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도저도 없는 중소기업은 자금 비상시국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해선 별도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이 혜택을 받는 것은 전체 중소기업의 10% 남짓이다.

  성균관대 金泰東교수(경제학)는 “금리 결정은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한다.  명목금리는 인플레심리가 없어져야 낮아진다.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 한편 과감한 금리자유화를 실시할 때만이 낮은 이자, 돈값의 경제로 가게 한다”고 지적한다.  귀담아들을 만한 소리다.  그러나 자유화된 2금융권 금리에 ‘칼’은 대어졌고 수술이 성공하기 위해선 시장금리를 내리는 다각적인 조치가 뒤따라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역기능은 최소화되고 바라는 목적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수익률 감소를 감내하는 저축자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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