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교국도 관광은 가능
  •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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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베트남 등 10개국

 우리나라와 사회주의 국가간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고조되어가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나도 사회주의 국가에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품음직하다.  또 이러한 욕구에 편성하여 크고 작은 여행사가 중국. 동유럽 및 소련 등 미수교국에 대한 여행선전을 하고 있다.

  유럽이나 동남아 여행과는 또 다른 흡인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미수교국에의 여행의 문은 어느 정도 열려 있을까?

  지난 5월 발표된 외무부의 ‘미수교국 여행지침’에 따르면 ‘지침’ 적용대상국은 중국 소련 동독 알바니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쿠바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모두 10개국이다. 

 

까다로운 비자발급, 여행사가 대행

  이들 미수교국을 여행하려면 크게 두 갈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출국허가와 여행국가로부터 받아야 하는 입국 및 체재허가(비자)이다.

  나라에 관계없이 절차는 동일하다. 국내에 사는 사람은 특정국가 여행을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여 출발 3주전 주무부서에 제출한다.  주무부서는 여행목적에 따라 다르다.  통상경제교류일 경우 국제민간경제협의회(IPECK)에서 언론·문화·예술·학술·체육 등 일반 교류협력사업의 경우는 문교부나 문화부등 관련 주무부처에서, 친지방문 및 주무부처가 불분명한 여행은 외무부가 맡고 있다.

  따라서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신분, 예를 들면 몽고에 아무런 연고 없이 단순 관광으로 가려는 주부는 자격요건 미달로 제외 된다고 보아야 한다.

 여행국가의 허락절차 중 일반인이 처리하기에 벅찬 문제가 초청장과 비자발급이다.  그래서 현재 미수교국 여행을 취급하는 여행사에서는 숙소나 교통편 이외에 초청장과 비자의 취득 업무도 함께 다루고 있다.  여행사들은 홍콩이나 일본에 주재하고 있는 대사관이나 여행사를 통해서 이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데 그 처리 능력이 바로 여행사의 ‘노하우’ 축적을 증명한다.

  공산권 여행이 늘어나면서 여행사마다 ‘전문영역’을 개발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세명 인터내셔널여행사는 주로 학술 위주의 단체여행을 알선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주주 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석사학위 소지자로, 각종 학술단체에 대한 정보취합이 빠르다.  중국의 경우만도 20여개 학회의 정보를 꿰고 있어 초청장까지 일괄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중국을 15차례 다녀왔다는 張錫根 국제개발부장(중국담당)은 “학생에게는 견학일정을, 교수에게는 학회일정을 연결시켜 확실한 목적여행이 되도록 한다”고 말한다.

  중국여행의 특징은 일정 속에 백두산 구경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89년 4월 22일부터 5월1일 까지 북경에서 열리는 국제역학회 참석차 중국을 방문했던 서울대 보건대학원 金貞順 교수는 그 당시 자신의 연구과제와 비슷한 연구가 북경의 한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지에 가서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오는 길에 들른 연길 백두산 등지에서 본 두만강과 해란강이 나의 가슴을 너무나 뿌듯하게 했다”고 여행의 성과를 강조한다.  미수교국을 향해 떠나는 이들에게 산업시찰이나 학술회의는 요식행위하고 일선담당자들은 털어놓기도 한다.

  세명인터내서널 이외에 손꼽히는 중국통은 한남여행사· 세유여행사· 한샘여행사 등이다.  대한적십자사의 중국거주 교포초청 때 함께 일한 것이 계기가 되어 중국 친지방문 주선에 치중하게 됐다는 한남여생사 金秉澤 주임은 “하루 10여명꼴로 문의해온다”면서 비행기 예약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비자는 상용일 경우 30-45일, 친지방문일 경우 3개월 기한으로 발급된다.

  지난 4월 아주관광은 소련의 국영여행사인 인투어리스트사와 국내 최초로 5년간의 장기 관광업무계약을 맺었는데 그밖에 소련여행을 전담하고 있는 여행사는 삼회관광· 서울항공· 한비여행사· 드레곤여행사 등 10여개사가 있다.  이들 여행사 역시 대부분 인투어리스트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아주관광 李相活씨는 “최근 소련무역 사무소가 국내에 개설되면서 소련비자를 국내에서도 발급받을 수 있으나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아 오히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한다.  또 소련관광단을 모집하는 광고가 부쩍 늘었으나 아직은 선전용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여행사들의 말이다.

 

북경 아시안 게임 관광단 ‘내부모집’ 소문도

  미수교국 여행에 필요한 비자는 제3국이나 인접 수교국가 주재 대사관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알바니아를 여행하고자 한다면 헝가리공항에서 통과비자(72시간 유효)를 받은 후 부다페스트에 있는 알바니아대사관에서 입국비자를 받는 경우가 그것이다.

  베트남에도 많은 사람이 다녀왔다.  해외산업연수원에서는 양국간 경제교류 확대 차원에서 기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베트남 투자환경 및 시장조사단’ 희망자를 모으고 있다.

  알게 모르게 미수교국을 다녀온 사람은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서류발급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급행료를 지불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웃돈을 줘야 하는 폐단도 있다.

  그러나 초청을 받았든지, 초청받기를 자청했든 지간에 일단 빗장이 열린 미수교국 여행에의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9월 북경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선수 및 임원 9백명을 위해 한진관광· 고려여행사· 동화관광· 한주여행사· 국광여행사· 계명여행사 등 6개 여행사를 지정한 바 있다.  한지관광 曺景煥씨는 “아직 정부차원의 발표가 없어 일반관광객을 모집하지는 않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사는 정부의 발표를 기다리며 공식적인 광고는 못한 채 내부적으로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미수교국가 여행은 유적을 찾는 유럽이나 동남아여행과는 달리 ‘살아 있는 여행’ 문화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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