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나’ 배운다
  • 김현숙 기자 ()
  • 승인 199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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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 치료 캠프 등 종류다양 ... 장소. 지도자 잘 선택해야

 “이분은 남자 1반을 맡아주실 이은미 선생님이십니다.  별명은 ‘따봉’이랍니다.  그 옆에 계시는 분은...”.  지난 7월18일 YMCA 2층 강당, 닷새 후 의정부에 있는 다락원 캠프장에서 열릴 자연탐구캠프 참가자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열리고 있었다.  강당을 가득 메운 학부모와 학년별. 남녀별로 나뉜 2백여명의 학생들이 3박4일간 함께 생활할 지도자선생님들과 상견례를 하는 장면이다.  지도자들은 대부분 사회사업학과 교육학과 아동학과의 대학생들이다.

  이어서 캠프의 교장선생님격인 담당간사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소지품에 이름을 써 줄 것 △시계 등 일체의 귀중품과 용돈을 보내지 말 것 △우산 우비 관제엽서를 준비해줄 것 △부모님들은 절대로 캠프장에 찾아오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부모들은 나눠받은 건강기록부와 개인기록부 용지에 자녀의 상황을 자세히 기입해 제출했다.  주최측 설명에 따르면 이 기록이 캠프기간 동안 아동들을 보살피는 자료가 되며 캠프가 끝난 뒤에는 이들의 행동발달 상황을 정리해서 부모에게 보내줄 계획이라고 한다.

 

참가회비는 4만~7만원선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어린이. 청소년캠프는 생활수준의 향상, 높은 교육열과 더불어 놀라울 정도로 활발해졌다.  올해도 예외 없이 각 사회단체 학교 유치원 언론사 교회 백화점 등에서 주관하는 각종 캠프가 여름방학을 맞아 일제히 시작돼 전국의 캠프장은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보통 3박4일 기간으로 해수욕장 캠프장 유스호스텔 등에서 열리는 캠프에는 취학 전 어린이에서부터 국민학생. 중고생등의 청소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참가할 수 있다.  회비는 4만원에서 7만원 내외이며 가족이 모두 참여하는 가족캠프는 4인가족 기준으로 20만원 정도이다.

  캠프의 종류는 캠프장이 마련된 곳에서 이루어지는 시설캠프와 기차여행캠프(서울 YMCA 전화 732-8291), 역사기행캠프(흥사단 743-5445, 목동청소년회관 646-0181)처럼 계속해서 이동하는 야영캠프가 있는데 학년이 낮을수록 시설캠프를, 고학년일수록 야영캠프를 선호한다.  또 목적별로는 놀이기구를 통한 기초체력단련, 게임을 위주로 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캠프와 음악실기나 그림그리기 위주의 예능캠프(계몽문화센터 559-5114), 스킨다이빙캠프(서울 YMCA, 한국사회체육센터 732-8291), 과학캠프(어린이회관 446-6061, 계몽문화센터)등 목적과 주제가 뚜렷한 캠프가 있다.  요즘은 프로그램의 개성이 뚜렷한 캠프가 인기를 끄는 추세이다.  직접 농사일을 해봄으로써  ‘땅의 정직함’을 배우는 농사캠프(서울 YMCA 영등포지회 634-5720, 계몽문화센터, 대교문화582-0900), 탈춤등 ‘우리의 것’을 배우는 민속캠프(흥사단, 여성신문 558-0262), 여성의 예절을 배우는 캠프(예지원 333-2221), 생각하는 훈련을 하는 철학캠프(철학교육연구소 883-3695)가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어린이의 당뇨를 치료하는 캠프(전남대 의대 062-27-0011, 국립의료원 265-9241), 자폐아동을 치료하는 캠프(대현교실 313-7359), 장애자캠프 (남부장애자종합복지관 841-3826, YMCA 봉천동지부 877-1504)등의 프로그램도 개발되어 있다.  또 고정된 프로그램이 없이 참가자들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나가는 ‘혼자서만 살 수 있을까’캠프(또 하나의 문화 392-9273)도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이다.

  집을 떠나 다른 환경 속에서 생활해보며 독립심을 기르고 낯선 친구들과 만나 친해지는 법, 타협하는 법 등을 배우며 자연을 접해보고 호연지기를 키운다는 면에서 캠프에 대한 인식은 무척 긍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캠프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 ‘가수 아무개와 함께 하는 캠프’와 같은 재미 위주의 상업적 캠프가 성행하며 저급한 숙박시설, 무자격 지도자, 날림 프로그램의 저질 캠프가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7년 여름에는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주변의 한 극기훈련장에서 줄사다리가 끊어져 36명의 어린이가 크게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밖에도 캠프기간중에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독충에 물려 염증이 악화하는 일이 빈번하여 캠프를 다녀온 후에도 후유증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 국민학교 5학년인 아들을 캠프에 보냈다는 朴英順씨(43· 도서실사서)는 “우리 아이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데 1시간이나 줄을 섰고 식사가 형편없었다고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런 것도 다 겪어봐야 한다’고 말해줬으나 다시는 그곳에 보내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친구로부터 중학생인 딸을 캠프에 보냈는데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겼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일부 유치원이나 예체능학원의 경우, 거래하는 물품취급업체나 브로커에게 장소 교통편 등을 일임해 어린이들을 ‘고생길’로 끌고 가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소위 ‘극기훈련’캠프이다.  유약한 요즘 어린이들 씩씩한 어린이로 만들어준다는 그럴듯한 명분하에 군사훈련소를 방불케 하는 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지나피게 경쟁심을 부추기며 외줄타기 통나무건너기 등 위험한 훈련을 시키는가 하면 ‘군기가 빠졌다’며 의미없는 기합을 주기 일쑤라는 것이다.  작년에 극기훈련을 다녀왔다는 姜明勳군(상계국교 6년)은 “평소 겁이 많고 수줍은 친구 하나가 한밤중에 깨서 울고 있는 걸 봤다”면서 자신도 “교관 선생님이 무서웠다”고 호소했다.

  YMCA의 朴泰範간사는 “단순히 레크레이션 기능을 몇가지 익혔거나 아르바이트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자연과 인간의 혼연일치’라는 캠프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신고제로 되어 있는 현재의 캠프장시설 요건을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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