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땅’ 우려 씻고 매력적 투자조건 확인
  • 정리 · 문정우 기자 ()
  • 승인 1990.08.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개 · 배수 · 농기계 등 현지조사 결과 ‘긍정 평가’

 지난 4월 농학자 · 기술자 등 15명으로 구성된 한국측 타당성조사단이 중국 현지를 향해 떠날 때까지만 해도 삼강평원 개발을 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국내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얼어붙은 땅’인데다 치수가 불가능해 사업성이 없다는 비관론을 폈다. 하지만 2개월 동안의 조사결과,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자본과 중국 정부의 지원이 적극적인 만큼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에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조사단의 이야기다.

  현지조사에 참가했던 盧健吉(조사단 총무 · 농학박사) 金永圭(동신기술개발 부사장) 李凰儀(대한엔지니어링 사장) 柳寬熙(서울대 농공학과 교수)씨 등 재계와 학계의 네 전문가가 7월17일 오후 3시 본사 회의실에서 두흥개발지구 치수상태를 점검하고 개발사업을 전망하는 자리를 가졌다.

 

  노건길

  조사반이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가졌던 가장 큰 의문은 두흥개발지구가 과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같은 의문은 조사에 착수하자마자 쉽게 가시었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그곳이 1년내내 얼어 있는 동토도, 치수가 불가능한 침수지역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사반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또다른 중요한 문제, 과연 투자가치가 있느냐하는 문제에 매달릴 수 있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생산물을 중국 정부에 팔 수도, 외국으로 수출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농산물 수매가격은 몇 년전만 해도 국제가격에 비해 형편없이 낮았는데 지난해부터 국제가격의 90%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우리의 투자여건도 덩달아 개선된 셈이다.

  또 합작회사는 생산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식량위기가 왔을 때 생산물을 들여올 수도 있고 동남아 곡물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

  사업비와 농산물 가격 등을 감안, 내부수익률(IRR)을 산출했더니 30%선이었다. 참고로 얘기하면 경제기획원에서는 농산물의 경우 내부수익률이 10%만 돼도 투자를 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농산물을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콩은 기름을 짜거나 사료로 만들어 팔고, 밀은 가루를 짜거나 사료로 만들어 팔고, 밀은 가루를 내어 팔거나 라면을 만들 수 있다. 라면은 현지 가격이 70전(약 1백원)인데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합작투자의 부산물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 흑룡강성측에서는 한국 기업이 합작투자를 할 경우 성에서 나는 산물의 관할권을 일부 떼어주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흑룡강성은 중국 제1의 석유 · 흑연 · 목재생산지이다. 또 중국측은 최근 개방된 소련 · 동유럽권과의 변경무역항에서의 무역권도 주겠다고 제의하고 있다. 여러모로 매력 있는 투자조건이 아닐 수 없다.

 

  김영규

  전작구(밭)와 수도작구(밭)의 토지구획은 대부분 중국측의 계획에 따르기로 했다. 다만 토지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사선으로 구획된 것을 직선으로 수정했다. 논의 표준구획은 긴 변을 1.65㎞, 짧은 변을 1.03㎞로, 밭의 표준구획은 긴 변을 1.62㎞, 짧은 변을 0.812㎞로 정했다. 각 구획의 가장자리에는 도로를 만들고 방풍림을 조성하기로 했다. 그쪽 지역은 바람이 세기 때문에 방풍림을 조성하지 않으면 스프링클러에서 뿜어내는 물이 날리고 씨도 뿌리기가 어렵다.

  관개는 전작구에서는 스프링클러에 의한 센트럴 피버트 시스템을, 수도작구에서는 管井에서 뿜어올려진 물을 경사진 배수로를 따라 논으로 흘러들어가게 하는 중력식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

  전작구에서는 직경 25.4cm의 관정을 60~80m 깊이로 묻을 예정인데 하루 채수량은 3천3백60t~5천7백60t 정도가 될 것이다. 밭 작물 가운데 가장 물이 많이 필요할 때는 콩이 개화할 무렵인데 64ha당 1일 5천7백60t이 소요된다. 농사를 지어가면서 물이 부족한 블록에서는 관정의 깊이를 조정하면 큰 문제가 없을 듯하다.

  수도작구에서는 직경 15.24cm의 관정을 60m 깊이로 묻을 예정인데 1일 채수량은 8백~1천4백40t이 예상된다. 벼이삭이 나올 때 1일 10ha에서 소요되는 물은 9백30t 정도이므로 수도작구의 관개계획은 수정이 거의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이황의

  우리측의 개발하려는 두흥지구는 신칠성하 유역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저습한 평원지대로서 본래의 유역면적은 8천5백7㎢에 달한다. 이 지역은 삼강평원에서 가장 낮은 지대이기 때문에 7~8월에 비가 많이 오면 상습적으로 침수되곤 했다. 게다가 하류지역에는 하천다운 하천이 없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 심한 蛇行하천이기 때문에 한번 침수되면 2~3개월씩 물이 빠지지 않는다.

  이번에 우리 조사단은 이 지역에 대한 중국측의 종합적인 치수계획을 검토한 결과 몇가지만 보완한다면 홍수를 거의 완벽하게 다스릴 수 있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중국측의 치수공사는 이미 상당히 진척돼 있었다. 우선 두흥지구 안으로 흘러들어오던 內七星河를 撓力河로 유로변경시켜 유입되는 수량을 크게 줄였다. 그 결과 신칠성하의 유역면적이 8천5백7㎢에서 4천9백21㎢로 축소됐다. 또 남서쪽의 상류지역에 1천2백63.4㎢에 달하는 흑어포 홍수조절지를 만들었으며 서북쪽 고원지대에 1천2백82.2㎢에 달하는 二道崗 홍수조절지를 건설중이다. 이 두 곳의 홍수조절지가 완전 가동되면 홍수시 두흥지구로 유입되는 수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신칠성하는 두흥지구의 배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84년부터 건설하고 있는 인공하천인데 현재 45km에 달하는 전구간의 공사가 거의 완료됐다.

  이 지역은 상류와 하류의 표고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하천의 유속이 느려 강폭은 1km 내외로 크게 잡았다. 강물이 개발지구로 역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바닥을 폭 10~20m, 깊이 3m 내외로 굴착했으며 강 양쪽에 폭넓은 고수부지를 만들기로 했다.

  또 개발구역의 하류 끝인 해방교에서부터 9.14km를 더 굴착해 내려가 홍수시 하류쪽의 물이 역류해 개발지구내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방지했다.

  이상의 중국측 계획을 검토한 뒤 우리 조사단은 몇가지 보완책을 제시했다. 우선 제방높이를 10년 빈도 홍수위 기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제방에 30cm두께로 모래와 자갈을 깔기로 함으로써 해결됐다. 제방을 도로로 활용하려면 따로 노반공사를 해야 하고 10년 빈도와 20년 빈도의 홍수위 차이는 30cm 미만이기 때문이다.

  또 20년 빈도의 홍수나 그 이상의 어떤 비상사태에서도 대평원에서 가장 낮은 지대에 속하는 개발지구가 안전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서울의 여의도처럼 윤증제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물이 특히 잘 안빠지는 곳에는 배수장을 설치할 것도 제안했다. 이미 개발지구가 제방으로 거의 둘러싸인 상태이기 때문에 윤증제를 만드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관희

  중국의 농기계 생산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었다. 국가적 지원 아래 미국의 유수한 농기계 생산회사와 합작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계의 성능이 우수했으며 값도 쌌다. 따라서 농기계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농기계를 운용하는 데 있어서는 작업능률과 경제적인 면에서 허점이 엿보였다. 우선 트랙터의 경우 궤도형 1백24대, 바퀴형 1백67대 등 모두 2백91대를 투입하려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중국측은 도로사정이 나쁜 개간지에서는 작업능률이 떨어지더라도 궤도형이 많이 필요하다로 판단한 것 같은데 도로건설계획 등을 검토해보니 그렇게 많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았다. 따라서 트랙터 수를 절반 이하로 줄여 궤도형을 35대, 바퀴형을 1백10대로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럴 경우 운전자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으므로 경제적이다.

  또 우리나라처럼 이앙재배를 하려고 이앙기를 2백48대나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앙기가 필요없는 직파건답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의, 계획을 수정했다.

  기계관리체제도 수정이 필요했다. 중국측은 각 작업구(35개)에 기계를 할당해 개별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체제를 채택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자연히 노는 기계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기계이용률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농장직영체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의했다.

  기름저장창고 · 유조차 · 양곡창고 등도 필요할 것 같았다. 특히 기름은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는 아무 때나 살 수 없으므로 살 수 있을 때 되도록 많이 사 비축해야 한다.

  농기계가 대부분 성능이 우수하고 값도 싸지만 콤바인이나 대형 트랙터는 비교적 비싼 것 같았다. 국내의 업체나 중국업체를 대상으로 공개입찰을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흑룡강성에만 해도 국영농장이 1백2개나 되고 그곳에서는 오래전부터 농기계를 쓰고 있으므로 기계에 대한 서비스는 우려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또 숙련된 운전자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인력의 수급면에서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