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안되면 정면돌파뿐”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8.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民自 ‘야권 파고’ 대응방침 굳혀… 청남대 회동후 강성기류

 민자당은 올 9월 정기국회 개회 이전까지 야권과의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면돌파’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굳힌 듯하다.

  金泳三 대표최고위원의 한 측근의원은 “민자당은 현재 야권과의 타협과 정기국회의 정상적인 개회를 위해 3단계의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히고 “만약 평민당이 정기국회 때까지 원내로 들어오지 않을 때에는 민자당 일방으로 밀고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한 “앞으로 한달 내에 평민당이 더욱 곤경에 처할 것”이라며 “평민당이 계속 장외에 머물러 있으면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또 “범민족대회의 예에서 보듯 정부와 재야가 손잡는 마당에 정당이 국회를 거부하고 장외에 남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밀했다.

 

對야권전략 3단계

  이 소식통의 이같은 발언은 26일 민자당의 朴俊炳사무총장이 “당내는 물론 일반 국민들 가운데도 야권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서를 수리해버리라는 의견이 만발하고 있다”는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민자당의 대야 공세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인상으로 주고 있다. 박총장의 이날 발언은 민자당이 그동안 야권의원들의 의원직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고 반려시키겠다는 기존 입장과는 다소 다른 목소리이다.

  민자당의 이러한 강성기류는 지난 24일 청남대에서 盧泰愚대통령과 3인의 최고위원이 골프회동을 마치고 난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민자당의 새로운 對야권전략은 크게 3단계 대응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야권의 동향을 통해 평민당이 목적하고 있는 명분의 적정선을 파악하는 단계 △야권과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한 내부방침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협상을 재개하는 단계 △야권이 이를 거부할 경우, 일부 광역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선거의 91년 상반기 실시 및 국가보안법 안기부법 등의 전향적 검토 등 민자당이 준비하고 있는 정국구도를 그대로 밀고 나가는 단계가 그것이다.

  민자당은 아직까지는 야권, 특히 평민당이 9월에도 계속 장외에 머물지는 않으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하고 있다. 민자당의 이같은 기대는 최근의 야권통합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복귀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과 정부측의 잇따른 對北카드의 제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민자당은 보라매집회 때만 하더라도 야권통합이 곧 성사될 것처럼 보이고 재야까지 포함, 反민자 연합전선이 구축될 것 같은 정황에 따라 상당한 위기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통합논의가 다시 金大中총재의 2선 후퇴라는 고질적 ‘복병’을 만나 엉거주춤한 양상을 띠자 크게 안도하는 눈치이다. 더군다나 민자당은 최근 여권이 북방 및 대북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날치기 정국에 이은 ‘사퇴 정국’과 ‘통합 정국’에 쏠린 여론이 점차 진정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 수세에서 대야 공세로 전환하려는 분위기에 싸여 있다.

  이에 따라 민자당은 8월 夏閑期를 잠시 동안의 냉각기로 설정, 막후 협상을 유보하고 있지만 金潤煥 정무장관이 귀국하는 8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탐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姜英勳총리의 유럽순방 수행을 미루면서 과거 여소야대 시절 카운터 파트였던 평민당의 金元基의원과 접촉을 가져온 김장관은 ‘유연한 견지’에서 협상을 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김영삼대표도 이미 두차례에 걸쳐 평민당의 김총재에게 여야 대표회담을 제의한 바 있으므로 민자당측으로서는 대야협상의 재개와 관련한 명분이 충분히 축적된 셈이다.

 

지자제 허용 범위놓고 계파간 이견

  그러나 민자당은 평민당과 막후협상을 재개하기 이전에 먼저 당내의 이견을 조정해야 한다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평민당에 어느 선까지 양보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 당내에는 두가지 다른 견해가 서로 부딪치고 있다.

  김윤환장관을 비롯한 일부 중진의원들은 야당의 제도권 복귀을 위해서 ‘권력의 배분’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지방의회의 구성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해 평민당에게 일부 지방의 광역자치단체장(도지사와 직할시장)을 양보, 일정 수준까지는 평민당의 몫을 지켜줘야만 평민당이 다시 제도권에 합류할 명분이 생기고 정국 운영 또한 무리가 없다는 논이다.

  그러나 김대표를 비롯한 민주계 핵심의원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민주계는 평민당이 지금 이상의 ‘파워’를 갖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민주계의 이러한 불안은 차기 대권을 놓고 어차피 양김씨가 또 한번 겨뤄야 된다는 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즉 지자제를 실시하더라도 차기 대권구도가 명확히 결정될 때까지는 유보함으로써 가급적 김대표에게 유리한 고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 민주계의 한 핵심의원은 “중앙정치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지자제까지 허용하게 되면 중앙정치와 지방정치가 한꺼번에 소란스러워져 정국이 그야말로 혼란스럽게 될 것”이라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앞서의 3단계 대응전략을 가지고 설명한다면, 민자당은 현재 제1단계를 지나 제2단계의 구도로 넘어가는 과정에 처해 있는 셈이다.

  지자제만 하더라도 민자당이 평민당에게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정당추천의 허용 문제이고 또 하나는 지자제 실시의 범위, 나머지 카드는 그 실시 시기이다. 이 문제는 비단 평민당의 의도뿐만 아니라 여권 내의 여러 가닥도 동시에 절충되어야 한다는 속사정 때문에 ‘여야 대타협’에 이르기 위해 민자당이 넘어야 될 준령인 것이다.

  민자당은 지방의회 구성의 정당공천이야 양보할 수 있지만 자치단체장 선거는 정당공천을 할 수 없다는 방침을 잠정적으로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평민당은 서울시장을 비롯해 광주직할시장, 전남북 도시사 등을 휩쓸겠다는 복안 아래 지방의회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대해서도 정당 추천제를 허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자제 실시의 범위나 시기를 놓고도 평민당은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동시 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민자당은 우선 지방의회부터 구성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천천히 실시할 것을 내세우는 등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자리는 그 자리가 가지는 黨勢의 상징성 때문에 민자당이나 평민당 어느쪽도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민자당은 광역(시 · 도) 자치단체장 선거에 정당추천제를 허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민자당이 정기국회 이전에 매듭지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대야 교섭창구를 일신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민당의 김총재가 민주계와는 교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 민자당이 어차피 원내총무를 교체해야 할 시점이 가까이 왔다. 그러나 민자당의 권력구조 배분 문제상 총무를 바꾸면 총장이나 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을 일제히 바꿔야 한다는 데 난점이 있다. 민주계의 한 의원은 “우리가 총무를 맡지 않는다면 총장이나 정책위의장 중 한 자리는 당연히 맡아야 되지 않느냐”고 벌써부터 계파간 분배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당직개편을 앞두고 당내 알력이 다시 심화될 조짐도 있다. 당내 제2의 계보인 민주계가 과연 총장직을 차지할 수 있을 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金潤煥 정무장관 총장직 유력

  현재 총장으로 물망에 오르는 인사 중에서 가장 유력한 인물로는 김윤환 정무장관을 지목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장관은 3당통합 이후 당직 진용을 짤 때 정무장관보다는 내심 총장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에도 강력한 ‘로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임 朴俊炳총장은 민정계 리더인 朴泰俊 최고위원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 자주 지적을 받았다. 박총장이 경질될 경우를 대비해 현재 월계수회측은 鄭東星 체육부장관을 밀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총무로 유력한 인사는 李鍾贊의원인데 이의원은 민정당 사무총장과 총무를 두루 지낸 이력이 있어 총무직을 다시 맡을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과 자칫 야권의 공세를 몸으로 때우는 ‘바람막이’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점 때문에 본인의 수락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정책위의장으로는 민주계의 黃秉泰의원이 가장 유력하다. 통합 당시에도 물망에 올랐던 황의원은 당시 당직을 고사했지만, 과거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데다 민주계에서는 당 정책을 통해 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터여서 황의원 물망설은 설득력있게 들리고 있다.

  150회 국회운영에서 이미 나타난 바대로 곧 다가올 가을 정기국회는 양김씨의 차기 대권경쟁이 보다 본격화될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야권통합이 달성된다면 야권의 공세에 한층 무게가 실릴 것이 분명하다. 이미 부콩령제 검토를 시사한 김총재는 민주당의 李基澤총재를 내세워 YS를 상대하게 하고 자신은 노대통령을 직접 상대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여권은 계파를 막론하고 더욱 곤혹스러워질 것이다. 최대로 양보해서, DJ를 국회로 다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정면돌파로 승부수를 띄울 것인가. 여권이 결단을 내릴 시점은 그리 멀지 않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