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분단상처 치유할 차례
  • 둑 밴도우(美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 ()
  • 승인 199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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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방북인사 처벌은 도덕적·국제적으로 손해

유럽에서 철의 장막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두개의 한국’ 사이에 놓여 있는 인위적인 장벽이 붕괴될 차례인가.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의 막이 내리면서 닥쳐온 한국의 분단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고통스런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종결 직후 미국의 對한반도 정책은 비판받을 것이 많으나, 한국이 남과 북으로 분단된 주된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정한 처사가 아닐 듯 싶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전망은 무론 여전히 불투명하다. 독일의 경험이 한반도에서 재연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동독인들의 80%가 서독 텔레비젼을 보아왔으며 그들이 가고 있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유를 동경하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 사람들과 외국인들과의 접촉이 증가해왔으나 북한은 여전히 ‘은자의 왕국’으로 남아 있다.

 더욱이 북한은 그들이 내세운 기존의 조건외에 다른 조건으로도 통일협상에 임할 결의가 되어 있는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총리회담도 무산될지 모른다. 현재 북한은 남북국회회담을 진척시키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남한의 국경개방 제안에 대해서도 호의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휴전선 개방’제안은 좋은 출발

 그러나 성공이 불확실하다는 생각 때문에 우호의 손길을 뻗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북한의 행위가 의심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그행위들은 정당화되지는 않을망정 적어도 이해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평양 당국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 그것은 미국이 남한에 전술핵탄두들을 배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을 촉진함에 있어 주된 책임은 남·북한에 있다. 비록 평양당국의 태도가 간파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남한은 어떤 방식으로든 상호교류를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 휴전선을 개방하자는 남한의 제안은 훌륭한 출발이었다. 일반 시민들이 북한을 자유롭게 여행하도록 허용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평양에 가는 학생들과 목사들을 투옥하는 일은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의 기회를 손상시킬 뿐이다. 또한 그것은 새로운 민주주의라는 남한의 도덕적 자산을 낭비하는 셈이며, 국제적으로 남한에 상처를 주는 일이기도 하다. 일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북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서 가장 조은 방법은 그들로 하여금 직접 ‘주체의 현장’을 보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남한 당국은 북의 군사적 제안들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지난 5월 북한은 미군철수와 연계하여 이전의 상호 병력감축 제안을 수정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남한은 이러한 수정제안의 목적을 포용하고 북한에 대해 진지한 군축협상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북한당국이 전진배치된 군사력을 후방으로 촐수시키고 일부 군대를 해제한다면 미군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남한 당국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북한에 제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남한은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국제적 조사에 동의한다면, 남·북한에서 다같이 쟁점이 되고 있는 전술핵탄두의 철수를 미국에 요청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미군철수 막지 말고 대북 협상에 이용해야

 또한 남한은 중국과 소련으로 하여금 그들의 동맹국 북한이 남한과의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중국과 소련은 모두 남한과 교역을 트고 투자를 얻어내기 위해 필사적이다. 남한은 자신의 경제적 지렛대를 이용,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를 꾀할수 있게 되었다. 미국 역시 북한의 고립을 타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규제조치를 풀고, 두 개의 한국과 다른 열강들 사이에 교차승인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미군의 철수를 두려워하고 있지만 철군은 아마도 향후 10년내에 불가피하다. 예산적자에다 예산의 상당부분이 경제적 경쟁국들의 막대한 방위보조금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미의회 의원들로 하여금 대규모의 군사원조에 등을 돌레 만들었다. 게다가 매파 의원들까지도 북한에 비해 인구에 있어서는 2배, GNP에 있어서는 8배가 되는 남한에 4만3천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정당화시킬 수 없게 되었다. 남한 당국은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는 승산없는 싸움을 지양해야 하며 새로 찾은 자주성을 자축하고 미군철수를 對북한 협상카드로 사용해야 한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일은 북한의 긍정적인 반응과 남·북한간의 교류 증진이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현저하게 감소시키는 가운데 협상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북한이 계속 완강하게 불응한다 하더라도 남한으로서는 잃을 게 없다. 남한은 미군이 완전히 떠나더라도 지신의 안보를 위해 군사력을 증강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진정한 화해를 추구함으로써 도덕적·여론적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분단은 역사의 커다란 비극으로 2차 세계대전이 남긴 또 하나의 슬픈 산물이다. 유럽의 상처는 마침내 치유되어 가고 있다. 이제 두 개의 한국과 그 동맹국들이 한반도 분단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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