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몇푼으로 본질 왜곡”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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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보상 반대 뜻 안굽혀

박석무‥정상용의원 등 평민당 ‘5‥18피해자’ 5인

 지난 임시국회에서 광주보상법이 통과됨에 따라 정부와 민자당이 시행령을 곧 마련, 빠르면 9월주으로 보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평민당 소속 현역의원 2명과 보좌관 3명이 보상 수혜대상자가 됨으로써 눈길을 끌고 있다. 민자당의 보상법안에 반대했던 朴錫式·鄭祥容의원과 梁?榮(37·柳寅鶴의원 보좌관) 宋善泰(36·柳祥容의원 보좌관) 박선정(36·愼順節의원 보좌관)씨 등 5명이 그 주인공이다. 5·18피해 당사자인 이들은 “광주 문제는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의 차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보상 자체에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혹 보상법안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보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상 대상자의 ‘수혜’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진상규명·명예회복이 우선”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분류되어 3년형을 확정받았던 송보좌관은 “돈줄테니 가져가려면 가져가고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이다. 광주문제를 치유하기는커녕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역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로 분류돼 대법원에서 5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는 양보좌관도 송보좌관과 같은 입장이다. “보상법이 아닌 배상법이 됐어야 마땅하다. 그나마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이 우선인데도 돈 애기를 들고나와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보상인 뭐니 하는 애기가 나올 때부터 이미 우려했던 점이다.”

 두 사람은 모두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학생운동의 지도부였고 현재는 국회의원보좌관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양보좌관은 5·18당시 전남대 영문과 3학년생으로 총학생회 총무부장을 지내면서 학생운동을 주도했다가 구속, 대법원에서 5년형이 확정돼 10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고문 후유증으로 지금도 골반과 척추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그는 “정부가 보상금 신청을 받을 모양인데, 연행 구속자 명단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신고는 무슨 신고냐”고 언성을 높였다. “우선 모죄선고를 하고 난 뒤 10원이든 20워이든 정당하게 뱅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보상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상법에 따르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에 대한 보상액 산정은 당시의 월급이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피해자 대부분은 학생이나 무직자들이었다. 교수나 변호사 교사 등 일부 지식인 중심으로 보상하겠다는 것은 지식인만 무마하면 된다는 현정권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박석무의원은 5·18당시 대동고 영어교사로 재직하던 중 조선대 사태와 관련돼 연행 구속되어 3년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가 81년 4월3일 석방되었다. 정상용의원은 이른바

 ‘도청수사팀’에 소속되어 외무부위원장을 지냈던 항쟁지도부의 한 사람이다. 무기징역 구형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82년 성탄절 특사로 풀려났고, 13대 국회에 진출한 이후 광주문제에 관한 한 직접경험자답게 남다른 열의를 보여왔다. 광주특위가 본격 가동될 당시에는 막후에서 총사령탑 역할을 맡기도 했다.

 

신원불명 시신 11구 ‘처리’도 문제

 정의원과 함께 일하고 있는 송보좌관은 전남대 국문과 4학년이던 80년 총학생회 기획실장으로 학생운동의 선두에 섰다가 구속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중 형집행정지로 9개월만에 출옥했다. 그는 “광주시민 절대다수가 집단배상 원리에 의한 배상을 원하고 있다”면서 “지금도 부상자 중에는 마약을 맞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20명을 넘는다. 이들에게 단돈 몇푼으로 보상하고 끝내겠다는 정부의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행방불명자도 문제다. 신고 1년 이내에 나타나지 않으면 보상금을 국고에 귀속시키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더구나 망월동 묘지에 누워있는 신원불명의 시신 11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박선정씨는 전남대 사회학과 3학년 재학 당시 인문사회대학 학생회장이었는데, 소요 및 포고령 위반으로 1년형이 확정되었다가 역시 82년 성탄절 특사로 석방됐다.

 광주보상법 보상 대상자가 된 이들이 한결 같이 입을 모으는 것은 “현정권하에서는 광주문제가 근본적으로 치유될 수 없다”는 한마디. “날치기 통과된 광주보상법은 광주를 치유하려기보다는 사분오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보상을 받으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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