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잠 깨어나는 ‘대륙의 龍’
  • 조창호 (대한생명보험 노조위원장) ()
  • 승인 1990.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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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업현장 시찰기/기초과학·값싼 노동력이 성장 원동력

 노사산업시찰단의 일원으로 6월말에 출국, 2주 동안 중구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처음에 찾아간 상해 소재 호동 조선공창은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조선소이다. 공장 개요를 소개하는 비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은 페티 페이지의 ‘체인징 파트너’와 프란시스 레이 작곡의 ‘러브스토리’중 사랑의 테마였다. 공산국에서 듣는 팝송은 묘한 감회를 불러일으켰다. 주요 생산품은 여객선 유조선 컨테이너 등이며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6만 5천톤이라고 했다. 각종 선박에 탑재할 엔진을 서독·덴마크와의 기술제휴로 생산, 82년부터 홍콩 싱가포르 이집트 칠레 오스트레일리아에 수출하고 있었다. 이 회사 기술고문은 “조선능력을 26만톤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52년 완공된 이 공장은 부지면적 27만여평에 설계기술자 2백명, 여자종업원 3천5백명 등 총 1만 3천명을 고용하고 있다. 2백30만평의 대지에 종업원 2만6천명을 고용한 현대중공업의 규모와 비교가 되었다. 종업원들은 동일 직종이면 남녀 구별없이 같은 급여를 받는다. 그들 대부분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자전거보관소에 세워진 수천대의 자전거는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여성노동자의 60%는 기혼이었는데 대부분 차량운전을 맡고 있었다. 기본급은 월 70월(한화 1만2천6백원). 노동자들은 시간외 수당을 합쳐 월 1백20~1백50원(한화 2만1천6백~2만7천원)을 받는다고 한다. 거의 전부가 정부와 직장에서 제공하는 5평 남짓한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월 임대료는 12~15원이며 매월 관리비로 전기요금 8원, 도시가스표 4원, 위생비 1원을 더 부담한다. 우리나라의 전세값 폭등 현상이 떠올랐다.

 다음에 방문한 곳은 철강회사인 심양중형기기창. 37년에 설립된 이 회사의 종업원 수는 모두 1만2천8백여명으로 그중 고급기술자가 1백40명, 기능사가 5백35명이었다. 총자산은 53억원(미화 1억1천3백만달러)으로 연간 생산량은 연강 단조 주강 3만4천여톤과 감속기 수압기 3백~5백대 정도. 판매액은 연간 26억원(미화 5천5백만달러)이다. 이 회사는 서독 미국 이탈리아 일본에서 설계기술을 도입하고 있었다.

 이 회사에는 공회라는 노동자조직이 있어서 자녀를 하나만 낳도록 지도 계몽하고 각종 문화활동과 아울러 체육활동을 지도한다. 자녀를 둘 이상 낳은 사람은 벌금으로 1천원(한화 18만원)을 징수당하며 정부는 늘어나 식구에게 식량구매권을 교부치 않는다고 한다. 12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얼마나 강력하게 가족계획을 실시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회사 유공자에게는 50원의 상여금이 주어지며 그의 사진이 게시판에 붙게 된다고 홍보실장은 설명하였다. 대한생명보험 (주)에서는 유공자 46명을 선발, 한달간 해외 특별휴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하자 그는 매우 부러워하는 기색이었다. 공장에서는 종업원들을 위해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 여자가 아이들을 끈으로 묶어 인도를 걷는 것이 보였다. 여자종업원들은 산전사후 휴가 90일과 육아 휴직 6개월이 유급으로 주어진다. 또 종업원들은 정년퇴직 후 매달 퇴직시 급여의 70%를 죽을 때까지 지급받는다.

 장춘에 있는 제일기차제조창은 중국의 5개 자동차 제조공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종업원 5만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엔지니어 3천명을 포함, 생산직이 2만명이고 사무직 의사 보모 교사 등이 3만명이다. 주요생산품은 4~5톤 화물용 트럭, 로킷 답재용 군용트럭, 관광용 코우치, 리무진, 소형승용차다. 연간 9만대를 생산하는데 브랜드는 화물트럭이 ‘해방’, 승용차가 ‘홍기’였다.

 

상대적 빈곤감 없어 노동자들 표정 밝아

 이 공장은 엔진 라디에타 카브레타 등 성능 실험실의 모형제작소와 각종 노천 시험 주행 시설을 갖추고 56개의 서비스센터도 운영하고 있었다. 노동근로자 대부분은 이 공장에서 운영하는 직업훈련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특히 이곳은 사원아파트 상가 사원 문화궁 청년궁 아동궁 놀이터시설 등 복지후생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또 6백65개 병상을 갖춘 병원과 사원식당 42개소, 탁아소 25개소(7천명 수용)등으로 공동생활촌을 형성하고 있어 노동자가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사륜 마크로 유명한 폭스바겐사가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여 이곳에서 차량을 제조하고 있었다. 외국인이 직접 투자할 경우 처음 3년간은 세금이 면제되고 그후 2년간은 세금이 감면되는 등의 특혜가 있다고 한 간부는 설명했다.

 의식주나 겨우 해결하며 사는 노동자들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그것은 그들이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북경 문화재 보호관리구역 내에 있는 텔레비젼 공장 동풍전시기창의 경우는 연간 생산량을 완수하여 가동을 중단하고 있었다. 그래도 기본급을 지급한다는 사실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한 단면을 보는 듯했다. 노동자들은 우리들 각자가 소지하고 있는 카메라가 개인 것이라고 하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중국의 공장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저생산성과 비능률이 일상화 돼 있다는 점이었다. 국민소득 수준과 생활 수준은 우리의 60년대와 같이 열악했다. 그드이 시장경제 체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발전돼 있어 이를 상품화하는 기술만 축적된다면 곧 우리 나라를 능가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와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거대한 노동력과 방대한 내수시장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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