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스님, 마이크 잡고 ‘음성 공양’
  • 박재권 기자 ()
  • 승인 199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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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진(尋眞ㆍ34) 스님은 대중가요 가수이다. 음반을 2개나 냈고, 교도소ㆍ고아원ㆍ군부대 등에서 수백 회나 공연했다. 승복 입고 대중가요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노래를 부르면 너무나 행복합니다.” 경기도 남양주군 불암사에 있는 그는, 가끔씩 기타를 들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노래하되 음성은 늘 나지막하다. 자연의 화음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아마추어였던 그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하게 된 것은 국악관현악단 슬기둥과 만나고부터이다. 중앙승가대학 3학년이던 90년 6월 음악인과 화가 들이 모인 홍천 수리제 모임에 참석해, 평소 즐겨 부르던〈백판번뇌〉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슬기둥 단원들이 무대를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슬기둥은 곧바로〈슬기둥과 스님들과의 만남〉이라는 공연을 기획하여 세종문화회관과 부산시민회관에서 공연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심진 스님은 노래를 ‘음성 공양’이라고 생각한다. “스님 그만두고 가수가 되려느냐”고 비판하던 주위 스님들도 이제는 그를 이해하고 격려해 주지만, 그는 내년까지만 가수 활동을 할 작정이다.
朴在權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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