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승용차 제한
  • 여운연 차장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1.11.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는 제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속도로 소통대책의 하나로 내년말까지 경수· 경인간 고속도로에서 탑승자 2인 이한의 승용차 통행을 제한하는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한 관계자

.찬성.  차동득 (교통개발연구원 부원장. 대한교통학회 부회장 중앙교통정책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승용차 통행제한 조처를 서두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그동안 각 도시의 교통문제는 비교적 투자체계가 이뤄지고 있는데 비해 지역 간 교통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왔다. 그중 경인 · 경수간 고속도로를 집중적으로 보게 된 것은 이 구간에 산업물동량이 가장 많이 몰리고 수요 규모면에서 단일축으로선 가장 교통량이 몰린다는 점 때문이다. 경인고속도로의 경우 하루 15시간 러시아워를 이루고 있으며 서울 · 수원 간도 최근 들어 하루 13시간이 막히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물론 정부가 장기대책을 세웠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사회간접자본투자기업단을 정식으로 설립해 장기 투자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고속도로 확장 및 국도정비계획 등 중기계획도 현재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것이 결실을 보려면 빨라도 2년은 기다려야 한다. 지금 상황으로선 물자수송뿐 아니라 주민들의 정상적 사회활동까지도 마비상태다. 그래서 당장에 시행 가능한 대안의 하나로 내놓은 것이 2인 탑승자 이하 승용차 통행제한 조처이다.

많은 무리와 부작용이 따른다 해도 그 방법이 구조개선에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점차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처는 대증요법에 그치고 있어 그런 전망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는데….
그런 우려는 우리도 하고 있다. 보완적인 대책이 따르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키 어렵고 불편만 초래할 것이다. 우리가 검토한 5개 대안 중 하나인 이 조처가 시행될 경우 대략 2만대 가량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현재 서울 · 인천 간 차량의 평균속도가 시속 16㎞인데, 만약 이 조처가 시행된다면 45㎞로 빨라진다. 고속도로의 흐름은 빨라지겠지만 승용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근 국도로 갈 경우 국도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하루 1백대 이상의 직행좌석버스를 고속도로에 투입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이 직행버스는 부천 부평 인천의 주요 지점을 순환해 승객을 태우고 서울의 주요 지점마다 내려 주자는 것이다. 타기 편하고 빨리 갈 수 있는 직행버스가 있다면 국도로 힘겹게 다니던 승객들은 자연 버스를 선호하게 될 것이다.

경인 · 경수간 전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은 지금도 포화상태인데 대중교통 확충 계획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는가?
이 구간의 고속버스를 타도 3~4시간 이상 걸리니까 전철로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1시간 만에 서울에 올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오히려 전철승객 일부가 버스로 전이돼 전체적으로 수급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본다.

그렇더라도 국도의 체증이 최악의 상황에 빠질텐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이 조처가 시행될 경우 버스노선을 신설해 충분한 양의 버스를 투입한다는 게 1차 지원정책이다. 두번째로 국도의 교차신호를 개량하고 신호주기를 일관되게 고친다면 적어도 15%는 좋아질 것이다. 일시적으로 국도가 꽉 막힐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충분한 양의 버스가 배차된다면 더 좋은 대체수단을 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도가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방안이 정부의 고육지책임은 이해하나 그동안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를 이제 와서 시민들에게 떠맡길 수 있는가?
사회간접자본은 장기적으로 대를 물려가며 투자해야 하는 것인데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소홀히 해온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잘못을 논의할 시간이 없다. 이를 교훈삼아 잘해나가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교통문제에 투입할 재원규모가 70조원인데 현재 절반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가 예산을 아껴 돌려 사용한다면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예산구조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진국의 경우도 장기적으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 이용자의 세금을 대폭 올려 교통정책을 시행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산유국을 제외하곤 우리가 지금 세계에서 가장 휘발유를 싸게 쓰고 있는 나라다. 우리는 기회 잇을 때마다 수송용 유류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그럴 수 없는 상황이기 대문에 탑1승자 2인 이하 승용차의 통행제한 같은 강제 · 물리적 조처가 나온 것이다. 바람직한 정책은 아니나 당장의 숨넘어가는 상황을 개선하고 또 이 기회를 교훈삼아 장기적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대.  정상용 (민주당의원. 국회 교통체신위원회 간사)

교통부 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부의 조처는 고속도로 체증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근시안적이고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교통체증으로 수출입 상품의 수송비가 상승했고, 이에 따라 제조업체의 국제경쟁력이 저하되는 등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고자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한 일이다. 또 일부 구간의 통행을 제한한다고 하여 전체적으로 교통체증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대신에 주변의 국도와 지방도에 극심한 체증이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 수원 구간 하루 평균 통행차량 7만9천여대 중 41%인 3마나2천대는 2명 이하가 합승한 승용차인데 앞으로 이 차량들이 국도로 몰릴 경우 체증이 아니라 교통마비를 야기해 수도권 주민의 생활은 물론 지방도로 및 국도 주변 기업체들의 경제활동을 극도로 위축시킬 것이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 체증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라도 대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여론도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 해도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 정부의 이번 조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나 보완책이 강구되지 않은 충격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4 · 20 대도시교통난완화대책’의 일환으로 이 계획을 검토해왔다고 하는데 이번의 발표에 앞서 왜 사전에 그 배경과 취지를 공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고속도로의 교통체증 완화 대책으로 교통부가 처음 국무회의에 보고한 방안에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2인 이하 승용차의 고속도로 진입금지, 혼잡한 시간대의 승용차 홀짝수 운행 등 세가지가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두번째 안이 채택된 것이다. 이런 결정과정에서 정부는 각각의 방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민주적인 합의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국민적인 반발이 일자 공청회, 언론인 간담회, 해당지역 주민간담회 등을 연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법적용 과정에도 무리가 있다. 정부는 이번 조처의 법적 근거로 도로교통법 제6조(교통안전과 원활한 소통 확보를 위해 구간을 정해 보행자, 차마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를 들고 있는데, 이번 조처는 성격상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다. 자발성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을 법적으로 처벌하고 범칙금을 징수할 수 있겠는가.

교통체증 문제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된 것은 그것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계에서는 원자재의 공급 지연 및 수출입 상품의 운송 곤란 등으로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조업 상품의 매출액 중 수송비 및 하역비 등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일본 11.3%, 미국 7%에 비해 우리가 17.4%로 수출경쟁 상대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원인을 경인 · 경부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에 모두 떠넘기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실질적인 책임은 70년대 후반 이후 수출 호황이 계속됐음에도 정부가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함으로써 전반적인 도로망이 낙후된 데에 있는 것이다. 또 경쟁력 약화의 근본원인은 교통체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벌 위주의 여신관리, 기술개발 소홀, 제조업부문 투자저조, 부동산투기 조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있는 것이다. 산업계가 이같은 극약처방을 찬성한다고 해서 정부의 이번 조처가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천 경기지역 산업체 인력의 50% 이상이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는데 이번 조처로 이들의 산업 활동이 근본적으로 위축된다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이번 조처에 대해 보완할 사항이나 아니면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해결할 다른 방안이 있는가?
근본적으로는 현재 계획중이거나 공사중인 도로확장을 서두르고 경인 복복선을 빨리 완공하는 길밖에 없다. 이와 병행해 경인고속도로의 경우 도로 확장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통행료 징수를 중단해야 한다. 고속도로가 아닌 저속도로에서의 통행료 징수는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톨게이트가 협소해 체증의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출퇴근 시차제를 과감하게 도입하고 승용차 함께타기 운동, 대중 교통수단 이용에 대한 캠페인 등 국민 계몽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도 화물 수송차량의 운송시간대를 과학적으로 조절할 필요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