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자기는 천하제일"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4.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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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에 '한국 자기' 강좌 개설했던 마우리 교수

지난 63년 주한 미국 대사관 문정관으로 있다가 귀국길에 오른 그레고리 헨더슨의 가방에는 한국 도자기 1백50점이 들어 있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제작된 그 도자기들은 48∼50년, 58∼63년 한국에서 근무하던 헨더슨이 수집하거나 기증받은 것들이었다. 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어 문화재를 해외로 반출하는 일이 불가능했으나 헨더슨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을 뿐더러, 도자기를 수집하고 본국으로 가져가는 데 한국 전문가의 도움까지 받았다.

 6세기 가야 토기인 각배(角杯)와 뱀 모양 장식이 붙은 토기, 섬세한 상감기법의 고려청자, 16세기 분청사기 같은 명품이 포함된 헨더슨의 수집품은 여러 차례 전시를 통해 미국에 그 존재를 알렸다. 88년 헨더슨이 사망한 뒤 그의 수집품들은 하버드 대학 새클러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헨더슨 컬렉션이 기증ㆍ전시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이가 바로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D. 마우리 교수(49)이다.

한국 미술에 각별한 애정
 "하버드 대학 박물관에 있는 아시아 작품은 2만 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한국 작품은 3백여 점이다." 새클러 박물관의 동양미술 큐레이터인 마우리 교수는 한국 작품이 숫자는 많지 않지만 모두 전시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헨더슨 컬렉션은 시대 별로 광범위하게 수집한 데다 질도 우수해 구미에 나가 있는 한국 도자기 수집품 가운데 가장 체계적이고 양식 면에서도 뛰어나다고 밝혔다. 아무리 교수에 따르면, 한국 미술품이 하버드 대학에 처음 들어온 것은 헐비 웨셀이라는 하버드 대학 졸업생이 동양을 여행하다가 수집한 12세기 청자 매병을 모교에 기증했던 1919년이다. 청자 매병에서 시작된 하버드 대학의 한국 미술품 수집은 헨더슨 컬레션에 이어 최근 16∼18세기 화첩을 구입해 모두 3백여 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중국미술사 전공자인 마우리 교수가 한국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온 60년대 말부터였다. 67∼69년 서울대 농대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던 그는, 이를 인연으로 미국에 있는 한국 미술품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91년 헨더슨의 수집품을 하버드 대학에 기증하도록 한 사람도 마우리 교수였고, 지난해 초, <천하제일 - 헨더슨의 한국도자기 컬레션 전시회>를 새클러 박물관에서 연 사람도 그였다. 해외에 반출된 한국 술품들이 그나마 흩어지지 않은 채 그 우수성을 드러내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것이다.

 한국 미술 전공자도 아닌 그가 한국 미술에 기울인 애정은 각별하다. "한국 자기는 참신하고 인간적이면 자연스러운 데가 있어 보면 볼수록 끌린다"는 그는, 지난해 봄학기에 미국 대학에서는 처음으로 하버드 대학에 한국 도자기 강좌를 개설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대학원생 12명이 수강한 이 강의에서 마우리 교수는 헨더슨 컬렉션을 강의의 주요 재료로 삼았다고 말했다.

 헨더슨 컬레션은 전시나 강의 같은 지적인 일 이외에도 미국내 한국 미술 연구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마우리 교수는 밝혔다. 헨더슨 컬렉션 중 절반은 무상으로 기증받았고 나머지는 백만달러에 20년 할부로 사들였으나, 하버드 대학이 해마다 지불하는 5만달러가 헨더슨의 부인에게 가자마자 대학으로 다시 돌려져 한국 미술 연구 기금으로 사용되도록 해놓은 것이다. "6∼7년 뒤부터 이 돈의 이자를 가지고 세 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 미술 전공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한국의 교수와 큐레이터를 미국에 초청하는 일, 그리고 미국에서 열리는 한국 미술 전시회를 지원하는 경비로 사용할 것이다." 마우리 교수는 9월2일 프레스센터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와서 강연하고 주요 박물관들을 돌아본 뒤 9월11일 미국으로 떠났다.
成宇濟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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