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할 기회 넓혀주자"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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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혁론> 펴낸 한준상 교수



 연세대 학생처장 韓駿相 교수(교육학)은 81년 <새로운 교육학 : 교육사회학 이론의 전개>라는 책을 내

놓은 이후 지금까지 모두 20여 권을 공동으로, 혹은 혼자서 내놓았다. 평균 1년에 2권 정도 책을 써낸 셈이다.

 한국의 교육 현실에 눈길을 주는 한교수의 저서들은 대학 강의실에서 교재로 쓰기 위해 급조한 기왕의 수준, 혹은 양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책은 매우 실천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교육의 개혁을 강하게 부르짖고 있다.

 이번에 나온 <한국교육개혁론>(학지사) 역시 이런 개인적 특징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교육개혁론>은 그가 강단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경험하고 눈여겨본 한국 교육 문제의 현실과, 그 현실을 깨뜨리기 위한 대안이 총체적으로 집약된 결실이라 할 만하다.

 한교수가 생각하는 교육의 목표는 '학교가 모든 사람을 1등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은 없지만, 1등급의 교육을 할 책임은 있다'는 말에서 출발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그는 오늘날 한국의 학교 교육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가 하는 근본적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두들 학교가 왜 있어야 하는지 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의 책무라든지 존재 이유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학교 교육이 이처럼 위기에 몰린 까닭은 무엇보다 제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교육제도를 손질했어도 꿰맨 자국만 있지 옷 자체를 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말로 제도 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대통령이 '교육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서한 만큼 공격적인 행동 (교육 개혁)을 통해 한 획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교수가 주장하는 교육 개혁의 기둥은 '출세할 기회의 다변화'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 현재의 단선형 학제는 간선 도로가 없는 고속 도로와 같아서 한번 밀리면 계속 정체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학제가 채택되던 45년에는 직업이 5천여 가지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5만 이상으로 늘어났다. 50년이나 지난 철로와 똑같은 이 학제 위로 새 기차가 지나가면 분명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그러므로 당연히 기본 골격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뼈대를 바꿔야 하는가. 한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다선형 학제를 통해 교육의 문을 열어놓자는 것이다. 대학 간의 전학도 허용하고, 전문대가 지금의 준 대학교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전문대의 특성을 살리는 목적 대학으로 변신하게 만든 다음, 전문대에서 일류대로 전학도 허용하는 등 학제를 융통성 있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다선형 학제의 핵심이다.

 초·중등 교육 과정의 사교육비(과외비)가 3조원이고, 학원 비까지 포함하면 교육부 1년 예산과 맞먹는 6조~7조원이 들어가는 이 현실을 어떻게 깨뜨릴 것인가를 한번쯤 생각한다면, 한교수의 <한국교육개혁론>을 눈여겨볼 만하다)

趙瑢俊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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