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가 위기를 맞은 근본 원인이 일본에 있다고 전해진다. 지금 일본 통일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일본 통일교는 문선명 교주가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를 설립한 5년 뒤인 59년 10월 밀항선을 타고 건너간 최상익이라는 전도사에 의해 세워졌다. 지난 10월 발간된 《일본종교총람》에 따르면 현재의 교세는 14개 교구, 78개 교회에 신도수가 42만명이다.
이 숫자로만 보면 일본 통일교는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신흥종교붐에도 끄떡없는 중견 종교단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외형상의 숫자와는 달리 지금 일본에서는 ‘통일신령협회 위기론??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위기론이 떠돌게 된 첫째 원인은 지난 30년 간 일본 통일교를 좌지우지한 2명의 최고 간부가 지난 9월 전격 교체됐기 때문이다. 한명은 일본통일신령협회 발족 이래 회장직과 국제승공연합 총재직을 겸임해온 구보키 오사미(久保木 修己)씨.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한 인텔리로 그동안 일본 통일교의 얼굴노릇을 해온 사람이다.
또 한명은 일본 통일교의 수익사업을 전담해온 해피 월드의 후루타 모토오(古田 元男) 사장. 그가 통일교의 돈줄을 쥐고 있던 관계로 관측통들은 실질적 수장은 후루타씨였으며 통일교본부에 송금하는 일도 그의 전담이었다고 추측한다.
일본 통일교의 새로운 회장으로 등장한 사람은 가미야마 다케루(神山 威)씨이다. 통일교에 들어간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그동안 문교주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활약해온 사람으로 84년 탈세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문교주와 같이 복역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딸을 문교주 친척에게 시집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문교주가 이 시기에 30년 공신들을 전격 해임하고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본 통일교의 어두운 면을 파헤친 《원리운동과 젊은이들》의 저자 아리타 요시후(有田 芳生)는 이렇게 주장했다.“지난 여름 서울에서 스포츠대회와 국제합동결혼식을 겸한??세계문화대축전??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자금과 인원부족으로 무산되었다. 이에 대한 문책인사라고 보면 틀림없다. 현재의 통일교 교세로 보아 3만쌍 합동결혼식 계획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최근 통일교를 이탈한 사람들로 조직된 ‘청춘을 돌려달라 소송??사무국의 한 간부는 무리한 송금요구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이번 수뇌부 이동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일본 통일교는 크게 문교주를 문자 그대로 구세주라고 신봉하는 ‘메시아파’, 일본의 여건에 맞게 통일신령협회를 운영해야 한다는??민족파??, 수익사업을 담당하는??경제파??로 나뉜다. 과도한 송금요구에 대한 민족파와 경제파의 반발 때문에 구보키 회장이 해임된 것이며, 가미야마 신임 회장은 메시아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렇다면 왜 수뇌부 인사이동이 통일교 위기론으로 발전하고 있는가.
우선 지금 일본 통일교가 재정적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통일신령협회는 그 동안 자금·인적인 면에서 통일교 전체의 확대성장을 뒷받침해온‘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75년 7월 일본 통일신령협회에 대한 송금명령이 떨어진 이래 정확히 얼마가 본부로 송금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통일교이탈 신도들에 따르면 성금과 수익사업(다보탑 인삼차 대리석단지 등 판매)에서 벌어들인 돈의 약 90%정도가 매월 본부로 송금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영감상법’으로 불리는 방문판매가 한창 성업중이던 86년 11월과 12월에 송금된 액수가 월 1백억엔이었다는 한 증억을 참작하면 그동안의 송금액수가 몇 조엔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없는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송금액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일설에 따르면 월 송금액이 전성기의 10분의 1인 10억엔,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 현재 일본 통일교의 송금능력이 전무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 원인은 얼마 전까지 수입원의 주종이던 방문판매사업이 많은 잡음을 일으켜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통일교측은 새로운 신도조직인 天地政敎를 통해 미륵불상 등을 판매해왔으나, 이것도 일본의 거품경제가 사그러들자 큰 재미를 못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본부로부터 할당받은 송금액수를 채우기 위해 각종 금융기관으로부터 거금을 대출받은 결과, 이에 대한 금리부담이 가중되어 송금은 켜녕 돈을 빌려 이자갚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감상법 피해구제 변호사 연락회??사무국장 야마구치 히로시(山口 廣)변호사는 “현재의 통일교신자가 42만명이라는 것은 얼토당토 않은 소리이다. 적게는 8천명 많게 보면 2만명 정도의 종교집단이 지금 자금동원능력을 상실해 많은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재산반환청구?혼인무효소송 등이 잇달아 제기될 것임을 예고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일본통일신령협회의 재정적·인적 위기가 바로 통일교 전체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것이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