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정기국회 登院
  • 이흥환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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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開院 날짜가 다가온다. 여당은 ‘사퇴정국’을 ‘협상정국’으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고, 두 야당은 국회해산 및 조기총선을 내세워 ‘협상’과는 먼 강경투쟁으로 밀고 나가려 하고 있다. 여야 두 의원의 의견을 들어본다

찬성

 최기선 국회의원. 민자당 부대변인. 전 통일민주당 총재비서실장. 경기도 부천 남구

 ●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야당의원들을 국회에 복귀시키고자 하는 민자당의 논리는 무엇인가?

 야당의원들의 사퇴 명분이 정치적·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국회를 버리고 장외투쟁을 하기에는 국내외적으로 너무나 긴박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첫째, 야당은 지난 임시국회에서의 법률처리를 빌미로 의원직 사퇴서를 냈는데, 사실 야당은 당초부터 계획된 수순에 따라 장외로 나간 것이다. 여당의 단독처리가 잘못된 것과 마찬가지로 야당이 각 상임위에서 물리적 힘으로 법안 상정마저 원천봉쇄한 것도 잘못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 전체가 150회 임시국회의 파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둘째, 국회해산과 총선실시는 현행법상 불가능한 주장이다. 법리상 헌정을 중단해야만 이것이 가능한데,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헌정을 중단시킬 것이며, 헌정을 중단하면서까지 국회를 해산시켜야 할 만큼 정치적 상황이 절망적인 것인지 의문을 제기치 않을 수 없다. 셋째, 민주주의를 고창하고 있는 야당은 모든 국정 현안을 원내에 수렴하여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의회민주주의 원칙을 준수, 조속히 국회에 나와 각종 화급한 민생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라크사태로 예상되는 제3의 유가파동과 통일·북방문제 등 즉시 대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에서 언제까지 국회가 이를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야당의원들은 국회에 복귀해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할 일이 너무 많다.

 ● 민자당이 최근에 내놓은 지자제 3단계안은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에는 미흡하지 않느냐 하는 지적이 있다.

 원래 평민당은 지자제의 공천제를 놓고 全部 아니면 全無라는 게임으로 나왔다. 그 와중에서 4인의 의원직 사퇴가 발단이 되어서 야당의원 전체의 의원직 사퇴파동으로 연결된 것 아닌가. 따라서 야당이 국회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은 지자제의 전향적 검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자당은 지자제의 정당공천제 도입을 수용하고 국가보안법 등을 전향적으로 손질하겠다고 했다. 또 연내에는 내각제 개헌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못박았고,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야당이 장외에 머물러야 할 명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책임을 분담하고 있는 야당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여 현명한 판단으로 원내에 복귀, 정국을 안정시켜야 하며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

 ● 야당과 정치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가을 정기국회는 민자당의 1당 국회로 가게 된다.

 정기국회는 국정감사를 하고 예산을 다루는 중요한 국회다. 야당도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의 이러한 역할과 책무를 외면할 수 없다. 여당 단독의 정기국회는 상정할 수 없다.

 ● 그러나 야당이 원내에 들어오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여당 단독 국회가 되는 것 아닌가?

 민생을 위한 예산을 다루는 국회일수록 야당은 국회로 들어와야 한다. 만일 야당이 이를 거부하고 장외투쟁만 한다면 의원이 직무유기일 뿐 아니라 지자제 문제가 발단이 되어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만들게 된다.

 ● 파국을 피하기 위해 여당이 야당에게 양보할 만한 것으로 어떤 것이 있겠는가? 민자당이 단독 처리한 법률안을 재심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지난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26개 법률 중 만일 수정할 것이 있다면 협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국회는 언제나 법을 개정할 수 있는 곳 아닌가.

 ● 책임이 어디에 있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이 높아가고 있다. 여야의 정치지도자들이 제몫을 못해내고 있기 때문에 정계는 ‘無主空山’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독재냐 반독재 민주화 투쟁이냐 하는 정치투쟁의 시대는 끝났다. 오늘의 상황은 국내외적으로 대전환기다. 동유럽의 공산주의 국가들이 한결같이 개방과 민주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오랜 적대관계에 있던 미·소가 화해와 협력을 선언했다. 우리도 40여년의 권위주의시대로부터 민주화시대로 전환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현정권을 과거의 독재정권과 같이 타도와 투쟁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미·소처럼 타국가 타민족간에도 화해가 이루어졌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내적 갈등으로 이렇게 대결만 해야 하는가. 시대와 상황이 크게 변했으면 정치도 변해야 한다. 과거 투쟁일변도의 정치형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치인들의 주요 과제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각계각층의 욕구와 이해관계를 조정하려면 이런 정치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정치투쟁이 아니라 정책대결에 의한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우리 정치인 모두가 자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

 김덕규 국회의원. 평민당 원내 수석부총무 서울 중량 을구. 의원직 사퇴서 제출
 ● 국회에 복귀할 수 없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13대 국회는 민의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야당의원들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것은 3당야합과 민자당의 불법 날치기 폭거로 13대 국회가 사실상 민의의 국회가 아닌 독재권력의 시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평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盧泰愚정권에 민자당창당 포기와 즉각 총선실시를 여러 차례 충고해왔으나, 盧정권은 이를 묵살하였고 급기야 내각제 개헌의 사전조치와도 같은 국군조직법과 방송법을 날치기로 개악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정치를 회복하는 길은 오직 지자제와 총선의 동시 실시로 국회를 민의에 의해 재구성하는 길뿐이다. 지자제의 실시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민자당이 지자제 정당 참여 보장, 국가보안법 등의 개정을 내세워 대화정치 회복을 부르짖고 있기는 하나, 국민을 그토록 경악케 했던 날치기 법률안을 폐기하기는커녕 그 후속조치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민자당이 아직도 내각제 개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민자당이 진정 잘못을 뉘우친다면 13대 국회에서의 내각제 개헌을 포기하고 그 증거로 날치기 법률안을 폐기하여야 하며, 이미 4당체제하에서 ‘대화정치’를 통해 합의한 바 있는 지자제 실시와 광주문제해결, 악법개폐 등을 한점 오차도 없이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 정기국회에 야당의원들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민자당 단독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야당의원들이 代議權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을텐데?

 대의정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헌정질서는 그 주권이 국민에게서 나온다 13대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받든 국회다. 3당야합 전의 야당 국회의원은 이 명령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러나 민주·공화 양당의 다수 의원들은 이를 저버리고 민정당과 야합함으로써 그들의 대의권을 임으로 처분해버렸다. 우리78명 사퇴의원들은 끝까지 대의권을 행사해 역전되고 있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정지시키려 했으나, 巨與의 부도덕한 횡포로 국민의 명령을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리 사퇴의원들은 대의권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대의권을 지키기 위한 自救 수단의 하나로 의원직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국민에 의해서가 아니라 몇몇 정치지도자의 권력욕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巨與국회가 존립하는 한 우리의 결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정기국회는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예산을 다루는 국회다. 야당이 등원을 거부한다면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못하게 되는데?

 정부·여당이 이미 지자제 선거와 총선에 대비해 선심용 추가 팽창예산을 확정한 사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민생과 경제를 외면하고 있는 민자당의 이러한 행태 하나만 보더라도 하루 빨리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국가경제의 장래를 위해서 얼마나 절실한가를 반증해준다. 이러한 예산남용을 막아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불법 날치기 횡포와 그동안 노정권이 거듭해온 식언들을 되돌아 볼 때, 야당이 정기국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한낱 ‘들러리서기’밖에 안 될 것이다. 원외투쟁이라고는 하지만 정당하고 합법적인 원내가 실종된 지금의 상황에서 원내와 원외의 구분은 적절치 않다. 우리 야당의원들은 국민과 함께 정치를 해왔기에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 정치를 하려는 것이다. 민의의 정당인 국회가 국민을 배신하는 데 어떻게 좌시하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야당의 원외투쟁은 지극히 평화적이며 국민의 여론을 좇는 정당한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다.

 ●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야당이 여당에게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내각제 개헌 포기, 날치기 법률안의 폐기, 12·15합의에 의한 지자제 실시, 광주문제 해결, 국가보안법 따위의 악법개폐 등 최소한의 전제조건이 해결돼야만 양보가 가능하다. 이것 없이는 어떠한 대화와 타협도 불가능하다. 민자당과 노정권이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국회해산과 총선거 실시를 통해 의회정치를 회복하는 방안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양보는 있을 수 없다.

 ● 야당의 요구를 여당이 전폭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여야 대치국면이 계속된다는 말인데,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노정권과 민자당은 국민의 위대함과 냉철함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민심이 민자당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78년 10대 총선 이후 국민은 독재세력에 다수표를 준 적이 없다. 13대 국회는 노정권이 과거를 청산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노정권은 그 기회를 스스로 내던져버렸다.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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