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장기의 매력은 짧은 승부
  • 김상규 (한국장기협회 이사·7단) ()
  • 승인 1990.08.2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번 실수에 고수도 덜미… 패인 곱씹어야 기력 향상

 將棋는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는 게임으로 1천만동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무 부담없이 즐기는 장기지만 생각해보면 정신스포츠로서 매우 우수한 점들이 보인다. 한번 매료되면 무아경에 빠져든다. 또 바쁜 현대인들이 가장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다. 보통 빠르면 5분에서 길어야 20~30분 안에 승부를 가름할 수 있으며 또한 경제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장기판과 알만 구비하면 다른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장소에도 구애를 받지 않아 실내, 옥외 어디서나 두사람이 마주 앉을 공간만 마련하면 된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스트레스를 해소 하는 데 적합한 정신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밖의 장점을 든다면, 남녀노소, 빈부귀천에 관계없이 즐기는 가운데 평등정신을 갖게 해주며, 청소년에겐 호연지기의 기상을 고취시킨다. 도 승리를 위해 아낌없이 棋物을 버리고 취하는 과정을 통해 계산적인 능력과 협동하는 마음을 일깨워준다. 장기판 그 자체는 인생의 축소판을 연상시키므로 충효 협동 봉사정신 책임감까지 배울 수 있으니 장기는 그 장점을 나열한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장기의 승부는 자기의 실력에 의해서만 가려지는 것이 아니다.

運七棋三이란 말이 있다. 대국에 임하였을 때 運이 70%를, 棋力이 30%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運이란 그날의 컨디션, 서로의 棋風, 부담감, 그리고 상대의 실수로 인한 자기의 이익등을 말하며, 棋란 평소 갖고 있는 자신의 棋力을 말한다.

 88년 1월1~3일 KBS 88장기최고수결정전에서의 일이다. 전문기사가 된 지 불과 7개월밖에 안된 풋내기 초단 成愚濟씨(현재 3단)는 1백20명이 참가한 예선전에서 파죽지세로 이름난 선배들을 무찌르고 본선 8강전에 올랐으며, 드디어 결승대국까지 진출하였다. 상대는 전년도에 최고수자리를 획득했고 우리 장기계를 주름잡던 이남춘 9단(당시 8단). 두사람의 대국 결과는 성초단의 승리였다. 물론 성초단의 실력도 자타가 공인할 만큼 대단하였기에 88최고수가 되었지만 이 9단의 패인은 다른 데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마도 선배로서의 ‘부담감’ 때문이었다고 여겨진다.

 85년 2월 여의도 광장에서 5백12명의 아마추어 장기동호인이 모인 가운데 KBS 민속축제 장기대회가 개최되었을 때의 일이다. 현재 2단인 홍안의 청년 신대순(24·경희대재학)이 장년의 이기동을 패기로 제압하여 뜻밖의 승리를 거두었다. 이기동은 부담감으로 아차 실수 한번에 패하여 우리 협회 40년 역사상 최단승부 기록을 남겼다.(왼쪽 기보).

 끝으로 평범하지만 불문율이나 다름없는 실력향상의 기본사항 몇가지를 상수와 하수의 대국태도를 비교하여 몇가지 소개한다.

 ① 상수는 두기전에 생각하고, 하수는 두고 나서야 생각한다. ② 상수는 장기판 전체의 국면을 보지만, 하수는 부분에만 집착하여 대세를 파악치 못한다. ③ 상수는 머리로 두고 하수는 눈으로 둔다. ④ 상수는 싸우지 않고 이기려 하고, 하수는 싸워서 이기려 한다. ⑤ 상수는 기물에 다소의 손해가 나더라도 선수를 잡으려 하나, 하수는 기물이 아까워 후수를 자초한다. ⑥ 상수는 위기에 봉착하면 타협과 안정을 찾지만, 하수는 이기려고만 한다.

 패자가 되었을 때 지게된 원인을 분석하여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기력향상의 지름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