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라도 중국인은 웃는다
  • 북경·박승호 통신원 ()
  • 승인 1991.12.0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富는 억제해도 기본생활은 보장…검소하고 물건값은 다양해 여유만만

 중국의 체제는 풍요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사회제도적 장치에 의해 크게 제한받는 가장 두드러진 사회주의국가인 반면 최소한의 생활수준은 어지간히 보장된 사회이다. 물론 여기서‘최소한??이란 말은 중국의 경제수준이 1인당 국민소득 4백달러 선임을 고려해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중국경제는 연평균 9%를 넘는 고속성장을 기록해왔다. 이에 따라 사회 각 분야가 엄청나게 빨리 변화하고 있는데, 북경사람들의 최근 소비생활도 이같은 추세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북경의 한 중류급 가정을 예로 들어보자,

 40대 후반 가정주부인 肖雅如(시아오 야루)씨는 북경 토박이 朝陽區 의 한중학교에서 17년째 교사로 일한다. 가족은 국영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모두 세 식구로 중학교 부근의 열다섯평쯤 되는 두칸짜리 아파트에서 남다른 욕심없이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마음씨 좋은 시골 아주머니를 연상케 하는 肖선생은 남편 월급을 합쳐 한달 수입이 5백元(약7만원, 1元은 1백40원 정도)이 채 못된다.“이전에는 가족 한사람당 매월 30~40元 정도면 충분했는데 요즈음은 물가가 오르고 씀씀이가 커져서 한사람에 1백元은 잡아야 해요. 10元을 가지고 하루도 못쓸 때가 많아요. 따로 비싼 물건을 안사면 한달에 1백元 남짓은 저축할 수 있습니다.??

 3백元이 넘는 월 생활비 중 절반 이상이 쌀 고기 야채 식용유 차 같은 식품비로 들어가고 다음은 의류 구입에 많이 든다.

 아파트는 남편 직장에서 배당받았는데, 월관리비는 전기·가스료를 합쳐 7~8元, 많아도 10元을 넘지 않는다. 아들에게 드는 돈도 내년에 대학생이 되고 나면 월 40~50元정도가 교육비 식비 및 잡비로 추가되리라고 본다. 肖선생은 금년 물가가 두자리 수로 뛴다고 우려하면서도, 검소한 생활습관 탓인지 여유있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실제 북경에서 유명한 시정인 王府井이나 東軍, 東西, 西軍市場 들을 다녀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많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같은 종류의 상품도 질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아용 겨울실내복 상하 한벌에 싼 것은 8~9元에서부터 비싼 것은 30~40元까지 다양하다. 물론 북경의 옷가격을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 북경의 외국인 상대 백화점인 友宜商店에서 순모 양복 한벌을 맞추는 데는 4백~5백元 수준이다. 아직 품질이나 모양이 뒤지긴 하나 향후 국제경쟁력을 생각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아찔하다.

 나이가 젊을수록 돈을 헤프게 쓰기는 북경도 서울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젊은 여자가 60~70元 하는 옷을 사입는 것은 사치에 속한다. 외국인을 빼면 북경에서 가장 돈을 잘 쓰는 사람들은 해외 화교로부터 부쳐오는 돈으로 생활하는 화교 친척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벤츠를 굴리기도 한다.

 북경시는 금년 5월 택시요금을 두배 가까이 인상하여 기본 요금 10~12元, 2㎞ 초과후 1㎞당 1.40~3.00元으로 대폭 올렸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을 겨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통 중국인은 택시를 거의 타지 않기 때문이다. 40~50분 거리는 자전거로, 그 이상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88.89 두 해동안 20%나 넘는 인플레를 겪은 중국이 최근 북경 천진 상해 광주 등 대도사를 중심으로 다시 10%를 넘는 인플레를 보여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다. 지난 6년간(1985~91) 전국 소비자물가는 두배 이상 오른 반면, 노동자 평균 임금은 70% 상승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많은 중국인들은 가격개혁에 따른 인플레진행을 경제발전의 불가피한 대가로 인식하려는 듯, 물가 걱정을 하면서도 크게 당황하거나 사재기할 기미는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시장에 물건이 넘쳐나고 있으며, 생필품의 경우 쇠고기 1㎏의 값이 7元에서 92元에 이를 만큼 가격차별화가 엄청난 형편에 맞는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터무니없는 부의 축적이나 투기가 허용되지 않는 체제다. 그러나 개혁의 가속화에 따라 경쟁사회로 변모하면 어쩔 수 없이 빈부격차와 인플레로 서민생활이 크게 도전받게 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