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에겐 음악이 특효"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1.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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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운동장애 등 치료…음악치료실 증가, 종합병원서도 채택

 “부인을 잃고 깊은 우울증에 빠져 있던 50세가량 된 환자의 증세는 온갖 치료에도 불구하고 점점 악화되어 갔다. 음식을 받지 않고 친구들과의 면회도 거절하였다. 갖가지 치료가 별효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그가 과거에 피아노를 즐겨 연주한 사실을 떠올려서 음악요법을 실시했다. 먼저 좋은 피아노 연주자를 초빙하여 느리고 감정적인 음악연주를 부탁하였다. 한두 곡이 연주되자 환자에게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조용한 묵상을 방해한 사람이 누구냐고 했으며, 차차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게끔 되었다. 나중에는 다른 환자를 위해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후 그는 필요한 약과 음식을 섭취하여 마침내 건강을 회복했다."

 이것은 축령복음병원(원장 : 신상철)에서 음악 요법으로 병을 치료한 임상 사례의 하나이다. 임은회 음악치료연구소에서는 1년여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던 네살짜리 자폐 어린이가 트라이앵글을 이용한 음악치료를 통해 의사를 표시하게 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밖에도 머리속에 항상 좁쌀 같은 벌레가 있다고 호소하는 대인관계 공포증 환자, 고2 때부터 틈만 있으면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껴 왔다는 우울증 환자, 상습적으로 가출하는 19세 소년 등‘뒤틀린??정신의 소유자들이 음악으로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

 음악에는 언어가 못미치는 영혼의 가장 비밀스러운 구석에까지 닿아 기분을 바꿔주는 힘이 있다. 따라서 음악은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소통할 수 없는 자폐적인 심리 상태에까지 뚫고들어가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 의학계의 주장이다. 특히 정신·신경증환자, 정신지체아동, 자폐증어린이, 운동장애자 들을 치유하는 데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진다.

 인제의과대학 서울 백병원의 정영조 신경정신과정은 환자의 사고 행동 감정을 관찰하는 데는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고 전제하고“음악은 비단 심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생리적으로도 호흡수 혈압 맥박과 같은 심장혈 관계에 변화를 주고, 자극에 대한??감수성 역치??를 낮추며, 근육의 피로시기를 늦추어 준다??고 말한다.

 어떤 질환의 환자에게 어떤 음악이 효과적 치료 기능이 있을까. 도표에서 보듯이 일본 구루미 대학에서 질환별로 곡목을 분류한 사례가 있지만,“일률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기준이라기보다는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것이 의학계의 지적이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혼자에게 같은 곡을 들려주어도 개개인의 교육정도, 음악적 소양, 성격, 음악과 연관된 특별한 경험에 따라서 다른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 요법을 시행하기 전에 먼저 환자의 음악세계에 대한 사전 정보가 있어야 하며(도표 참조) 환자의??음악 이력??에 대한 조사를 통해서 과연 음악이 환자의 치료적인 동기를??두드려??줄 수 있겠는가를 결정한다.

환자성격 따라 연주나 감상
 음악요법은 대상 수에 따라 개인 또는 집단으로 실시하며, 능동적인 방법과 수용적인 방법이 있다. 대개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는 가창, 악기 연주, 작곡을 하게 하는 능동적인 방법이 좋고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는 노래나 연주를 감상하게 하는 수용적인 방법이 더 적합하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용적인 방법을 더 선호한다. 이 치료방법은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만큼 환자가 약을 복용한 후 2시간쯤 지나 위 안에 음식물이 남아 있지 않을 때 한번에 50여분씩 실시하는 것이 좋다. 종합병원에서 음악치료 시간을 오전 11시나 오후 3시로 정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음악요법에는 아슬러의‘동질성 원칙??과 카푸르소의??이질성 원칙??이 적용된다. 동질성 원칙은 치료자의 감정 상태와 공감될 수 있는 음악을 먼저 들려주는 것이다. 동질성 원칙은 치료자의 감정 상태와 공감될 수 있는 음악을 먼저 들려주는 것이다. 이질성 원칙은 기분이 처져 있으면 밝은 곡을, 격앙된 상태이면 차분한 곡을 들려주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의학계에서는 이 두 원칙을 적절히 배합하는 방법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우울한 사람에게는 먼저 느리고 조용한 음악을 들려주어 우울한 감정을 충분히 승화시킨 뒤, 그 분위기로부터 벗어나려는 본능을 적절히 이용하여 밝고 경쾌한 음악으로 바꾸어 가는 방법이다. 치료 과정에서 때때로 환자가 귀를 틀어먹는 등??거부 반응??을 보이는 수도 있는데, 이는 음악 자극에 대한 중요한 반응으로서 치료 시작단계에 들어갔음을 뜻한다.

 음악 요법은 기원은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 의학계에는 60년대 초반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몇몇 정신과 의사에 의해서 시험적으로 실시되었다. 최근에는 인제의과대학병원 순천향병원 축령복음병원 성북구베드로병원에서 정신치료의 보조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요즈음 유럽이나 미국에서 자격증을 딴‘음악치료사??들이 귀국하여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음악 요법에 대한 바른 인식 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음악치료사는 음악을 도구로 삼고 있는 만큼 음악공부에 40% 치료공부에 60%의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전공한 사람이 음악치료사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음악치료사는 그 역할에 따라 전문치료사와 보조치료사로 나눈다. 전문치료사는 개인적으로 독립된 치료실을 갖고 환자에게 음악 치료를 하며, 보조치료사는 병원에서 정신과의사 사회사업가 심리학자 간호사 들과 팀을 이뤄 음악요법을 실시한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적으로 치료실을 개업한 곳은 86년 9월 개소한 임은희 음악치료연구소를 지금까지 150여명이 이곳에서 진료를 받았다.

 일상 생활에서 음악으로 기분전환을 꾀하는 경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젊은이들이 워크맨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것도 외부 환경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부터 보호받고, 원치 않는 소음을 차단하여 기분을 안정시키려는 행위이다. 치과 진료 때 음악을 틀어놓는 것은 가장 보편작인 예이다.

 “좋아하는 음악은 진료의자에 앉아 있는 환자의 긴장을 어느 정도 이완시켜 준다??고 말하는 치과의사 문준식 씨는 미국에서는??공포??의 치과기계음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환자들이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면서 진료를 받는 곳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생활 속에서의 음악 감상 행위와 반드시 치료가 있어야 하는 음악치료와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 음악치료사 임은희씨의 주장이다.??음악이 질병 치료 수단으로 사용되면 그것은 더이상 감상용 음악이 아니라 자극??이라고 설명하는 임씨는 치료사 없이 음악 감상만으로는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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