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 만난 듯한 느낌
  • 명 (태국교포· 통역) ()
  • 승인 199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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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롱 시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문화방송이 <인간시대>녹화를 할 때 통역을 맡았었다. 만나기 전부터 그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알고 있던 시장은 하루 한끼로 사는 사람, 채식주의자, 모기 한마리조차 죽이지 못하는 사람, 가난을 택한 정직한 사람, 예쁜 부인을 가진 사람 등이었다.

 방송취재팀과 함께 그와 10여일간 가까이 지내면서 그가 매우 온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의 권위의식이나 엄격함 또는 거리를 두려는 태도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의 말과 행동에서 마치 친정아버지를 만난 듯 푸근함과 편안함을 느꼈다.

 잠롱 시장은 방콕시민이 직접 뽑은 최초의 민선시장이다. 그는 소시민의 입장에 서서 일을 하며 시민들은 이를 알고 있다. 두 번째 선거에 출마했을 때 그느 선거비용을 우리 돈으로 20만∼30만원밖에 안썼으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천달러 정도에 불과하지만 방콕시민들이 ‘돈의 정치’를 거부하고 ‘정직의 정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1985년 그가 시장에 취임한 이래 방콕시에는 두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해마다 겪던 방콕의 홍수피해가 줄고 도시가 깨끗해졌다. 이렇게 될 수 있던 것은 잠롱 시장이 부정부패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충실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시민들은 믿고 있다. 선거공약이 선거 때의 공허한 약속만으로 끝나버리는 전례를 너무 자주 보아온 나는 그가 약속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놀라웠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평안은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이나 물질적 부에 있지 않습니다. 남에게 나누어줄 때, 마음을 비울 때, 참다운 평안과 행복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하며 내게도 그렇게 살아보라고 은근히 권유했다.

 잠롱 시장 그는 결코 큰키가 아니지만 방콕시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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