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교과서 선정 비리있다.
  • 성우제 기자 ()
  • 승인 199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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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 의원 교육부 감사서 물증 제시

 95년부터 바뀌는 중학교 2종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부조리가 개입했음이 확인되었다. 지난 9월28일 교육부 감사에서 민주당 교육위원회 소속 李 協 의원이 제시한 바에 따르면, 제6차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바뀌는 2종 교과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출판사 간의 치열한 경쟁과 일선 교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다. 그런데도 교육부자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 새로 마련한 제도는 그 효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학교에서 9월4~8일 선정 심사를 하기 전까지 공개가 금지된 교과서 내용을 사전 유출한 증거물이 발견된 것이다.

 그 증거물은 두가지이다. 교과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만든 출판사의 팜플렛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출판사의 이름을 미리 알 수 없도록 한 장치가 유명무실하게 되도록 한 쪽지이다(왼쪽 사진 참조).

 교육부는 5차 개정 때까지 드러난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6차 개정에서는 중학교 2종 교과서 선정 방법을 바꾸었다. 2종 교과서는 수학 영어 과학 등 열한 개 과목에 이른다. 과목당 여덟 출판사가 두 차례 심사를 거쳐 선정 대상에 올랐고, 일선 중학교에서는 과목 별로 담당 교사들이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그 중 한 출판사의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되어 있다. 5차 개정 때는 선정 대상에 오른 각 교과서에 출판사외 지은이들의 이름을 표시해 놓아 출판사의 사전 로비에 따른 각종 부조리가 개입될 여지가 있었다.

더 치열해진 출판사 로비
 그같은 부조리를 막이 위해 교육부는 6차 개정부터 심사용 전시본 교과서의 모든 표지를 백지로 만들고, 그 위에 과목 이름과 주문 번호만 적어놓아 어느 출판사의 견본품인지 알 수 없도록 해놓았다. 그러므로 각 학교는 내용 심의만을 거쳐 교과서를 채택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팜플렛과 쪽지는 교육부의 감독 기능을 무용지물로 만들었으며, 학교를 상대로 한 출판사들의 사전 로비가 5차 개정 때보다도 훨씬 은밀하게 진행되었음을 추측케 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학교에서 교과서 선정 심사가 이뤄지기 이전에 팜플렛을 미리 만들어, 교과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실어놓았다. 팜플렛과 심의용 주문본 교과서를 대조해보면, 출판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과서의 주문 번호는 교육부 편수국 담당자가 교과서 발행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 2종교과서협회에서 써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교육부 편수국 담당자 외에는 누구도 출판사 주문 번호를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이 쪽지자 광범위하게 유출되어 있어 교육부가 사전 로비에 깊이 개입되어 있지 않으면 그럴 수 없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편수국의 한 관계자는 “전시본 책자가 지방은 8월26일부터, 서울은 9월1일부터 나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주문 번호가 유출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출판사가 자기 주문 번호를 알려고만 한다면 교과서의 내용을 훑어본 사람에게 책의 특징을 알려주고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추측이다.

 주문 번호는 여러 개가 함께 돌아다녔다. 이 협 의원측이 제시한 증거물은 같은 체의 글씨로 된 ‘동아(출판사), 과학-1204’ ‘한생(출판사), 과학-1202’이다. 이의원측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많은 교사가 팜플렛은 물론 주문 번호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서울 ㅅ중학교의 한 교사는 “ㄱ출판사 참고서 집필자로 참여한 교사가 책 선정을 주도했다. 물론 교과서는 ㄱ출판사 것으로 채택되었더. 그 교사의 책상 위에는 주문 번호와 출판사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메모지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심의하기 전 그 과목 교사 숫자 만큼의 국어.자연도감 사전들이 학교에 와 있었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이 2종 교과서 선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학생들이 교과서와 함께 스기 마련인 자가 출판사의 참고서와 문제집 판매 때문이다. 교과서가 권당 천원 선인 반면, 참고서와 문제지는 3천~9천원 선에 가격이 형성된다. 일선 학교의 참고서 채택 문제는 오래 전부터 불거져나온 비리이다. 출판사들은 거액을 채택료로 학교에 뿌려가면서 불법 영업 행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협 의원측에 따르면, 어느 교사는 “작년에 한 교사가 채택료를 나눠주는 것을 받지 않았다가 1년 동안 관계가 몹시 불편했다. 올해는 30만원을 받으면서 차라리 참고서 값을 할인해 주는 게 어떠냐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면서, 그 학교에서는 3천만원 정도의 채택료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학생 숫자와 채택료를 따져볼 때 3천만원은 참고서의 가격을 25% 정도 내릴 수 있는 규모이다. 그 25%의 금액은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만 늘려
 교육부 편수국의 한 관계자는, 교과서가 선정되기 전 팜플렛이 나돌고 일부 출판사들이 채택 운동을 벌이는 것을 알고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면서 “팜플렛을 만든 것에 채택 운동을 하려는 의도가 없다고는 볼 수 없으나, 출판사로서야 교과서가 상품이고, 누가 얼마를 주고 받았는가 하는 정확한 근거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당국에 고발하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협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중고생 부교재 비용은 1년에 1천5백85억원에 이른다.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할 사교육비가 그만큼 된다는 뜻이다. 9월28일 金淑喜 교육부장관은 10월17일 감사에서 새 제도를 마련해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成宇濟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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