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의 아우토반'345번 지방도로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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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트럭 난폭 운전으로 8년째 주민 피해…시위 주도한 이중 구속

경기도 평택군 원정리 345번 지방도로 인근 주민들은 난폭한 덤프트럭과 8년째 싸움을 하고 있다. 마을 주변에 바닷모래 야적장이 들어서고 나서 덤프 트럭으로 인한 피해가 생기자 팔소매를 걷고 나선 것이다. 마침내 지난 6월에는 평택군 원정8리 이장 신정만씨와 다른 주민 대표 3명이 주민들을 모아 도로를 막고 사흘간 시위를 벌였는데, 시위가 일어난 지 한달 뒤 모래 회사들이 신씨 등 주민 대표를 ‘업무를 방해하고 영업에 해를 입혔다??며 고소했다. 신씨는 9월12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기나긴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345번 지방 도로를 질주하는 트럭들은 평택군 포승면 바닷가에서 모래를 퍼 나르는 차량들이다. 하루 15t 내지 20t급 덤프 트럭 4백대 정도가 모래를 실어 나르는데, 모래를 싣기 위해 작업장으로 가는 차량까지 합치면 모두 8백대가 들락거린다. 이 8백대가 따라 하루에 네댓번씩 이 도로를 질주한다. 345번 도로는 덤프 트럭 전용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사고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트럭이 전봇대를 들이받아 마을에 전기가 끊어지거나 논두렁에 굴러떨어져 논을 망치는 일은 인명 사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밤낮으로 운행하는 덤프 트럭에 치여 죽거나 다치는 사고도 잦다. 지난해 3월 개학 무렵, 인근 화성군 이화리에서 학생을 태우고 가던 시내버스를 덤프 트럭이 들이받아, 버스에 탔던 초.중.고등 학생이 여럿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물론 과속이 밎은 일이었다.

 덤프 트럭이 일상으로 저지르는 범법행위는 제한속도 위반, 중앙선 침범, 안전거리 미확보, 비탈길에서의 서행.일시정지 위반 등 주로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앞서 가는 차 꽁무니에 바짝 따라붙어 위협 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피해 지역 주민들 주장에 따르면, 이곳을 지나다니는 거개의 덤프 트럭이 덮개를 씌우지 않거나 젖은 모래를 그대로 실어날라 마을이 온통 먼지에 뒤덮이거나 도로가 물바다가 된다는 것이다. 야간에는 금지된 모래 반출 행위도 성행한다는 것이 주민들이 얘기다.

 덤프 트럭이 이처럼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운전자들이 규정대로 트럭을 몰다가는 밥 굶기 알맞기 때문이다. 덤프 트럭 수입은 ‘탕 수??로 계산되기 때문에, 운전사들은 한 탕이라도 더 채우려고 과속을 서슴지 않는다. 도로상에서 만난 한 트럭 운전기사는 ??여기서 수원까지 세시간 거리인데 한탕에 5만원이다. 트럭 한 대 값이 1억원이 넘는데, 감가상각비와 할부금을 빼고도 남는 게 있으려면 빨리 달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모래 회사 책임 회피 급급
 하지만 진짜 문제는 모래 회사들에게 덤프 트럭에 의한 피해 발생 책임을 따지면서 시작됐다. 현재 덤프 트럭이 드나드는 모래 회사로 (주)근기.남양광업.서해개발 등 네업체가 있다. 원정리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셈이다. 물론 끊이지 않는 주민들 항의에 대해 모래 업자들도 할 말이 있다. 중개 회사와 계약을 맺어 모래를 공급해 주는 일만 하므로, 공로상 트럭 운행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질 일이 없다는 것이다. (주)근기의 한 현장 책임자는 “세륜.세차 등 현장에서 지켜야 할 수칙은 빠뜨리지 않고 점검한다. 문제는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우리더러 모두 다 책임지라는 얘기는 말이 안된다??라고 주장한다.

 모래 회사들은 오히려 부락의 집단 시위로 인해 4억 가까운 손해를 봤다며 시위를 주도한 이장과 주민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주민들은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됐거나 불구속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에도 덤프 트럭은 여전히 마을 옆길을 질주하고 이싿.

朴晟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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