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교복착용 바람직한가
  • 여운연 차장 ()
  • 승인 1990.09.0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복을 다시 입는 학교가 늘고 있다. 문교당국도 최근 일선학교에 학생들의 교복착용을 권장토록 지시했으나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시교위 관계자의 주장과 학계의 비판론을 들어본다

찬성

 김태진 서울시 교육위원회 중등교육과 장학사, 서울대 사법대·단국대 대학원 졸업

●교복 착용을 주장하는 이유는?

 83년 3월1일 이후 교복이 폐지되고 자유복을 입게 된 결과, 일부이긴 하나 검소한 생활의 미덕을 배워야 할 학생들이 분수에 맞지 않게 비싼 옷을 입고 다님으로써 학우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아침 등교시 옷투정을 해 부모를 괴롭히는 여학생이 적지 않은가 하면 남학생의 경우도 사회인과 같은 복장(머리 모양,신발까지)을 함으로써 성인이 된 듯 우쭐한 기분에서 음주, 유흥장 출입 등 성인 행동을 모방해 생활지도상 적지 않는 문제점을 던져주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볼 때 왜 교복을 입히는 것이 좋은가하는 이유는 자명해졌으나 이를 다시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료의식과 동문의식이 강해진다. 낯선 곳에서 만나도 곧 자기 학교 학생임을, 선배는 후배임을 알아 볼 수 있어 친근감과 유대감이 형성된다. 둘째, 청소년 비행을 줄일 수 있다. 학생이 탈선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복장이 사회인과 구별이 안되는 데서 오는 원인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셋째, 교사가 자기 학교의 학생을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생활지도에 편리한 점이 많다. 넷째, 학생 자신이 사회에서 학생신분에 맞는 대우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다섯째, 나는 ‘아무 학교의 학생’이라는 명예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으며 행동을 삼가게 된다. 여섯째,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과소비 지양과 근검절약 정신을 기를 수 있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시 방침을 바꾸기보다는 주어진 자유를 올바르게 누릴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의식 수준이 정착될 때까지 좀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지 않겠는가.

 중·고등학생들이 미성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성장과정에 있으며 배움의 도상에 있다. 교육을 전정에 비유한 교육학자의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무가 자라는데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제멋대로 뻗어나가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의식수준이 정착되기 전에 그들은 졸업을 해 사회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기도 한다.

김태진 “경제적 위화감을 해소할 것이다”

●교복은 획일, 타율의 이미지를 지닌 것으로 경직된 정치 풍토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돼왔다. 83년 교복자율화를 실시한 당시에도 때늦은 조치라는 소리가 많았는데 이제 또다시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은 최근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 탓이란 지적도 있다

 종래 입던 교복은 그 모양새나 옷감도 좋지 않았으며 그야말로 획일적이었다. 머리 모양도 그러했고 신발도, 책가방도 시대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통제되어왔다. 따라서 어떤 획기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모든 학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교복을 폐지한 83년 조치는 처음부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86년 교복 자유화조치가 나온 배경이 바로 이점에 있다. 86년의 보완조치는 83년 조치의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을 살린 순수한 교육적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교복을 입히거나 입히지 않거나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학교장에게 일임되어 있다. 학교장이라고 해서 독단으로 교복을 입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교복 착용에 대한 필요성이 충분히 검토되고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이 고루 수렴된 후에라야 방침이 결정된다. 따라서 교복 착용에는 행정 당국의 어떤 의도적인 작용도 없으며 사회적 분위기와는 전혀 관계없다.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교복을 입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교복착용이 청소년 범죄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학생 비행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는 하교길에 담배를 피워 물고 다니거나, 포장마차집에서 술을 버젓이 마시지는 못할 것이다. 교복은 자신이 학생 신분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매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흡연 음주 유흥장 출입이 바로 청소년의 비행이며 이것이 범죄로 연결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우리나라 같은 과밀 학급, 과대 학교 현실에서는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서도 교복착용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교복을 착용하는 학교들을 보면 당사자인 학생보다 교사나 학부모의 찬성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성세대의 편의적 발상이 청소년들의 개성과 독창성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복착용을 결정할 때에는 학부모나 교사의 찬성 비율보다는 학생들의 찬성 비율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교복을 입는다고 해서 학생들의 개성과 독창성이 억제된다고 보지 않는다. 예전과는 달리 최근의 교복은 그야말로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으며 모양도 매우 예뻐서 그 학교의 전통과 학생들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학생들이 교복 디자인을 하거나 참여하여 만든 교복을 입는 학교도 있다. 자율복을 입는다 하더라도 사주는 학부모의 취향에 따라 학생의 의사가 제약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반대

 강아주 인천대 가정관리학과 교수. 서울대 사법대 졸업. 소비자학박사
●교복착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83년 교복 자율화가 이루어질 당시 이 문제는 찬·반 논의를 거듭한 결과 자율화 쪽이 보다 장점이 많은 것으로 판단돼 시행된 줄로 알고 있다. ‘교복을 입느냐’ ‘자유복장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교육의 목표가 미래사회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이며 자기 통제력이 있는 민주시민의 양성에 있다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의복생활은 어떤 형태가 되는 것이 좋겠는가 하는 근원적 질문 속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그들은 객관적으로 주어진 조건(지역, 기후, 작업량)과 주관적인 상황(개성, 가정형편)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입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하여 학생들은 현실적 제약의 테두리 속에서 가장 만족을 크게 주는 제품을 선택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고 타고난 개성의 발휘를 통해 심미안과 자율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후, 지역, 일과에 따라 편리한 복장을 함으로써 기능적이고 위생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교복착용을 주장하는 쪽은 그 한 이유로 교복자율화조치 이후 청소년법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청소년들이 계속 교복을 입었다면 그들의 범죄율이 옛날과 같은 수준에 머물어 있었을 것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청소년 범죄는 그들의 자유로운 복장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범죄의 증가, 가치관의 혼란, 폭력을 묘사하는 영상매체와의 빈번한 접촉, 열악한 교육환경, 극심한 경쟁, 가족간의 대화부족 등에 더 큰 원인이 있으며 이러한 제반 요인이 해를 거듭함에 따라 더욱 악화되어온 것이다 그들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비교육적 환경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은 가운데 교복이라는 가시적, 형식적 틀로써 지도에 임한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사들은 관찰할 수 있는 시간대 내에서 자기 책임하의 학생들을 다른 집단과 쉽게 구분함으로써 일견 그들을 크게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쉬우나 이는 근본적인 지도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의식내용을 계도하는 것이다.

강아주 “위화감을 조성하는 게 교복뿐인가”

●교복착용이 일부의 사치로 생기는 위화감을 해소하고 서민층 학부모의 의복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값싼 티셔츠와 내구성이 큰 청바지를 즐겨입고 다닌다. 이러한 것은 국민학교 때부터 자연스럽게 입어왔던 옷들이다. 중·고등학교는 국민학교 생활의 연장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와서 갑자기 사치스러운 의복문제가 증폭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국민학교 때보다 더 검소한 차림이 되는 느낌이다. 교복을 입든 자유복을 입든 어떤 형태의 옷을 입더라도 사치스럽거나 요란한 모습을 보이는 소수가 있게 마련이다. 교복을 입을 경우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진다고 생각되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학교에 갈 대 이외에는 교복을 입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교복은 교복대로, 자유복은 또 그것대로 교대하여 입을 수 있도록 두 종류의 옷을 장만하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경제적 요인을 진정으로 고려하려면 신발, 가방 등의 미세한 부분도 저렴하고 질박한 제품으로 통일시켜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일상에서 계속 필요로 하는 각종 문구류 및 생활용품들이 고급화, 유행화 경향을 띠면서 생산되는 한 불필요한 소비가 조장될 수밖에 없다.

●교복자율화가 학생들에게 독창성을 심어줌으로써 민주시민의식을 길러줄 수 있다고들 하지만 교복을 입는다고 해서 독창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극도의 이기주의로 치닫는 요즘 세태에 학생들에게 애교심과 긍지를 심어주는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을텐데…

 애교심과 긍지를 심어주는 측면이 전혀 없지는 않겠으나 스스로 선택한 학교가 아니므로 입학의 열망도가 큰 학교에서 그 학교의 상징인 교복을 입고 자란 기성세대의 기대치만큼 그렇게 놓은 애교심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청소년들은 언제까지나 학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민주시민으로 성숙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획일적 틀 속에 가두기보다는 오히려 자율에 맡기는 것이 장점이 더 많을 것이다.

●종래의 교복은 일제 때 것을 그래도 답습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새 교복은 나름대로 개성을 살리면서 실용적이며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요즈음 교복은 과거보다는 모양과 색상 등이 아름다워 보기에 훨씬 좋다. 그러나 아무리 진일보한 것이라도 그것은 그들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권이 배제된 획일적 의생활을 강요하는 것이 된다. 어른의 입장에서 각양각색의 차림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바라볼 때 다소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참을성을 가지고 바른 가치관과 심미안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