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말하기, 어떻게 하나
  • 진철수 유럽지국장 ()
  • 승인 1990.09.1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킹 교수의 생활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우선 ‘대화’부터 부자유스럽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하면, 시선이 마주침으로써 그가 알아들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로부터 응답이 나오기까지에는 약간 시간이 걸린다. 바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컴퓨터의 스위치를 누름으로써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낱말 한낱말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화면에 알파벳이 나오면 그 위를 커서가 훑어 내려간다. 원하는 글자에 ‘커서’가 갔을 때 호킹 교수는 스위치를 누른다. 예컨대 ‘H'를 골랐다고 하면, 다음에는 화면에 ’Hand' 'Heat' 'Hello'등 ‘H'로 시작되는 단어들이 연달아 나타난다. 커서가 필요한 단어에 이르렀을 때 호킹 교수는 다시 스위치를 누른다. 이런 방식으로 글짓기가 끝나면 글은 컴퓨터를 이용한 ‘음성합성기’를 통해서 소리가 되어 나온다. 스피커는 휠체어 등부분에 장치되어 있다. 이렇게 사전에서 단어를 찾듯이 하여 글을 짓게 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빨라야 1분에 10개 단어. 보통 사람들의 대화에는 1분에 1백개 이상의 단어가 사용된다.

 호킹 교수가 ‘루 게릭’병에 시달려온 지도 27년이나 된다. 지금도 병세는 진행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년전만 해도 그는 고개를 반듯이 들고 있을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자꾸 한쪽으로 기운다.

 목수술 이전에도 이미 성대 근육이 말을 안듣기 시작하여 발음이 희미했다. 측근이 항상 따라다니면서 통역을 해야만 의사소통이 됐다. 그가 말을 전혀 못하게 된 것은 1985년이다. 폐렴을 앓아 기관절개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호흡도 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서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글을 짓자면 다른 사람이 들어보이는 알파벳 카드를 보면서 눈썹을 치키는 신호로 글자를 하나씩 골라나가야만 했다.

 호킹 교수는 글짓기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음성합성기를 활용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