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기금 정치자금화 당치 않다”
  • 편집국 ()
  • 승인 199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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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안정기금 李根洙 운영위원장 / 증시 떠도는 ‘돼지파동식 공작’ 소문 부인

 ‘돼지파동’으로 불리는 루머가 최근 증시에 떠돌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7만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한 축산농가 주인이 돼지값은 7만원이고 한달 사료값이 8만원인 ‘배보다 배꼽’이 클 때도 무슨 속셈인지 돼지를 내다팔지 않았다. 영세축산농가는 자금압박을 받아 내다팔 수 밖에 없었다. 돼지값은 자꾸 떨어졌다. 파동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1마리에 7만원씩에 사주었다. 시장에 돼지가 쏟아져나왔다. 밑지고 판 예가 허다했다. 1년쯤 지나자 돼지값은 20만원으로 폭등했다. 시장에 공급물량이 고갈된 결과였다. 요즘 증시가 이런 돼지파동의 상황전개를 닮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12·12조치’ 이후 정부가 장을 살리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주가가 이렇게 빠질 수는 없었다고 해석한다. 정부가 주가를 떨어뜨릴 때까지 떨어뜨려놓고 모종의 공작을 벌일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증권시장 안정기금마저 색안경을 끼고 본다. 별 증거가 없으니 이런 주장은 과민한 피해의식의 산물일 것이다.

 증안기금은 주가가 8백선을 위협하던 지난 5월8일 증권업협회(7월말 조합원 총회에서 독립기구로 재출범)가 60년초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조성한 주식매입자금이다. 처음에는 25개 증권사가 참여해 조성했고 이어 은행 보험 등 기관투자가도 참여했다. 또 5백80개 상장사들이 6월말 출자를 마무리, 8월말 현재 조성액은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출범 후 1조8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특히 6백선 붕괴 시점에서는 하루 최고 1천5백억원의 사자주문을 내는 등 고군분투했다. 최대기관투자가로서 장을 떠받쳐온 증안기금의 운영방침에 대해 李根洙운영위원장(한국투자신탁 부사장)을 만나 들어봤다.

 

●최근 증권가엔 ‘증안기금의 정치자금화’란 풍문이 무성한데….

 60년대에 ‘증권파동’을 떠올리는 이들이 조작해낸 듯한데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구시대적 발상이다. 증안기금이 그렇게 될래야 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출자자들이 정해져 있다. 민법상 조합형태로 한시적 기구(3년)인 증안기금은 증시가 안정돼 해체하게 되면 당연히 출자자에게 출자지분에 비례해 이익금을 돌려주게 돼 있다.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을 때 증안기금이 주식을 샀기 때문에 오른 뒤 팔면 단번에 거액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주가를 떨어뜨릴려고 방치했고 그 이면에는 흑막이 있다는 것인데….

 증안기금은 8백20선부터 개입했다. 9백선 이후 판다고 가정하는 모양인데 한꺼번에 팔면 어떻게 되겠는가. 또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 시장여건에서 한 기관이 그렇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규약에도 증시가 안정될 때까지 팔지 못하게 돼 있거니와 설사 팔아도좋을 시점이 왔다고 판단돼도 서서히 움직여 나갈 것이다.

●30일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에서 4조원 연말 조성을 9월말로 앞당기고 제2증안(증시활성화기금)도 거론됐는데 투자심리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3개월 앞당겨져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 제2증안 조성은 민자당이 추진할 것을 밝혀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출범 1백일이 지났다. 이쯤해서 자체 평가를 한다면….

 비난도 많았지만 증안기금은 악조건 속에서도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증시안정을 위해 한층 더 노력하겠다.

●6백선이 붕괴(8.24)된 이틀 전으로 생각되는데 金鍾仁 청와대경제수석이 “6백선은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고 알려졌다. 증안기금에 비상이 걸리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한번도 정책당국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공정성 객관성 독립성 확보는 기금의 생명이다.

●한국증시의 구조적 문제점은 무엇인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많지만 특히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낮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미국 일본처럼 기관투자가의 비중을 크게 높여 장세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증안기금의 운영전략이 출연자 주식 우선 매입, 금융주·대형주 매입에 편중돼 특정사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기금의 보유주식 포트폴리오(분산투자) 구성에 고심했다. 우선 초기에는 관련투자자들이 많고 하락폭이 커서 지수관리의 효과가 큰 은행, 증권주 등 금융주와 포철·한전주 등 대형 우량주를 1차 매입대상으로 했다. 출연자주식 우선매입원칙 적용이라기 보다는 지수관리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5월말 이후에 중·소형주까지 대상종목을 확대시켰다. 최근 들어서는 순환매입을 시도, 중형주에 집중투자해 주도주를 만들어나가려고 하고 있다. 지수관리라는 방어적 자세에서 공격적 자세로의 변신이다. 처음에는 모두가 미숙했고 방어에도 힘이 모자랐다.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특정사에 특혜를 주었다는 오해는 곤혹스럽다.

●운영위원장으로서의 앞으로 방침은?

 증안기금의 조성 목적은 주가하락 저지, 시장자율기능 제고, 투자심리 회복이다. 시장안정이지 부양은 아니다. 안전판 역할을 다하기 위해 효율적 투자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때로는 과감히 공격적인 장세개입도 하려고 한다. 일반투자자들은 증안기금을 도와 장기안정투자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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