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국구의원 ‘지역따기’숨찬 경쟁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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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 방침으로 각축 본격화 … 서울 송파 을, 前의원 포함 5명이 경합

 9월 들어 여의도정가가 술렁대기 시작한다. 때 이르게 터져나온 민자당의 국회의원선거법 개정 방침으로 무기력과 침체 속에 긴 여름잠을 자던 ‘정치방학’이 막판에 이르러 요란스레 끝날 기미다. 金泳三대표나 당직자들의 말대로라면, 이번 선거구 조정은 對野전략의 일환이라기보다는 3합당의 결과로 노출된 당분열상을 수습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는 쪽으로 기운다. 선거법 개정방안이 나온 시점에 맞춰 민자당이 16개 미창당 지구당의 조직책 중 12곳을 내정하는 등 조직책 선정을 서둘러 끝맺음하려는 것도 이같은 사정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합당으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라 선거구가 늘어나기만을 숨죽이며 기다려온 대부분의 민자당 전국구의원들에게는 선거법 개정방침이야말로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민정계의 한 전국구 의원은 “그동안 기존 의원들의 눈총을 피해가며 지역구 활동하느라 여간 설움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마치 죄라도 짓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선거구가 조정된다는 방침이 나왔으니 가슴 좀 펴고 떳떳하게 선거구를 다닐 수 있게 됐다”고 그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민자당의 전국구 의원은 모두 59명, 민정계38명, 민주계13명, 공화계8명이 오는 14대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중에서 이미 지역구를 따내 한숨을 돌리고 있는 의원은 민정계의 李道先(광양), 羅昌柱(나주) 李相河(담양·장성) 池蓮泰(고흥)의원과 민주계의 文峻植(광주 서구 을) 김운환(부산 해운대구)의원, 공화계의 延濟源의원(서울 영등포 갑) 등 7명뿐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구 중 연의원과 김의원을 제외한 5곳 모두가 호남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이들 5명의 전국구 의원들은 지역 조직책을 따내고도 그리 만족하는 눈치가 아니다. 14대 총선에도 역시 13대처럼 평민당의 ‘황색돌풍’이 충분히 예견되므로 그다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한갓 형식상의 조직책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심 서울 등 대도시의 진출을 희망하고 있으므로 14대 총선의 공천이 본격화될 시점에 이르면 또 한바탕의 혼전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김운환의원의 경우 평소 지지기반을 닦아 놓은 울산을 강력히 희망했으나 김대표가 민주당 李基澤총재와의 경쟁을 감안, 해운대로 차출한 형식이기 때문에 본인의 불만은 상당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당합당 이전부터 은밀히 ‘표밭’다져

 이번 선거법 개정 방침으로 인해 14대 총선을 향한 전국구 의원들의 행보가 공식화되기는 했으나 사실 이들 중 상당수는 선거구가 늘어날 것을 미리 예상하고 3당합당 이전부터 은밀히 선거조직을 심고 표를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마산에서의 출마를 노리고 있는 孫柱煥의원과 안동시를 노리는 金吉弘의원이 그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손의원은 민주계의 姜三載 白璨基 두 의원의 보이지 않는 견제를 받으면서도 일주일 중 3일 이상은 꼭 지역에 내려가 각종 행사를 주관하고 동문과 종친회를 중심으로 한 표다지기에 주력해왔다. 손의원은 마산이 분구가 될 것이 거의 확정적이어서 비교적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김길홍의원은 안동시가 분구 예상지역도 아니고 현직 우선 원칙에 따라 지구당도 민주계의 吳景義의원에게 넘어간 형편이어서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현재 김의원은 어떠한 경우든 안동에서 출마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정당 기조실장을 지낸 趙庚穆의원은 그동안 거의 드러나지 않게 유리한 지역구를 암중모색해오다 최근 서울 송파 을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송파 을은 같은 전국구인 민주계의 金 楠의원이 일찍부터 활동에 들어간 데다 13대 당시 차점을 기록한 金秉泰위원장(민주계)이 버티고 있고, 송파 갑을 金佑錫 대표최고위원비서실장에게 빼앗긴 曺淳煥씨(민정계)와 趙容直전의원(공화계)도 뛰어든 곳이어서 최대 경합지구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웃의 강동구가 분구될 경우, 한명은 숨통을 틀 수 있다 해도 나머지 2명은 역시 고배를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조경목의원은 최근 선거조직을 완비하고 사무실까지 냈다.

 도봉 을도 송파구와 비슷한 혈전지역. 도봉 갑이 공화계의 申五澈의원에게 넘어가자 이곳의 지역구를 맡았던 전국구의 梁慶子의원이 이웃을 넘보며 시작된 ‘도봉 을 쟁탈전’은 같은 민정계인 裵成東전의원과 서로 씻지못할 감정의 앙금까지 남기면서 계속됐다. 도봉구는 현재 2개의 선거구가 3개로 늘어날 전망인데 도봉 을이 민주계의 金奎元전의원에게 넘어가면서 分區에도불구, 신설 지역구를 놓고 裵·梁의 싸움은 계속될 것 같다.

 

민주·공화계 대다수 조직책에서 탈락될 듯

 서울지역은 현재 12개 정도 선거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구로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를 전국구 의원들이 노리고 있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하다. 4개 정도의 선거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구 역시 이 지역을 노리는 전국구 의원들의 눈치보기가 한창인 것은 마찬가지. 북구를 월계수회의 姜在涉기조실장이, 달서구를 崔在旭의원이, 수성구를 金鍾基의원(민정계)과 申鎭洙의원(공화계)이 넘보고 있다.

 그러나 대구지역의 초점은 역시 朴哲彦의원과 金復東씨가 과연 어느 곳을 골라 출마하느냐에 모아지는데, 일단은 朴浚圭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동구가 이들의 출마예정지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박의원은 해외출장을 나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이 지역활동에 할애하는 열성을 보이면서도 김복동씨와의 미묘한 입장을 고려, 공식적으로는 동구에서의 출마를 부인하고 있다. 이 두 사람 가운데 과연 누가 동구를 거머쥘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민자당 관계자들은 현재 민자당 전국구 의원 59명 중 반수 이상이 조직책에서 탈락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민주계와 공화계 전국구 의원 대다수는 14대 공천에서 탈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계의 연고지역인 부산에서 미창당지구당 4곳 중 3곳을 민정계 인사에게 할애한 사례가 보여주듯 최근 김대표는 계파를 초월한 ‘세 굳히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합당의 業’을 풀기 위해 자리수를 늘리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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