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탄압’에 ‘명예훼손’ 맞불
  • 김 당 기자 ()
  • 승인 199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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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찌검 발단, 언론도 휘말려

파리바은행측 변호사 MBC ‘인간시대’고소

 직장상사의 손찌검이 발단이 된 이른바 파리바은행 여행원 폭행·해고 사건이 사건 발생 1주년을 맞아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1일 프랑스 파리바은행 서울지점(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21층)에서 업무지시를 둘러싼 시비 끝에 상사인 최승일씨(32·당시 대부심사부 과장)가 부하직원 박현옥씨(31·당시 같은 부서 행원)를 때려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것이 발단이 된 이 사건은 개인과 은행, 여성단체와 은행, 언론과 은행의 정면대결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당시 회사는 쌍방의 책임을 물어 최씨에게는 감봉, 박씨에게는 경고처분을 내리는 한편 두 사람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기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박씨를 전에 근무하던 부서로 인사조처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부서업무가 임시직종이라는 데 있었다. 10년 동안 해온 고유업무를 빼앗긴 박씨는 이를 사실상의 해고조처로 간주하여 여성의 전화(회장 노영희)에 도움을 청하는 한편 10월6일 지점장 알랭 드 생투를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한편 9월부터 부당한 인사조처에 항의, 박씨를 지원해온 여성의 전화에서는 12월에는 지점장을 대리한 김찬진변호사(당시MBC ‘시사토론’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고 있었음)가 사건을 왜곡·조작해 노조탄압에 앞장서왔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시사토론’출연정지를 요청하는 한편 파리바지점을 방문하여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씨는 또 1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자신의 부서이동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얼핏 봐서 흔히 있을 법한 우발성 사건에 대해 박씨와 여성단체들이 이처럼 강경하게 반발한 것은 박씨에 대한 부당조처가 생투 지점장의 교묘한 ‘노조탄압술’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 파리바은행 전노조위원장 신정섭씨(당시 대출심사부 과장)는 88년 9월 서울 지방노동위원회에 낸 10여가지 부당노동행위사실을 적시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서’에서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온 당 은행이 생투 부임(86년 1월) 이후 사태가 돌변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씨가 밝힌 생투의 부당노동행위 및 노조탄압 사례를 보면, 노조집행부에 대해 인사 및 승진상 불이익을 주고 노조 위원장에게 최저인상률을 적용하는 등의 임금인상 차별을 하여 정당한 주택자금 대출신청에 대해 유보조처를 취했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박씨는 폭행사건 발생 당시 노조쟁의부장으로서 공석중인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대신하여 실제로 노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신입사원에 대해 노조가입 기회 원천봉쇄”

 박씨에 따르면 생투가 부임한 뒤부터 올 3월말까지 파리바은행은 52명의 사원을 채용했으나 그중 단 1명도 노조에 가입한 사람이 없다. 이는 1대1 고용계약을 이용하여 남자직원은 거의 전부를 간부로 채용하고 여자직원은 모두 임시직원으로 채용함으로써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봉쇄하는 한편 개별면접 때 노조불가입을 전제로 한 ‘黃犬契約’을 체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 간부들은 “노조 자체의 배타적 분위기 등이 가입을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건 지난 2월1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고유한 경영권의 행사’라는 이유를 들어 박씨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기각한 가운데 생투 지점장은 같은달 22일 “단순한 폭행사건을 은행이 노조활동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왜곡선전함으로써 정당하지 아니한 방법을 사용하여 은행의 대외적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사유를 들어 박씨를 해고해버렸다.

 

“검사가 외부압력 실토했다” 여성단체 주장

 그러나 사건을 확대시킨 폭행사건이 그날 다시 발생했다. 생투가 박씨에게 해고를 통지하는 과정에서 두사람간에 몸싸움이 일어나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은 박씨는 생투를 폭행상해죄로 고소했다. 그 뒤 박씨는 출근투쟁을 시작하는 한편 4월12일 서울민사지법에 은행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이 소송은 지난 6월7일 첫공판을 시작으로 8월30일 4회공판까지 진행중인데 지난 7월2일 문화방송이 ‘박현옥씨의 출근’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한 프로그램 ‘인간시대’에 비친 재판장면은 첫공판을 담은 것이다).

 검찰은 8월17일 박씨에 대한 폭행치상사건 피의자인 생투에게 무혐의처분을 내려 불기소처리했다. 24개 여성단체 연합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여성의 전화 등은 성명서를 발표, 검찰과 감찬진변호사의 로비활동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 여성단체는 “담당검사 홍석조씨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 집행되었던 생투에 대한 출국정지조처를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뒤 비밀리에 즉각 해지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박씨의 변호인인 박원순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부장검사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변명함으로써 스스로 상부의 압력이 있었음을 실토한 바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압력의 배후에는 은행측 김찬진변호사의 로비활동이 있었음”을 전제로 “이같은 상식적인 범주의 변호행위를 초월한 김변호사의 형태는 생투가 단순한 소송의뢰인이 아니라 사업의 동반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실제로 김찬진 변호사는 생투가 대표이사로 되어 있는 (주)파리바코모도티스의 공동이사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양쪽이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최근 파리바은행측이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MBC를 상대로 2억2천5백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박씨의 원직복직투쟁이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다. 더욱이 MBC의 토론프로그램의 간판격인 ‘시사토론’ 진행을 맡다가 도중하차한 경험이 있는 김찬진변호사가 이번 소송의 대리인으로서 또다른 MBC의 간판프로인 ‘인간시대’를 ‘개인의 권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여 관심을 더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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