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고 흐뭇한 로맨틱 코미디
  • 이세용 (영화평론가) ()
  • 승인 1990.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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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

 
귀여운 여인
감독 : 게리 마샬
주연 : 줄리아 로버츠, 리처드 기어

줄리아 로버츠, 리처드 기어 주연의 <귀여운 여인>은 말괄량이 아가씨가 교양있고 부유한 신사의 코치에 힘입어 신데렐라로 변신하는 행복한 이야기. 자막은 ‘오리지널 스크립트-JF로턴’이라고 못박고 있지만, 오드리 햅번과 렉스 해리슨의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현대판이다. 여자가 창녀로 나오고 남자는 교수 대신 사업가로 등장하는 점이 다를 뿐, 구성과 시튜에이션이 거의 같다.

뉴욕의 억만장자이며 ‘증권가의 늑대’인 에드워드 루이스는 뛰어난 사업가지만 사랑에는 실패한 남자다. 아가씨 비비안 워드 역시 사업가다. 다만 그녀의 사업이라 ㄴ거리에서 몸을 파는 일이다. 두 사람은 길안내가 인연이 되어 만나고, 에드워드의 제의로 비비안은 그의 ㅇ임시애인이 되어 사업하는 남자가 사는 세상을 구경하게 된다.

거리의 아가씨는 상류사회의 호사스런 생활습관에 주눅이 들지만, 에드워드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춰나가는 사이에 그 동안 감춰져 있던 아름다움과 매력을 드러내보인다. 에드워드는 아침 저녁으로 달라지는 보석같은 여자 비비안에게 마음이 끌린다. 마침내 6박7일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날, 비비안의 사랑없이는 자신의 삶이 무의미함을 깨달은 에드워드는 그녀를 찾아 슬럼가로 달려간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능가하는 재치있는 대사와 <크로커다일 던디> 라스트 신의 감동을 연상시키는 <귀여운 여인>은 성인용 로맨틱 코미디로 신나고 흐뭇하다. 헐리우드의 밤거리와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불우한 여성이 ‘행복한 사랑’을 성취하는 해피 엔딩 스토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드라마의 구성과 줄거리가 갖고 있는 대중성과 배우들의 매력에 빠져 뻔히 짐작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잊게 된다.

비비안 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단연 돋보이는 데 큰 키, 큰 코, 큰 입만큼이나 시원한 매력이 비할 수 없이 빼어나다. 언뜻언뜻 오드리 햅번과도 닮은 느낌을 던져주는 이 여배우의 거침없는 액션은 보기드문 개성으로 한눈을 팔지 못하게 만든다. 도입부의 일류 호텔에서의 어색함, 옷가게에서 거절당할 때의 곤혹스러움, 목욕실에서 노래 부를 때와 오페라 구경 장면에서 보여주는 풍부한 표정과 섬세한 분위기는 문자 그대로 만점이다.

이밖에도 자작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멋쟁이 사장 리처드 기어의 여유있는 유머와 의젓함, 호텔 지배인 역 헥터 엘리존도의 중후한 매력, 야비한 변호사 스터키 역의 제이슨 알렉산더 등 조연진의 연기도 근사하다. 제임스 뉴턴 하워드의 음악은 로이 오비슨의 ‘프리트 우먼’과 프린스의 ‘키스’, 비발디의 ‘사계’와 푸치니의 ‘라 트라비아타’를 센스있게 혼합시켜 영화의 활력과 분위기를 돋군다.

이 영화에 극적인 감동을 주고 코믹하게 만드는 요소는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하는 것이지만, 실제 줄거리는 두 사람의 관계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사실은, 두 사람은 서로 아주 닮은꼴이다. 에드워드와 비비안은 피차 ‘사업가’이며 자존심이 강하다. 비비안이 마약을 안하는 것이나, 계약결혼을 거부하는 대목이 그것인데, 둘이 결합했을 때 관객의 심리적 저항을 무력화시키면서 해피 엔딩에 박수치도록 유도한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상투성에서 벗어나려는 게리 마샬의 연출은 러브 신에서 몹시 아슬아슬하지만 오히려 다음과 같은 장면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에드워드는 비비안에게 묻는다.

“이렇게 똑똑한 당신이 왜 다른 일을 찾아보지 않았을까?” 그래서 비비안은 새 직업을 찾고 중퇴한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려고 한다.

귀여운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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