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의 본질은 문화접촉
  • 손대현 (한양대교수ㆍ관광학) ()
  • 승인 199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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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정비, 의식전환으로 알맹이 있는 ‘여행문화’ 정착시켜야

사람은 왜 관광여행을 하는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 사이에 ‘접촉과 교류’라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자아형성과 사회의식이 성립될 수 없다. 고도로 전문화ㆍ분업화된 현대 지구촌사회에서 국제적인 안목과 통찰력을 높이기 위해 관광은 필요 불가결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관광객은 세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눈에 띄고 있다.

 ‘관광’이란 말만큼이나 그 의미가 왜곡된것도 드물다. 우리나라 사람은 관광을 마치 향락과 소비위주의 산업 내지는 구경이나 유람으로 착각하거나, 오락이나 스트레스를 푸는 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해외여행은 단순히 노는 것이며, 여가생활을 단지 휴식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물론 ‘관광’에는 위와 같은 면도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껍데기지 진짜가 아니다. “사물은 그 ‘핵심’에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따라 좌우된다”는 격언처럼 좋은 뜻의 관광이란 단어는 ‘동네북’처럼 얻어맞고 잡스러워졌다.

 

‘놀자판’ 관광은 껍데기 여행

 이땅에 ‘관광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관광과 관련된 몇몇 술어, 즉 놀이ㆍ여가ㆍ레크레이션ㆍ관광 등의 참뜻을 똑바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람은 ‘놀이하는 본능’을 갖고 있는데, 놀이본능은 인류 문화창조의 뿌리이자 문명생활의 위대한 원동력이라 말할 수 있다. ‘놀이’에는 ‘놀이정신’이 있는데, 이것은 재미와 진지함이 균형상태(재미+진지함=아름다움)를 이룰때 비로소 성립된다. ‘여가’(lei-sure)란 뜻은 희랍어 schole(영어의 school)의 파생어임에서 볼 수 있듯이 여가와 교육은 밀접한 관계에 있고 여가란 한낱 자유시간이라기보다 ‘합리적 내지 허용된 시간’으로 정리하는 것이 온당하므로 무질서나 방종과는 거리가 멀다. ‘레크리에이션’도 慰樂으로 해석되는데, 이것을 통해 사람의 심신이 회복된다. 아울러 우리는 매일매일 살기 위해선 ‘재창조’되지 않을 수 없음을 뜻한다.

 관광의 본질은 문화행동과 문화접촉이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문화산업이다. 관광의 어원은 동양지혜의 집대성인 《주역》에서 나왔다. 사물을 깨닫는 일체의 행동이요 고귀한 체험으로, 이를 통해 정신의 몰입과 고도의 의식적 체험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국민의 해외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제도교육의 연장인 일종의 교육산업이다. 놀이ㆍ여가ㆍ레크리에이션ㆍ관광의 공통적 핵심은 쉼ㆍ질서ㆍ기쁨ㆍ즐거움ㆍ교육ㆍ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참뜻을 오해하고 있다. 인간 휴식의 전형인 기독교의 안식을 두고 ‘거룩(聖)과 기쁨의 극치’라고 하지 않는가. 관광에 임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어야만 본래 의미의 관광문화를 낳을 수 있다.

 올바른 관광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오늘날 관광은 국가간의 경합산업이기 때문에 폭발하는 여가수요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60년대식의 구태의연한 정책기구로는 포괄적이고 일관적이며,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 없다.

 둘째 여행업체의 난립(2천여개)에 따른 ‘한탕주의’에서 벗어나고, 기업정신에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우루과이라운드에 의한 여행업 개방압력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후진국 국민일수록 허세와 과시 심해

 끝으로 우리나라의 해외여행상품은 5십만~수백만원까지 호가하는 고가 상품인데도 표준소비자 약관 및 소비자보호면에서 매우 엉성하고, 여행자도 잘 챙기지 않으므로 소비자의 권익옹호를 위한 제도정비가 시급하다.

 인생을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인간의 목적 중 가장 소중한 것이며 휴가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이제 우리는 양적인 경제적 여유에서 질적인 정신적 여유로 돌아설때이다.

 어느 나라나 국민소득이 5천달러를 넘어서면 ‘복지욕구’가 저절로 생겨난다. 사람은 밥주머니가 차면 본능적으로 관능적 쾌락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것을 잘못 관리하면 ‘로마의 멸망’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전후세대에 팽배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의식으로 말미암아 즐기면서 살자는 모토는 그르지 않으나 인간성을 지키는 진지함을 잃어서는 안되며 질서를 무시해서도 안된다. 근검ㆍ절약정신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덕목을 거부하는 행위는 말아야 한다.

 후진국의 빈곤이 무식과 고집에서 기인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보면, 후진국의 국민일수록 유난히 목소리가 크고, 성급하고, 쓸데없이 말이 많고, 허세와 과시가 심하다. 관광여행은 평소와는 달리 조용히 다니고, 생각하고, 느끼고,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즐겨야 한다. 우리 모두 좀더 색다른 경험을 훌륭하게 느낄 줄 아는 ‘가슴’과 예리하게 볼 줄 아는 ‘눈’으로 올바르게 사물을 보는 관광 습관을 길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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