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ㆍ공중도덕 안지키고 반말 예사
  • 도쿄ㆍ채명석 통신원 ()
  • 승인 199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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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기 무시 등 몰지각한 행동 문제 … 전자제품 등 사재기 여전

 “시간엄수, 반말 안쓰기, 공중도덕 준수” 얼핏 들으면 국민학교 학생들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훈화를 듣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켜주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한국 관광객이 나리타공항에 내리자마자 일본인 여행안내원으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듣는 주의사항이다.

 긴키투어리스트社의 한국인담당 여행안내원으로 9년째 근무하는 이토 유미코(42)씨는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대거 몰려들고 있는 한국관광객의 엉망인 행동을 참다 못해 아예 공항도착 즉시 주의사항부터 일러주고 있다고 한다.

 이토씨의 경험에 따르면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보이는 악태 중 첫번째는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 호텔 출발, 관광지 집합, 쇼핑 종료 시각에 반드시 한두명은 10~20분 뒤늦게 나타나게 마련이고, 이 때문에 다음 여행지 이동에 큰 차질을 빚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이를 놓고 일행간에 주먹다짐까지 오가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녀가 꼽는 두번째 잘못은 서비스종사원에게 함부로 반말을 사용하여 심한 마찰을 빚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처럼 “보이!” “운전수!” 등으로 호명하기 때문에 서비스종사원이 한국인을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토씨는 “언어습관상의 차이로 이해할 수도 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한다면 일본식 습관대로 ‘상’을 붙여 ‘보이상!’ ‘운전수상!’ 등으로 호명해야 할 것” 이라고 충고한다.

 세번째로 공중도덕이나 질서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토씨는 “기차ㆍ버스ㆍ관광지 등에서 휴지나 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예삿일이고, 금연석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운다든지 택시타는 곳에서 줄서기를 무시하는 등 그 구체적 사례를 다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라며 고개를 흔든다. 또 다른 예로서는 온천목욕탕 속에서 때를 밀어 일본인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든지, 호텔방에서 규칙을 무시하고 라면을 끊여먹다 무안을 당하는 일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요란한 섹스관광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은 매우 드물다. 물가가 너무 비싸 동남아지역과는 여건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인의 과도한 쇼핑욕은 정평이 나 있다. 전기제품상점가로 유명한 아키하바라는 한국인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유명백화점에도 양손에 쇼핑백을 든 한국인이 떼지어 몰려다닌다. 신쥬쿠역앞의 요도바시 카메라점도 한국인이 즐겨 찾는 쇼핑명소 중의 하나다. 그곳의 한 종업원은 “매상고의 1할 정도는 한국인이 올려주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에는 웬 부자가 그리 많냐”고 반문한다.

 이런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의 악태는 전체 한국인의 대한 이미지를 손상시켜 “한일간에 새로운 문화마찰을 야기시킬 불씨가 될 것이다”라는 이토씨의 지적을 우리는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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