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론’에서 ‘3김 책임론’까지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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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5년 김동길 교수가 이른바 ‘낚시론’을 들고나온 이후 세대교체론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잠복’과 ‘돌출’을 거듭하는 주요 쟁점이 돼왔다. 지난 몇년간 세대교체와 관련하여 관심과 파문을 불러일으킨 저명인사의 발언을 발췌, 소개한다.

● 金東吉교수(연세대ㆍ역사학) : “1980년 선거에서 세분 중에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어도 나는 충성으로 받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때는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정치에는 문외한입니다. 그러나 역사학도로서 일가견을 가졌다고 자부합니다. 역사에는 반복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됩니다. 세김씨의 시대는 영영 가고 다시 오지 않습니다…이 나라 민주주의의 기수는 이제 40대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동교동파니 상도동파니 하는 따위의 낱말도 더 이상 듣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리고 두 김씨가, 가능하면 세김씨가 ‘우리는 간다’는 내용의 성명서나 하나 발표하고 이 나라의 어느 시골로 낙향을 한다면 얼마나 멋진 정경이겠습니까. 산좋고 물좋아 은퇴하여 낚시질하기 좋은 곳을 소개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양김씨여, 세김씨여, 아직 빛이 있는 동안에 서울을 떠나세요. 어서 떠나세요. 어둡기 전에.” (85년 4월 <한국일보> 칼럼)
 “5년 전에는 두 김씨의 민주화투쟁의 공을 민족사에 길이 빛나게 하기 위해 속칭 ‘낚시론’을 폈던 것이지만 오늘의 상황은 다릅니다. 3김씨는 우선 지역감정을 일소하기 위하여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김씨들을 보면 국민의 가슴속에 잠자던 지역감정이 다시 고개를 들고 발버둥을 칩니다…92년에는 보수와 혁신의 멋진 대결이 예상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대결에 3김씨는 끼일 곳이 없습니다. 무리하게 끼어들면 민주화도 후퇴하고 조국통일도 지연될 것뿐입니다.” (90년 9월 《주간조선》)

● 朴燦鍾부총재(민주당ㆍ당시는 무소속) : “군정종식과 야권의 세대교체를 위해 金大中ㆍ金泳三씨는 당무 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야권통합의 원천적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盧泰愚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비, 군정불신임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투표결과에 따른 향후 정국을 통합야당으로 대비해 민주적 국민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분명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89년 2월 국회 기자회견)

● 洪思德부총재(민주당) : “우리 정당이 90년대에 맞는 사회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원인은 3김씨로부터 찾아야 한다. 최근 3년 사이에 우리에게 극히 비상식적이도 불건전한 정치적 사건이 벌어졌다…지금 벌어지고 있는 야권통합 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 김씨(김대중 총재 지칭)가 다음 대권 도전을 위해 자신에게 좀더 유리한 여건을 만들려 하면서 세대교체를 제의하고 90년대의 시대정신에 맞는 신진세력에 대해서는 반대파로 몰고 있다. 이 모든 정치적 사건들이 대권욕심에서 비롯됐음은 물론이다. 이제 정당정치가 산업사회에 맞게 영위되기 위해서는 3김씨가 그동안 업적도 많지만 이제 물러나야 한다. 조국을 위해, 한반도를 위해, 배달민족을 위해 진정 물러나야 한다.” (89년 8월 KBS 심야토론)

● 尹正錫교수(중앙대ㆍ정치학) : “이런 정치현실에 대해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인들 자신에게 있지만 뽑아준 국민에게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현재 우리사회는 국제화시대에 접어들었으나 이 국제화시대를 떠받들고 나갈 세대들이 정치에 들어갈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정치의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정치 스스로가 세대교체를 주도해야 한다. 당의 공천권 행사 문제에 대해서도 젊은 세대는 하향식보다 상향식을 원하고 있다…여당이 먼저 당내민주화를 실행에 옮기면 야당에서도 개인이 독재하는 시대가 끝날 것이다.” (〃 KBS 심야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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