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증식’ 부른 선거구 ‘세포분열’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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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구 기준 형평성 없다” … 신설구 경합 치열, 대통령 친인척 공천 결정설도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을 통해 모두 13개에 달하는 증 · 분구 선거구가 확정되면서 여러 가지 뒷말이 나돌고 있다. 증 · 분구 자체가 어떻게 결정나느냐에 따라 특정 인사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3개 신설 선거구는 아직 누구도 기득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무주공산인 만큼 이곳을 노리는 인사들의 경합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민자당 전국구의 崔二鎬의원(민주계)이 지난 16일 민자당 의원총회에서 金潤煥 사무총장을 공박하고 나선 것은 이런 잡음의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그는 여야간 정치관계법 협상의 주역이었던 김총장에게 “복합 행정구 조정이 기준이 없다”면서 “사무총장 마음대로 분구한 것은 망국지사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선거법 개정 이전의 2백24개의 선거구 중에서 3개 이상의 행정구가 모여 하나의 선거구를 이루는 복합행정구는 모두 7개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법 개정에서는 과천 · 의왕과 시흥 · 군포를 분리하고 화순 · 곡성과 승주 · 구례를 ‘화순 승주 구례 · 곡성’의 3개구로 재조정하는 데 그쳐 여야간 흥정 과정에 어떤 내막이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철언 김복동에 밀려 선거구 바꾸기도
과천 · 시흥 · 의왕 · 군포는 인구 35만명 이상은 분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2개 선거구로 나뉘어졌지만 화순 승주 구례 · 곡성의 3개 선거구는 인구에 상관없이 ‘지역적 특성’이라는 애매한 기준이 적용돼서 분구가 되었기 때문에 분구 기준의 형평성이 없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특히 충무 · 통영 · 고성의 경우 여야 사무총장간 협상에서 분구 1순위로 꼽힌 지역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법 개정에서 제외된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분분하다.

고성 출마를 노리고 분구되기만을 기다렸던 최이호 의원은 “고성군 기초의원(15인)보다 적은 기초의원을 가지고 있는 41개 선거구가 단독 선거구인 데도 왜 고성군이 분리 될 수 없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건국 이래로 고성군은 독립선거구를 유지해왔으나 5공 정권이 들어서면서 당시 김영삼 총재를 견제할 목적으로 통합시켰다”면서 “3당 통합시에도 민자당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고성군의 분구를 주장했고, 김영삼 대표도 이를 약속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곳 국회의원 鄭順德씨가 고성이 분구될 경우 자신에게 불리해질 것을 염려한 것도 분구에서 제외된 한 원인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대 선거 당시 정의원은 고성과 통영에서 많은 표를 얻었고 충무에서는 표를 적게 얻었다.

대구에서 무려 3개의 선거구가 증설된 것도 많은 뒷말을 남기고 있다. 대구 동 · 수성 · 달서구의 3개 증설 선거구는 金復東 국제문화연구소장과 朴哲彦 의원 등 대통령 친인척과 崔在旭 의원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아 공천이 거의 확정적이나 공천과 상관 없는 미묘한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세곳 이외의 분구만 기다리고 있던 姜在涉 의원은 어쩔 수 없이 달서쪽으로 방향을 돌려 金漢圭 의원과 공천 경합을 벌여야만 하는 실정이다.

수성구는 이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현상을 보여준다. 먼저 수성 갑구의 경우 박철언 의원과 尹榮卓 전 의원의 격돌이 관심을 끈다. 12대에서는 신민당 전국구의원이었다가 통일민주당에서 수성구 위원장을 맡았던 윤씨는 통일민주당 재정위원장을 맡으면서 金泳三씨의 정치자금 통로를 맡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윤씨가 김영삼 대표의 총대를 메고 ‘타도 박철언’에 나설 것인지가 관심거리이다.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계에서는 박의원이 향후 대권에 도전할 때까지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이면 많은 표를 잠식하기 위해서 윤씨의 출마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李致浩 의원의 대륜고 선배이기도 하다.

일단 분구가 되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이치호 의원과 박의원 사이의 갈등 관계도 지속되고 있다. 갑 · 을로 나뉘어져 있다 해도 같은 구 안에 중량급 인사들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 여러 가지로 껄끄럽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의원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우방주택의 ㅇ씨가 이의원과 대륜고 동문이어서 더욱 미묘한 갈등이 일고 있다. 수성 을구에서는 여동영 변호사가 이의원에게 도전하고 있는데 여씨는 박의원과 막역한 관계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관련자 17명 몰려든 광주 북구
과천 · 시흥 · 의왕 · 군포 지역은 기존의 黃哲秀 의원이 시흥 ·군포를 택하게 되면서 과천 · 의왕쪽에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우선 전국구의 申英順 의원이 공천을 희망하고 있고, 13대 총선에서 안양 갑 · 을에 출마했다 낙선했던 金貞淑 金日柱 전 민정지구당위원장도 이곳 출마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의원 지구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朴濟相씨 역시 “이 지역의 기득권은 우리에게 있다”면서 “낙하산식으로 결정되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 분구된 광주 북구 역시 민주당의 황금 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전국 최고의 경합지구로 떠올랐다. 현역 鄭雄 의원도 공천 안정권이 아니라는 말이 퍼지면서 이곳은 민주당 관계자들만 무려 17명이나 몰려 과열경쟁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전국구의 金榮度 金柱鎬 의원이 막강한 재력을 과시하며 뛰어들었고 언론인 출신 李必善 전 의원과 尹在杰 부대변인도 강하게 도전중이다. 尹江鈺 5 · 18 광주민중항쟁동지회장도 전계량씨의 광역의회 입성 이후 또 다른 재야 총선입성을 노리고 있다. 金弘明 조선대교수도 참신한 인물이라는 현지 여론을 등에 업고 이에 가세했다.

부산 북구 을에서 떨어져나온 강서구는 기존의 辛相佑 의원이 기득권을 주장하며 두곳을 놓고 저울질을 하는 가운데 張聖萬 전 국회부의장 역시 북구 갑과 이곳을 놓고 탐색중이다. 그러나 이곳은 전 민정당 영도지구당 위원장이었던 安秉海씨의 고향이어서 일찌감치 터를 잡고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안씨는 13대 총선 당시 32세(최연소)라는 나이로 민정당 공천을 따내 부산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물이다. 민주계 전국구의 宋斗灝 의원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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