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시절 같은 외풍은 없다”
  • 남문희 기자 ()
  • 승인 199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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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嚴基永씨

 지난 10월9일 한글날을 ‘MBC뉴스의 얼굴’ 嚴基永(39)씨는 각별하게 지냈다. ‘젊은뉴스’를 표방하며 MBC <뉴스데스크>의 마이크를 잡은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지난 1년은 길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앵커라기보다는 뉴스를 전달하는 기자의 입장”이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앵커생활 1년, ‘뉴스를 수직적(역사적)인 축과 수평적(보편적)축으로 조화시키는 역학’이 앵커의 소임이라고 믿고 있는 그는 바로 이 대목에서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예컨대 역사적인 사건이나, 한달에 몇번씩이나 돌아오는 갖가지 기념일에 주목하는 한편, 사회 각분양의 갈등 해소에 방향을 제시해주는 뉴스 등 보편적인 뉴스(그는 ‘문화적 뉴스’라고 표현한다)를 곁들이고자 했는데 그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다고 자평한다. 그는 살인 폭력 인신매매 등 자극적인 스트레이트 뉴스를 싫어하는 편이어서, 충격적인 뉴스들과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는, 여유있는 진행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도 뒤따른다. 그는 지청자들로부터 “따뜻한 느낌을 주는 뉴스”라는 평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그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1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젊은 층과 여성 시청자들이 선호한다는 일반적인 사실은 최근 ≪시사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번 조사의 앵커맨 선호도 항목에서 그는 박성범 앵커에 뒤지지만(박성범 22.3%, 엄기영 15.6%) 호남지역에서는 박성범 앵커를 앞지르고 있다는 결과가 눈에 띈다. 이같은 지역별 편차와 함께 두드러지는 현상이 연령별 뉴스매체 선호도 차이. 20다는 71.4%가 MBC를, 28.1%가KBS를 시청하고 있으며, 특히 학생층은 압도적으로 MBC뉴스를 본다고 답하고 있다(91.7%)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엄기영 앵커는 “앵커맨 선호도 조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데스크>는 특수한 체제로 운영된다. 저녁 9시에 뉴스가 나가기까지 보도국장 부국장 각부 데스크 그리고 보도국 편집부 차장인 그가 참석하는 세차례의 편집회의에서 그날날치의 뉴스가 결정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뉴스데스크>의 앵커는 이 편집회의인 셈이다. 그러나 엄기영씨는 “그날 뉴스의 완성도나 전체 방향에서 잘못이 발생한다면, 앵커인 나 자신도 편집회의에 참석하므로 결국은 앵커의 책임도 크다”고 말한다.

 앵커인 그에게 주어진 몫은 시작 멘트와 마무리 멘트이지만 이 짧은 메시지가 간혹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엄기영씨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뉴스의 시작과 끝이다. 아무도 조언하거나 간섭하지 않는 ‘앵커의 고유영역’이다. 앵커를 맡은 초기에는 도입부에서 40초 가량 자신의 멘트로 채우곤 했는데 ‘뉴스를 미리 규정짓는다’는 방송사 안팎의 부정적 반응이 있어 진행방식을 바꾸었다.

 텔레비전뉴스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심층보도의 감소와 단발성 뉴스증가, 관변뉴스 의존행태 등을 예로 들며 요즈음 뉴스가 안이하다는 지적들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기획기사가 적을 때는 힘이 빠진다”면서 기획 취재 부문이 보다 보강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공시절과 같은 외부 간섭 여부에 대해 묻자 그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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