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통제체제 강화해야 한다.
  • 이영자 (성심여대교수·사회학과) ()
  • 승인 199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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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중시하는 서구도 폭력물 검열은 엄격

청소년의 폭력 행위가 늘어나고 있음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 우리의 사회문화 환경이 어떻게 청소년을 폭력에 길들이고 있는가에 대한 自省의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청소년의 교육을 책임맡고 있는 기성세대 중에는 도리어 폭력물로 청소년들을 유인하여 돈을 벌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몽매한 상혼이 미래세대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것이 틀림없다.

 폭력영화의 수입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날로 그 양이 증가하고 내용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있다. 일반 청소년들은 이제 왜만한 폭력물은 시큰둥해할뿐더러 도리어 폭력을 ‘사내다움’과 ‘영웅심’의 표상으로 동경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장사꾼들이 돈벌이 흥행을 위해서 잔인성과 난폭성이 보다 심한 영화를 들여오기 경쟁을 벌이고, 수입가격을 턱없이 올려 외화를 낭비하기에 바쁘다.

 수입영화를 심의하는 기관은 있으나 시민이 보기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얼마전 <로보캅 2>의 경우에서도 나타났듯이 이 심의기관은 그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요컨대 외국에서 판정된 등급 자체에만 매달려서 조금만 가위질을 하면, 본래의 성인용 영화가 청소년용으로 얼마든지 둔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현재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심의정책과 감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에 있다.

 외국에서는 폭력에 대한 사회통제의 노력이 각별하다. 예컨대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스웨덴에서도 폭력물에 대한 검열은 예외적이다. 특히 청소년용 영화는 별도로 아동보호법 등을 법적 근거로 하여 폭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 검열당국자의 관심은 영화가 청소년에게 ‘잔혹한 심리’를 심어주거나 폭력을 순전히 재미거리고 접하게 되는 등의 문제에 집중된다. 프랑스에서는 폭력 및 포르노 영화를 특수분야로 취급하고 검열하여, 몇 개의 전문 영화관에서만 상영케 한다. 동시에 이러한 영화에 대해서는 벌금 및 각종 특별세를 부과하고 국고지원을 하지 않는다. 폭력 및 포르노 영화는 이러한 개정법에 묶여 경제적 난관에 봉착하게 되며 이는 결국 수입 저지 효과를 가져온다. 영국에서는 최근에 공공연예물 검열에 대한 영화심의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더 이상 비밀로 하지 않고 등급결정, 삭제 및 각하이유, 그 정당성 등을 월보를 통해 발표하기 시작했다. 또 심의위원회는 영화산업계의 어떠한 영향력행사도 막을 수 있을 만큼 그 독립성을 지켜왔다.

 한국에는 이와 같은 규제장치는 있지도 않고, 폭력과 문화상업주의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회문화적 여건만 널려 있는 상태다. 전쟁장난감이 난무하고(스웨덴에서는 금지품목), 언성이 조금만 높아지면 무력을 사용하기 일쑤인(중국에서는 때리는 일이 거의 없다) 환경에서 폭력을 금기시하는 풍조를 형성하기 어렵다. 국가차원에서는 분단과 전쟁, 쿠데타와 군사문화 등으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세대는 교육제도의 모순에서 오는 과중한 정신적 육체적 부담과 갈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해마다 수많은 낙제생들이 방황하고 있다. 건전한 여가문화도 빈약하다.

 이러한 환경이 바로 폭력영화를 번창시키고 또 해악의 온상을 만드는 잠재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폭력영화에 대한 규제와 감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욱 더 각별하고 엄중한 체재를 갖추어야 함을 우리 모두가 주지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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