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굉음 탓 가는귀 먹었다”
  • 김춘옥 실용뉴스부장 고명희 기자 ()
  • 승인 1990.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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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확성기 등이 대도시 소음 주범…최근 규제 강화

  제2차공해라고 불리는 소음에 대한 관심도는 국민소득이 커질수록 높아진다.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3천8백달러이던 73년에 소음에 관한 기준을 법으로 정했는데 우리나라는 5천달러가 넘은 최근에야 소음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차량소음 때문에 수업에 지장을 받는 77개 학교 주변에 65억원을 들여 93년까지 연차적으로 방음벽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오는 10월말까지 5개월간을 ‘생활소음 집중 단속기간’으로 정한 바 있다. 서울시가 이같이 적극적으로 소음방지대책을 세우는 이유는, 88년 서울시에 접수된 공해 관련 진정서 가운데 60%가 소음·진동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환경처는 지난 7월 주택가 유흥업소 전파상 이동행상 등이 확성기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생활소음을 강력히 규제하기 위해 ‘소음·진동규제법’을 제정했고, 지난달 10일에는‘ 항공기소음 평가단위 및 환경기준’을 설정했다.

 전국 주요도시의 소음수준은 적정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환경처가 발표한 90년도  2/4분기 ‘전국 주요도시 소음현황’에 따르면,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5대 도시의 주거지역 소음공해는 모두 환경기준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전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으로 조사된 바 있는 서울의 경우 주거전용지역(용산구 이태원동) 밤중 소음도는 52데시벨(dB)로 환경기준40dB보다 무려 12dB높은 수치이다. 소음은 3dB 높아짐에 따라 2배씩 강하게 들리므로 이곳의 체감소음도는 기준치의 16배인 셈이다.

 그러나 환경처 공해신고실 金周喆씨의 지적처럼 그 피해가 항공기 굉음과 같이 광범위할 때엔 집단민원형태를 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상당부분 ‘참아주는 데 익숙’한 것이 소음에 관한 우리 의식의 현주소이다. 또 참을 때까지 참다가 폭발상태에 이르러 파출소나 구청에 고발한다 해도 강제조항으로 규제근거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집단민원이 아니면 처리되지 않는 실정이다. 선진국의 경우 아파트와 공동주택에서 피아노를 치려면 완벽하게 방음장치를 하든가 아니면 바닥에는 카페트, 벽에는 담요를 쳐야 하며 밤 10시 이후에는 못 하나만 박아도 경찰이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소음은 자동차 철도 항공기에 의한 교통소음·공장·기계류에 의한 공장소음, 건설장비에 의한 건설소음, 종교·상해위 등에 의한 생활소음으로 나뉜다. 89년말 현재 소음발생원은 공장 2만5백64개소, 자동차 2백3만5천4백48대, 도로 및 철도 3만8천4백74㎞, 영세공장 1만4천1백70개소, 항공기 이착륙 3백20대/1일(김포공항)로 집계됐다.

 대도시 소음원 가운데 으뜸은 자동차. 정부에서 소음규제지역을 매년 늘려잡아 현재 서울 14, 부산 5, 대구 8, 대전 3, 인천 10, 광주 4군데 등이 규제지역으로 정해져 있으나 대부분의 지역이 매년 25% 정도로 증가하는 자동차홍수에 떠밀려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다. 특히 학교를 난타하는 소음공해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지난 8월 문래동 소재 영등포국민학교 학부모 7백38명이 연서로 소음공해를 호소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 학교는 철도와 2개의 고가차도가 에 의해 3면이 포위되어 있다. 학부모들의 진정이 잇따르자 철도청에서는 급한대로 학교 앞에 2백m길이의 간이방음벽을 설치하고, 서울시는 자동차를 우회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도림고가차도와 문래고가차도에서 나오는 자동차소음에 대한 대처방안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하다.

 ‘이동행상인의 목소리’인 확성기도 생활공간을 파괴시키는데 큰 몫을 한다. 李英恩(32·서울 마포구 서교동)는 “낮잠을 자던 4살박이 아들이 놀라 깬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면서 “행상인의 생활고는 이해하지만 누구나 쾌적하게 살 권리는 보호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린다. 그러나 항공기소음 때문에 생활터전마저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쾌적하게 살 권리’라는 표현은 사치스런 넋두리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김포공항 구활주로 남단 1.5㎞에 위치한 양천구 신월동 152번지 일대는 최고 항공기소음도가 92.7dB이나 된다. 이곳 상공을 지나는 이·착륙 항공기는 하루 3백20여대로 비행기가 급상승할 때면 굉음이 온동네를 뒤덮어 길가 장터에서의 찬거리 흥정이 중단될 정도이다.

 

사후약방문식 소음대책도 문제

 신월3동 '항공기 소음공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한달 전까지 위원장직을 맡았던 柳淇玉(58)씨는 “순환도로 건너편의 땅값은 5백만원이 넘지만 이곳은 그 절반도 안됩니다. 재산상의 피해도 피해려니와 진단서도 뗄 수 없는 ‘가는귀먹는’현상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88년 7월 이주와 보상에 관한 협상을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경처는 항공기소음에 관한 기준을 제정했다. 환경처가 지난 7월에 제정한 소음·진동규제법 시행령의 하나로 지난달 10일 발표(내년 2월1일부터 시행)한 '가중지속감각소음도'(WECPNL국제 민간항공기구 권고기준)는 일반 소음기준인 데시벨에 △항공기 엔진 주파수 △시간대별 부가치 △하루 전체값의 평가조치 등을 보완한 것이라고 환경처 대기보전국 소음진동과 千璟弼 과장을 밝힌다. 그러나 이 기준은 ‘제정’보다는 부처간 협의를 거쳐 실질적 시행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부는 신월3동 외에도 강서구 공항동, 김포군 고촌면, 부천시 등의 진정에 따라 88년 ‘소음피해 보상특례법’(주민이주 또는 보상)을 입법예고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군시설지역까지 포함하면 7조원의 보상비가 소요될 것을 우려한 국방부의 반대로 입법예고 후 3년째 계류중이다.

 도한 새 규제법에서는 지금까지 경범죄로 처벌,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이동확성기소음에 대한 처벌(경범죄 처벌법 제1조 제26호)이 50만원이하의 과태료 납부로 강화됐다. 그러나 단속의 주체가 시·도지사로 못박혀 있어 시민이 소음규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통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닫혀 있다.

 지난해 ‘세계 환경의 날’기념학술세미나에서 ‘서울의 소음실태와 관리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연세대 전자공학과 車日煥 교수는 도로가 신설될 경우 예측 교통량 증가율에 준하여 소음방지대책을 강구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건설부 교통부 환경처가 힘을 모아 소음대책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당장은 해결할 수 잇는 것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소음을 차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인 방음벽이 그 예. 약 10~15dB 정도 소음을 줄여주는 방음벽은 현재 전국적으로 84군데 58㎞ 설치되어 있다. 정부는 금년에 50억원을 들여 14㎞를 연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방음벽건설에는 1㎞당 3,4억원이 필요한 탓인지 진정서를 접수한 뒤에야 '사후약방문'으로 설치되고 있다. 따라서 사전조사를 토대로 한 설치기본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차교수는 말한다.

 국립환경연구원 공해문제연구소 趙康來 소장은 “자동차 사후관리 규제방안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현재 ‘자동차소음 허용기준’이 있긴 하나 출고 당시의 소음기만 검사대상이 되기 때문에 오래된 차의 소음기에 대한 규제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조소장은 “운전자가 새로 구입한 차의 경음기를 쌍경음기로 교환하는 행위나 수입차를 검사할 때만 소음흡읍재를 덮은 뒤 검사가 끝나면 탈거하는 행위 등을 규제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현재 환경처가 설정해놓은 환경기준은 일본에 비해 약 5dB정도 엄격하게 돼 있다. 이 수치가 '정책적 목표치'라 해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되는 95년경에는 온 국민이 이 기준치에 맞는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적극적인 계몽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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