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우유 ·육류는 변비의 원인
  • 최규완.(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
  • 승인 199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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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잡곡밥 섞어먹는 습관 길러야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질병의 발생양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육체질환에 비하여 정신질환이 현저히 증가했고, 육체질환 가운데에서도 순환기나 호흡기계통의 질병이 소화기계통의 질병보다 더 빨리 늘어나고 있다. 한편 소화기계 질병 가운데에서도 위나 십이지장 같은 상부 위장관의 질병보다 소장이나 대장 등 하부 위장관의 질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질병의 발생양상이 달라지고 있는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로는 의학이 발달하면서 각종 세균이나 기생충에 의한 전염병이 거의 없어진 점이다. 둘째로는 사회가 산업화되어가면서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 스트레스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셋째로,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주거생활과 식생활의 문화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식생활습관이 서양화함에 따라서 질병발생 양상도 서구와 닮아가고 있다.

서구에서도 금세기 초엽까지는 위암의 발생률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던 것이 냉장고의 보급과 더불어 신선한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되고 특히 우유를 많이 섭취하고부터는 위암의 발생률이 점차 감소하여 지금은 아주 드문 병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현상은 오랫동안 저장하기 위하여 짜게 절이거나 말린 음식에 발암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다.

 한편 동양인이 서구사회로 이주한 경우를 보면 이민 제1세대에서는 위암의 발생률이 동양권과 비슷하나 제2세대부터는 서양권과 같아져버린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식생활 습관은 단시일내에 위암의 발생에 영향을 끼치는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어려서부터 먹어오던 음식의 영향은 오랫동안 축적되어서 어른이 된 후에 나타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동 ·서양간 음식물 차이 중에서 중요한 것 몇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서양음식은 대체로 싱겁다. 평균적으로 서양인의 하루 염분 섭취량은 10~12mg으로 동양인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둘째로 서양음식에는 단백질과 지방의 함량이 많다. 우유 버터 치즈 고기 계란 등 양은 적지만 영양가가 높은 낙농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셋째로 서양음식에는 섬유질의 함량이 적다. 채소나 과일 등에 포함되어 있는 셀룰로스 ·리구닌 ·펙틴 등의 식물섬유를 적게 섭취하는 서양인들에게는 변비가 생기기 쉽다. 먹은 음식물이 대부분 소화되어 대변으로 배설되는 찌꺼기가 얼마 남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질이 많고 식물섬유가 적은 음식을 오랫동안 섭취하면 대장을 위시한 하부 위장관에 병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대징암의 발생률이 높아지고 궤양성대장염이나 과민성장증후군도 훨씬 많이 생긴다. 이는 섬유질이 적은 음식은 대장의 운동성에 부조화를 일으키고 대변의 대장통과 시간을 연장시켜 유해성분과 대장점막의 접촉시간을 길게 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을 요약해보면, 우유나 고기와 같이 부드럽고 싱거운 음식은 상부 위장관의 질병을 막는데는 좋은 반면 하부 위장관에는 많은 병을 일으킬 수 있다. 한편 채소와 잡곡밥과 같이 거친 음식은 위나 십이지장에 질병을 일으키기 쉽지만 대장질병의 치료와 예방에는 도움이 된다.

 지금 막 신흥공업국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선진공업국의 사례를 교훈삼아 한가지 병이 줄어들 때 다른 병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는 오직 균형잡힌 식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만으로 가능하다. 우유 계란 고기 생선과 같이 부드럽고 싱거운 음식을 섭취하되 채소 과일 현미밥 잡곡밥 등과 같이 식물섬유가 많이 포함된 음식을 골고루 섞어서 먹는 습관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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