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지도 바뀌어선 안된다
  • 앙드레 퐁텐느 ()
  • 승인 1992.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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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과 동유럽의 옛 중심지 소연방이 다소 빠른 속도로 계속 해체되고 있는 동안 서유럽은 끈기 있게 통합의 길로 전진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12월9일과 10일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EC 정상회담으로부터 얻은 결론이다. EC는 실제로 일부에서 예고했던 대로 결정적인 단계를 넘어서지도 못했고, 다른 이들이 우려하거나 희망했던 대로 곤경으로부터 헤어나지도 못했다.

사실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었다. 짧은 시간 내에 준비해야 할 총선을 몇 주 앞두고 메이저는 대처로부터 벼락이 떨어질지도 모를‘주권포기’는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렇다고 12개국 연합에 치명타를 가했다는 책임을 질 수도 없었다. 동료들이 그를 심하게 공격할 꿈을 꾸기에는 그의 입지는 너무 좁다. 따라서 단일통화 구상이나 영국 고용주들이 현재로서는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공동의 사회에 가담할지 여부는 금세기말에 가서나 결정할 것이다.

원칙과 먼 훗날의 목표 차원으로 볼 때 마스트리히트에서 채택된 문서가 성공적일지라도 그 운용양식은 지극히 보잘 것 없다. 외교 및 국방 등 공동정책 관련 부분은 특히 그렇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찬성하지만 이 정책은 현재와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걸프위기 때 EC가 공동노선을 구축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 주도 아래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이스라엘과 아랍 간 협상에서 EC는 단역에 만족했다. EC는 또 유고사태에 대해 자주 통일되지 못한 행동을 보여준 바람에 중재자로서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미래의 공동외교정책에 불길한 징조다. 게다가 중요한 사안은 다 만장일치로 결정하도록 되어있어 각 회원국 간의 이해 절충이 더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가 회담결과에 환호하는 동안 난해하기조차한 공식성명을 해독하느라 애쓰던 여론이 냉담해졌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또한 좌 · 우파 선동가들은 유럽건설이 경제침체로 점차 어려워지는 생활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지를 자문하게끔 몰아가고 있다. 통합 유럽이 꿈꾸는 방향으로 가려면 마스트리히트에 모인 12개국은 상상을 초월할 만한 일격을 가했어야 했다.

유고슬라비아가 그 같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수백만 EC 국민들이 바캉스 때 방문할 기회를 가졌던 이 유럽국가의 고난은 사람들이 믿었던 것과는 달리 전쟁이 대륙의 지명으로부터 명백하게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유고를 황폐하게 만든 전투는 우리 모두가 이 한 세기의 말에서, 서로 살상하는 일이 합법적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잘못 소화된 한 역사의 이른바‘기억’이라는 것과 부족간의 편견을 좁혀 주지 못한 채 해당 국민들 간의 반목을 부채질했다.

살인과 파괴를 중단시키지도 못하면서 1년 전에는 쿠웨이트를 위해 전쟁을 했으며, 세계여론 때문에 서구 강국들이 쿠르드족 지원에 나섰던 사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이성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유럽공동체는 분명 중재노력을 배로 늘렸다. 캐링톤경은 그의 이름을 걸고 14번이나 휴전협상을 했으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그 결과는 깨어졌다. ‘중재'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양측 지도자가 너무 많을 뿐 아니라 그들의 통제권을 벗어나는 민병대원들의 광신주의 때문에 두 진영의 관점은 화합이 불가능해 보인다. 베오그라드(연방)측은 분명히 세르비아민족 일부가 살고 있는 크로아티아 지역의 한 부분을 장악하고 싶어 한다. 자그레브(크로아티아) 정부는 공화국의 현 영토를 유지할 결의에 차 있다. 분쟁이 영구화하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유일하게 강구할 만한 해결방안은 크로아티아 공화국이 국제경찰의 보장 아래  세르비아 소수민족의 권한을 존중하도록 분리주의자들의 독립을 승인하는 일이다.

여러 가지 징조들 가운데 특히 미테랑의 명시적인 선언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식이 합의되리라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만약 12 개 회원국이 이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취할 수 있었다면 마스트리히트 회담이 다른 공명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 느린 진행은 베르나르 쿠슈네르 인권부장관과 함께 프랑스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며 이 비극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연장시켜 주지 못했다. 이 같은 느린 행동은 군사력이 훨씬 뛰어난 세르비아로 하여금 그들이 야심을 갖고 있는 국경 수정작업을 점진적으로 잘 이행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러므로 만약 세르비아가 목표를 달성한다면 구소연방, 중앙유럽, 아프리카 또는 다른 지역에서 지난 40여년간 지켜져 온 국경선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은 세르비아의 예를 따르고 싶어질 것이다. 이 같은 위험을 피하는 것이 공동체의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소연방의 붕괴로 그 이름이 가치 있게 될 기회를 가진 국제연합과의 긴밀한 협조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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