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막힌’ 교통정책이 참사 불렀다
  • 김당 기자 ()
  • 승인 199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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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한강 다리 중 과부하 1위… 설계하중 넘는 과적차 통행 ‘범람’



성수대교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서울시의 무사안일한 교통정책이 성수대교가 무너지게끔 유도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우선 성수대교가 받고 있는 차량 통과 하중이 서울 시내 한강 다리 15개 중에서 최대라는 점이다. 서울시가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4년 상반기 한강 다리들의 하루 평균 교통량은 12만대이다. 교통량이 가장 많은 다리는 한남대교(17만6천2백22대)이고 가장 적은 다리는 잠수교(6만3천4백94대)이다. 교통량 기준으로 보면 성수대교(10만5천2백70대)는 열번째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성수대교가 무너졌을까.

1차적인 원인은 성수대교에 걸린 과부하에서 찾을 수 있다. 박병소 교수(서강대 물리학과 · <교통신문> 논설위원)에 따르면, 교량붕괴 원인을 분석할 때 단순 평균 교통량보다는 시간당 한 차선에 걸리는 교통량의 부하가 중요한 변수이다. 즉 성수대교(왕복 4차선)의 경우 특히 강남에서 강북 쪽으로 가는 1개 차선당 1시간 교통량은 2천13대로 서울 시대 한강 다리 15개 중에서 최대라는 것이 박교수의 지적이다. 이같은 교통량(1개 차선/시간)은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완전 포화 상태임을 의미한다. 게다가 더 중요한 사실은 성수대교가 성산대교와 함께 화물차가 가장 많이 몰리는 다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성수대교와 성산대교 쪽에 집중적으로 과부하가 설리는 것일까.

그 해답은 성수대교와 성산대교가 각각 서울 동 · 서부 지역에서 강남 · 북을 쉽게 연결하는 사실상의 유일한 물류 수송 통로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직접적인 배경은 70년대 초부터 계속돼온 서울시의 화물차(1.5t 이상)에 대한 도심지 통행 제한 정책과, 두 다리의 상대적 접근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들어온 화물차가 한강 다리를 통과하는 데는 한남대교가 최단 거리이다. 그러나 도심지 통행 제한에 걸리므로 서울 동부 지역을 통과하려면 올림픽대로를 거쳐 성수대교를 건너는 것이 최단거리이다. 물론 그 반대 경우도 강북에서 성수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통행제한 해제 제의도 묵살
또 현실적으로 램프 시설(입체교차로 진입 경사로)이 없어 화물차가 다니기 어려운 영동대교 · 잠실대교와 달리 성수대교는 완벽한 램프 시설을 갖추어 좌우 어느쪽으로든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동부 간선도로와도 연결되도록 함으로써 화물차의 이용률이 높다. 결국 다른 한강 다리들은 화물차 통행이 제한받거나 불편하게 돼 있는데 동부 지역의 성수대교와 서부 지역의 성산대교는 화물차의 주요 통행로로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성수대교의 설계하중이 불행히도 DB 18이라는 점이다. 즉 이론적으로 DB 18인 다리는 최대 하중 32.4t까지 통행이 가능하고 DB 24인 다리는 43.2t까지 통행이 가능하다(DB 24인 한강 다리는 한강 · 동작 · 반포 · 동호 · 올림픽 대교 뿐이다). 이같은 제한 규정이 있는데도 과적 차량에 대한 단속력은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이유로 레미콘 공장(삼표골재)이, 차량 접근이 쉬운 성수대교 북단 바로 옆에 위치한 데서 알 수 있듯이, 30t 규모인 레미콘 트럭을 비롯해 40t짜리 유조 차량과 최고 50t짜리 대형 트레일러까지 무제한으로 성수대교를 통과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지난 4월 늘어나는 교통량을 흡수하려고 시공자인 동아건설측에 ‘성수대교 차선 증설공사 시행방안 협의’를 요청했다. 동아건설은 이 협조 요청과 관련해 설계 하중 DB 18에서는 현재의 교통량만으로도 과부하인 만큼 차선 증설은 곤란하다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해 서울경찰청도 몇몇 교량에 편중된 통행을 분산시키기 위해 다른 한강 다리의 통행제한을 해제하자고 제의했지만 서울시는 도심지 교통 체증을 들어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유지 · 보수 ·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서울시의 형식적인 관리와 무사안일한 교통 정책이 무고한 서울 시민 32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를 부른 셈이다.
- 김 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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