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빨래법이 다가온다/‘다과정 습식법’ 개발… 옛 기술에 새 지식 혼합해 환경 보전
  • 번역 · 이진환(서강대 교수 · 화학) ()
  • 승인 1994.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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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만 칼럼

아주 옛날에는 빨래를 강가에 나가서 재와 함께 비비고 돌에 두들기는 방법으로 하였다 그후 빨래판과 비누가 발명되어 세탁에 혁신적인 개선이 있었는데, 비누는 잿물과 지방(혹은 기름) 사이의 간단한 화학 반응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쉽게 만둘 수 있었다. 최근에는 세탁기와 합성세제가 그러한 수고마저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비단 · 모직 · 레이온 같은 옷감은 물로 빨면 줄거나 망가지게 된다. 20세기 들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고안된 것이 건식 세탁, 곧 드라이클리닝이었다.

드라이클리닝이라고는 하지만,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 옷을 세탁하는 것은 아니고, 물대신 사염화에틸렌(C2Cl4 · ‘퍼클로르’ 또는 ‘퍼클렌’이라고도 함)이라는 액체 화합물을 용제(溶劑)로 쓰는 것이다. 원유에서 얻은 탄화수소 혼합물인 스토다드(Stoddard)를 사용하기도 한다.

드라이클리닝 문제점은 유해 물질 사용
환경 문제가 커지면서 세탁도 예외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드라이클리닝이 그렇다. 세탁소의 세탁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명백하게 문제가 드러난다. ①빨랫감을 받아서 표시 분류한다. ②얼룩이나 흙이 심하게 묻은 곳을 검사하여 기술적으로 선택한 특수 화힙물로 처리하여 증기를 쐬고 문지른다. 그후에 사염화에틸렌 용제로 기름이나 그리스를 제거한다. 사염화에틸렌으로 잘 없애지 못하는 음식물 · 혈액 · 풀물 · 담배 · 녹물 등에 의한 얼룩이 있으면 특수 화합물을 사용한다. ③옷감을 선별해서 필요하면 손으로 비비기도 하고, 용제에 넣어두는 시간을 달리하기도 한다. ④가정용 세탁기를 돌리는 것같이 큰 통에 옷감을 넣고 돌리면서 얼룩이 용제에 녹아서 빠지도록 한다. 이때 비누나 세제, 가습제를 함께 넣기도 한다. 물 대신 사염화에틸렌을 넣는다는 것이 가정용 세탁기와 다른 점이다. 물은 비교적 값이 싸서 쉽게 버릴 수 있지만, 사염화에틸렌 용제는 1ℓ당 1천5백원 정도로 비싸고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점도 다르다. 값이 비싸고 수질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세탁소에서는 사용한 사염화에틸렌을 걸러서 찌꺼기를 제거하고, 물을 분리 · 증류하여 다시 사용한다.

⑤이러한 공정을 거친 뒤에도 세탁물 50㎏당 약 6㎏의 용제가 남게 되는데, 이것은 뜨거운 바람을 이용해서 증발시킨 뒤 다시 응축시켜 회수한다. ⑥옷을 다려서 주름을 없애는 것이 마지막 공정이다.

드라이클리닝의 문제는 무엇일까. 얼룩을 없애는 데 쓰는 가연성 스토다드와 사염화에틸렌이라는 용제가 바로 문제이다. 탄소 · 수소 · 염소 등으로 ㅁ나들어진 유기염소 화합물들은 평판이 그리 좋지 못하다. 유기염소 화합물이 방출되는 바람에 여러 암의 발생이 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염소를 함유한 유기화합물 중에는 인간이나 동물의 내분비계통 · 면역계통 · 신경계통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있지만, 소금에 들어 있는 염소처럼 우리 생명에 꼭 필요한 것도 있는 것이다.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세탁소는 흔히 주거용 건물과 가까운 곳이 많다. 도시의 대기에서 대기오염물질인 사염화에틸렌의 농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사염화에틸렌 방출을 줄이고 사람들이 여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드라이클리닝의 대안으로는 사염화에틸렌을 쓰지 않는 건식 세탁 방법을 개발하고, 스토다드 용제보다 가연성이 적은 석유화학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상당히 높은 앞력을 받는 액체와 고체 사이의 물질로, 커피에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데 이용된다(커피에서 제거한 카페인은 콜라 같은 음료에 들어간다). 그러나 거의 마술에 가까운 이 용제는 오염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값이 비싸서 세탁에 쓰기는 어렵다.

환경보호국은 최근에 ‘다과정 습식 세탁법’이라는 새롭고도 고전적인 방법의 경제성을 조사중이다. 물과 비누의 역할을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방법이지만, 예로부터 사용되던 증기와 물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고전적인 세탁법이다.

다과정 습식 세탁법은 드리아클리닝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세탁물을 다음과 같이 네가지로 분류하여 저마다 적절한 세탁 방법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①세탁물 중에는 그리 더럽지 않으면서 단지 주름이나 냄새가 심한 것이 있다. 이런 것은 향기를 내는 섬유 연화제와 함께 뒹굴리기만 해도 훌륭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② 흙이나 얼룩이 묻은 옷은 전체에 증기를 쐬고 비눗물을 뿌린 뒤, 다시 증기로 헹구면 된다. 잘 지지 않는 얼룩에는 드라이클리닝에서처럼 특수 화학 약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③섬세한 옷감은 주머니에 넣어서 빈눗물로 손 세탁을 한다. ④흙이 많이 묻은 옷은 진한 비눗몰 용액으로 문질러 빨아서 말린다.

미 환경보호국, 새 빨래법 효과 입증
이 세탁법의 이름이 ‘다과정’인 것은, 앞에서 보스 여러 세탁 방법을 제각각 사용하기 때문이다. ②항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화학 처리를 하기도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액체인 물을 잘 조절하면서 적절히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화학적 처리에는 얼룩을 지우는 기술과 상식, 그리고 기초가 되는 화학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핏자국은 차가운 물로 없애야 한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피에 돌이킬 수 없는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게 되므로 이때에는 과산화수소수를 사용해야 한다. 철 산화물인 녹은 (독성이 강한) 옥살산을 사용하면 무해한 화합물이 되고 물에 녹아서 빠지게 된다. 립스틱은 알코올과 아세트산 아밀을 써서 지울 수 있고, 암모니아로는 땀 냄새나 땀 냄세 제거제를 없앨 수 있다.

환경보호국은 다과정 습식 세탁법이 기존 습식 세탁법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우수한 세탁 효과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탁 비용 면에서 드라이클리닝에는 비싼 장비가 필요하고, 습시기 세탁에는 적지 않은 인건비가 든다. 따라서 전체 비용은 비슷하기 때문에 다과정 습식 세탁법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과정 습식 세탁법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공정이 건강과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와, 장기적으로 그 방법에 의한 세탁 결과에 사람들이 만족하는지 뚜렷이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과정 습식 세탁법이 옛 기술과 새로운 비결, 그리고 깊은 지식을 혼합한 것으로서, 매우 유용하고 공해가 적은 현명한 세탁법임이 점차 명백해지고 있다.
- 번역 · 李悳煥(서강대 교수 ·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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