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공해침략시대’ 10년 내 중국과 환경분쟁
  • 김당 기자 ()
  • 승인 1992.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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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기상대에서는 오늘 새벽 4시를 기해 서울 지역에 산성 안개 주의보를 발령했으니 호흡기 질환이 있는 시민들은 출근길에 산소마스크를 착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미래형 일기예보의 한 토막이다. 그러나 현재의 환경오염이 계속되는 한 위에서처럼 기상예보에서 환경예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때가 되면 지금은 고장도 잦고 시민들이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는 대기오염지수 전광판이 사람들의 행동반경을 크게 좌우할 것이다. 예컨대 택시 기사들이 대기오염지수가 높은 지역으로 가려는 손님에게 승차거부를 일삼을지도 모른다.

현재 전문적인 용어로 표시되고 있는 많지 않은 전광판은 모든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실용적인 ‘환경시계’로 대체되고 그 수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물론 정부의 환경시계만으로는 안심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시간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물질인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을 종합해 단일지수로 표시한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게 될 것이다.

“물을 물 쓰듯 한다”는 표현은 21세기의 시대 감각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물을 물쓰듯 할 수 없는 세상이 오기 때문이다. 거의 무한한 것처럼 여겨지던 물의 부족현상, 정확히 말해 깨끗한 물의 부족현상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를 위협하게 된다. 깨끗한 공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공장가동에 큰 지장을 받게 되고 생산비용 중에는 깨끗한 물을 얻는 데 드는 비용이 포함될 것이다.

또 현재는 농산품과 일부 공산품에서 생산자가 자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무 · 저공해 표시제가 10년 안에 모든 환경 관련 공산품에 의무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환경처는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푸른 천사마크(Blue Angel Mark)나 E-마크(Ecological Mark) 같은 무공해제품 표시제 및 인정제도를 수년 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또 일부 전자제품에 대해서는 소음도 표시제 같은 제품 성능검사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에코 비즈니스’(생태환경을 뜻하는 에콜로지와 비즈니스의 합성어)라고 한다. 환경오염이 늘어날수록 지구를 해치지 않는 제품이나 지구를 보호하는 서비스를 생산하는 환경산업이 각광을 받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본 환경청은 이미 ‘환경산업연구회’를 개설, 90년에 환경산업 정착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은 ‘환경보호에는 돈이 든다’는 종래의 사고를 ‘환경보호는 돈이 된다’는 쪽으로 바꾸어가고 있다. 90년 닛코리서치센터가 발표한 환경산업의 장래성을 예측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 제거 · 산성비 방지를 위한 유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억제 · 프레온 회수장치 및 대체물질 개발 · 폐기물 처리 · 수질 정화 등이 주요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가장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탈황 · 탈질소 장치는 90년부터 93년까지 3년간에 걸쳐 전세계에서 일본돈으로 약 8조엔(한국돈 44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의식을 바꿔가고 있다. 국경을 초월한 환경문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고 인간의 생존환경인 생태계의 파괴를 막는 일 또한 국경이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점에서 1990년은 ‘지구 환경보전의 원년’이라고 할 만한 해였다.

“2000년대 아프리카 · 중동 사막화 심각”
유엔에 설치한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보고서는 앞으로 예측되는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함께 세계 각국이 앞으로 세워야 할 대책을 지적하고 있다. 그중 특히 지난 30년간 가속돼온 ‘지구 온난화’의 방지 대책으로, 이 보고서는 “전세계의 온실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가스 배출량을 현재보다 60% 이상이나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세계 각국은 지난 87년 오존층 파괴물질 규제에 관한 몬트리올의정서를 채택, 90년 10월 런던회의의 권고안에 따라 93년 1월부터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불화염화탄소(CFCs) 물질을, 96년 1월부터는 그 관련제품을 규제하고 이것이 효과가 없으면 98년부터는 일반 무역을 규제토록 한다는 강력한 순서를 밟고 있다. 따라서 환경오염에 국경이 없듯이 이른바 ‘환경분쟁’과 관련된, 주로 선진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간섭과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환경오염 규제가 경제선진국들의 기술패권주의와 더불어 세계 경제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까지 이용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환경문제는 현재 언론에서 흔히 태풍이라고 표현하는 우루과이라운드 못지 않은 충격파로써 나라의 주권 자체를 위협하게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앞으로 닥칠 ‘위협’에 대한 제도 · 정책적 준비가 전혀 없다는 데에 있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국가 차원에서의 환경문제에 대한 접근은 끝난 상태이고 지구 차원에서 접근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기껏 프레온가스 규제 등에 대처하는 데 전전긍긍하는 국지적 연구 · 개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열린 한 · 일 기초과학교유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일본 학자들은 인공위성 사진과 컴퓨터 모의실험을 이용한 2000년대 植生 예측모형도를 소개했는데 그에 따르면 지금보다도 식생 분포가 30%쯤 줄어들고 특히 아프리카 · 중동 지역의 사막화 현상이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10년 안에 이웃한 세계 제1의 석탄 생산 · 소비국인 중국과 심각한 환경분쟁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국의 공장단지에는 탈황시설 · 매연 정화시설 등이 전무한 형편이다.

이제 환경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고서는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의 존립 자체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일본에서는 기업의 위기감이 새로운 조직을 낳게 했다.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90년부터 잇따라 ‘지구환경실’이라는 이름의 환경전담 부서를 설치했다. 미쓰비시상사의 경우 90년 4월에 발족된 새 조직은 5월부터 본사 사무실의 쓰레기통 약 7천개를 녹색과 검은색 두 종류의 색깔이 칠해진 것으로 교체했다. 분리수거와 재생지 이용을 적극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또 미쓰비시그룹은 그룹 전체의 투자안건에 대한 ‘사내 환경영향심사제도’를 도입, 투자 안건을 최종심사하기 전에 경리 · 법무 · 업무 부문의 임원들이 참여하는 투자심사위원회에 지구환경실도 참여할 만큼 지구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무공해차 개발에 자동차기업 생존 달려
단순히 ‘선진국의 오늘이 우리의 미래’라고 한다면 우리 환경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그러나 선진국의 오늘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10년 전 오늘에서부터 예비된 것이다. 10년 뒤의 우리나라 환경은 “성장과 보존의 논리가 서로 상충하다가 점점 조화를 이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낙관론은 당위적 미래의 차원에서일 뿐이다.

전반적인 환경의식이 높아지는 데에는 환경교육의 강화라는 미래지향적 실천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 점점 더 왕성한 활동과 정치세력화가 예상되는 공해 추방운동연합 같은 환경운동단체와 한국녹색당(가칭)처럼 환경주의를 강령으로 내건 정당의 역할 등도 ‘성장과 보존의 조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이를 곡선으로 나타내면 보존의식은 상승곡선을 그리나 현실의 변화는 완만한 정체상태를 띠다가 과학기술의 발달, 국제관계의 변화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점점 의식과 현실간의 간격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같은 외부적 요인, 그중에서도 특히 선진국의 ‘기술적 보호무역주의’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환경보호주의자들의 가장 좋은 표적인 자동차의 경우 “90년 현재 생산과 수출면에서 모두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2000년에는 연간 3백여만대를 생산함으로써 세계 6위권에 진입할 것”이라는 게 기업측의 낙관적 전망이다. 그러나 93년 이후의 프레온가스 사용 규제,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의 신대기정화법 등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규제는 궁극적으로 무공해자동차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배기가스 정화기술과 무공해차의 개발은 21세기를 앞둔 자동차기업의 생존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이 명운을 걸고 추진중인 자동차의 전자화 · 신소재 사용의 확대 · 대체 연료 개발 등은 석유위기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계기로 시작된 것이다. 소음 먹는 자동차, 시내에서는 메탄올로 가고 시외에서는 휘발유로 가는 연료선택형 자동차, 리듐과 금속황화물을 이용한 건전지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 등이 10년 안에 실용화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거리에서 전기자동차를 타고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장보다는 보존우위론 쪽에 손을 드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미래형차는 자전거가 될 것이다. 현재의 산업 · 경제구조가 지속되는 한 환경문제는 앞으로도 인류가 영원히 그 해결을 추구해야 할 숙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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