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상처 지우는 ‘재건의 크레인’
  • 독일 드레스덴 .안병찬 주필 ()
  • 승인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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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독 지역에 개발 바람…구호 앞세워 외국 투자자에 손짓

제네바에서 미.북한 회담이 합의를 보았다는 소식을 들으며 방문한 곳이 독일연방공화국이다.
 북한 핵 문제가 일단 해결을 보아 한반도에 탈냉전-남북 긴장완화-통일 기초 형성의 구도가 자리를 잡아갈 듯한 기대를 주는 시점이 독일을 관찰하는 데 자극제가 되었다.

 독일 동중부에 있는 작센 주는 체코.폴란드와 국경을 마주한 전통적인 공업 지역으로, 연방에 편입된 옛 동독 지역 5개 주 가운데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주도 드레스덴은 인구 4백 70만명인 고도이다. 그 중심을 지나는 엘베 강 기슭에 통일 독일을 상징하는 공사하나가 진행되고 있었다. 낡은 개신교회 터, 그리고 이 폐허와 교차하여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재건의 크레인은, 통일 이후 옛 동독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업 내용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이 교회 이름은 드레스덴 성모교회(프라우엔키르케 드레스덴)이다. 2백50년 전 게오르게 베르라는 건축가가 지은 이 교회는 95m 높이의 돔을 머리에 이고 2백년 동안 솟아 있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45년 2월23일 연합국의 드레스덴 대폭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났고, 드레스덴 성모교회의 아름다운 건물도 잔해와 돌덩어리 파편들만 남았다.

 옛 동독은 정권은 재정적.이념적 이유로 이 문화재급 교회를 복원하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대리석 파편 6만여 개를 모아서 쌓아 두었다. 통일이 되자 옛 서독지역 기업들이 교회의 복원 공사 계획을 주도하게 되었다.

 슈타트 스파르카센 은행과 우어른 파브리크 시계 제조회사 등이 이 역사적 건물을 복원하는 모금 캠페인을 펴고 있다. 캠페인 도구는 시장 상품이다.

 우어른 파브리크사는 재건 공사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85마르크(4만4천원)짜리 기념 손목시계를 상품화했다. 시계 1개 값 85마르크 중 20마르크(만원)가 .교재건 기금에 들어간다. 교회의 대리석 파편을 시계판에 박아 만든 이 특별 선물용 시계는 4차에 걸쳐 10만개가 팔려 우어른 파브리크사는 지난 8월로 3백16만 마르크(16억6천만원)를 모았다. 또 드레스드너 노이에스테 나하리히텐 회사는 400 대 1로 축소한 교회 모형 도자기를 만들어 건축기금 5백80마르크(30만5천원) 포함 1천5백마르크에 팔고 있다. 드레스덴 성년모교회 재건추진협회는 드레스덴 시 건립 8백주년이 되는 2006년에 복원 사업을 끝낼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새로 연방 공화국에 편입된 옛동독 지역 5개 지방자치주는 ‘미래를 약속하는 투자지역’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저마다 외국 투자자를 손짓하기에 바쁘다. 9월에 방문한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 느낀 외국 투자 촉진 분위기와 근본적으로 다를 바 없다.

 성모교회 재건 사업을 현장에서 바라보면서 금강산 관광지 개발사업 같은 데에 한국 자본이 참여하여 통일의 기반을 다져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일 드레스덴 .安炳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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