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 日 · EC 황금삼각형 구축”
  • 정리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2.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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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트렌드 2000》 저자 존 나이스비트가 전망한 ‘90년대 10대 조류’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메가트렌드》라는 생소한 이름의 책을 쓴 것은 지난 82년이었다. 1백만배를 뜻하는 메가와 경향을 의미하는 트렌드의 합성어인 ‘메가트렌드’는 ‘거대한 조류’쯤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었다. 90년대를 휩쓸 추세들을 명쾌하게 설명한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근 나이스비트는 2000년대를 앞둔 90년대의 의미심장한 변화들을 담은 《메가트렌드 2000》을 출간했다. 이 책은 《시사저널》의 이번 기획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었다. 이 책에서 짚고 있는 10개의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를 요약 · 소개한다.

90년대에 호황 맞는 세계경제 72년 로마클럽이 유명한 《성장의 한계》를 펴낸 이후 전세계가 불황의 나락에 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담은 책들이 계속해서 출간돼왔다. 미국경제가 7년간 계속 확대되던 때에도 경기침체나 후퇴를 점치는 비관론이 한달 걸러 한번씩은 제기됐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세계 경제가 10년 동안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통계학자인 폴 에어리크는 2년마다 한번씩 지구의 종말이 왔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에 세계경제는 호황을 맞을 것이다. 88년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북미국들, 92년 역사적 통합을 맺게 될 유럽공동체(EC) 그리고 일본은 정보망이 세계적으로 단일화돼가는 것에 힘입어 세계 단일시장의 황금삼각형이 될 것이다. 농산물이나 석유가 공급과잉 현상을 보임에 따라 자원의 위기는 없을 것이다. 각국 정부가 세금을 경쟁적으로 낮추는 것이라든지 세계 여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진전되고 세계평화가 유례없이 지속되는 것도 이런 호황의 바탕이 될 것이다.

예술의 부흥 미국의 뉴욕에 있는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매표실적은 뉴욕의 프로야구 구단인 ‘양키스’와 ‘메츠’의 매표실적을 합친 것보다 많다. 또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볼 때 요즘은 과거 그 어느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품을 수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유럽 · 환태평양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극단 · 박물관 등 문화단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사상 유례없는 ‘미술붐’이 일어나고 있다.

정보산업이 발달한 사회는 예술을 즐기는 부유한 계층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일요일 오후 텔레비전을 통해 스포츠를 즐기기보다는 박물관을 찾아간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사는 스포츠에서 예술로 옮아가고 있다.

‘자유시장사회주의’의 출현 지난 85년 3월 정권을 잡은 이후 고르바초프는 세계에서 제일 덩치가 큰 사회주의 국가의 통제경제를 해체해왔다. 개인기업을 허용하고 기업의 파산을 규정하였으며 국가가 국민에게 베푸는 여러 사회복지 제도를 폐지하고 농업분야에 임차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자신의 특권과 권위를 포기하기 싫어하는 기득권계층이 개혁의 장애물이 되고 있긴 하나 소련 국민은 성공확률과 관계없이 개혁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중국과 동유럽 국가들도 소련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89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세계 80여개 좌익과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모임인 ‘사회민주주의인터내셔널’의 1백주년 회의에서 빌리 브란트 회장은 “사회주의 정당들이 경제흐름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진 것이 큰 실수였음을 경험적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이유로 고전적 의미의 사회주의와는 판이하게 다른 ‘자유시장사회주의’라는 모순에 찬 단어가 우리의 귀에 익숙해질 것이다.

세계적 생활양식과 문화적 민족주의 국적에 관계없이 전세계인이 회를 먹는가 하면 ‘현대’자동차를 타고 ‘맥도널드’가게로 가는 동안 미국과 영국의 로큰롤음악을 듣기도 한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면서 세계인들은 비슷한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다. 또 전세계적으로 매일 3백만명이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음식 음악 패션문화를 서로 주고받기 때문에 하나의 새롭고도 보편적인 생활양식이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획일화에 대해서 강력한 역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 회교국가들, 캐나다의 퀘벡, 영국의 웨일스지방 그리고 소련의 각 공화국에서는 문화와 언어의 독창성을 내세우면서 외래문화에 의한 획일화에 반발하고 있다. 생활양식이 점차 보편화되면서 문화적 민족주의도 강력해지는 것이다.

복지국가 개념의 변화 80년부터 88년까지 영국의 대처 총리는 40% 이상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했다. 그는 또 영국 국민이 자유롭게 자기 소유의 주택을 사들이고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아프리카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여러 나라들도 ‘영국혁명’을 쫓아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개인 주식보유제도를 확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국민에 대한 복지혜택을 줄이고 그들에게 직업을 갖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35년 뉴딜정책 이래 전통이 돼버린 미국민에 대한 정부원조 증가정책이 50여년만에 뒤바뀐 것이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자기나라 사람, 특히 스스로 부양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그 개인들에게 돌리고 있다. 약 1백여년 전부터 싹튼 복지국가라는 개념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환태평양지역의 부상 85년 한국 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영국보다 높았다. 아시아지역의 높은 교육열은 이 지역 경제성장의 가장 큰 추진력이 되고 있다. 이 지역은 1주일에 30억 달러씩 성장하는 3조달러의 시장이 됐다. 아시아지역의 부상으로 로스앤젤레스 시드니 도쿄 같은 태평양 연안지역의 도시들이 뉴욕 파리 런던 같은 도시로부터 주도권을 넘겨받았다. 5백년 전 세계무역의 중심지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옮아간 것처럼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다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일본이 이 지역에서 경제를 주도하고 있지만 결국은 중국과 네 마리 호랑이가 지배하게 될 것이다. 부를 축적함에 따라 이 나라들은 소비자가 주도하는 경제로 나아가 이 지역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미지역 국가들이 태평양지역의 부상을 무시하거나 그 변화를 이용하는 데 실패하지만 않는다면 이 지역이 서양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여성지도자의 시대 최근 20년간 미국의 여성들은 새로 생겨난 수백만가지 직업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여성을 ‘집안사람’ 정도로만 여기는 일본에서조차 취업자의 40%가 여성이며 여성인구의 48.6%가 직장에 다닌다. 여성이 산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지만 미래 산업계에서의 확고한 위치를 닦아놓은 것이다.

미래의 산업은 노동보다는 정보를 중시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주로 산업노동자인 남성에 비해 주로 정보노동자인 여성이 유리할 것이다. 실제로 일하는 여성의 84%가 정보와 서비스분야에 종사한다. 사무직이건 기능직이건 전문직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여성이다.

벌써 모든 전문사무직과 산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들은 앞으로는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그럴 것이다. 2010년대에 가면 통념적으로 여성은 최고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믿었던 요즘의 사고방식이 얼마나 소박한 것이었나를 얘기하게 될 것이다.

생물학의 시대 과학자들이 인체에 유용한 단백질과 화학효소들을 쥐나 염소로부터 얻어내서 인간의 건강관리에 응용하면서부터 생물공학이 등장했다. 생물공학이 급속하게 발달함에 따라 어떤 병에 걸린 사람을 구별하거나 낫게 하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또 녹색혁명을 가능하게 하여 인류의 굶주림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있다.

생물공학은 궁극적으로 유전자의 특성을 밝혀내고 조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생물공학이 진보에 커다란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리모 문제와 같은 윤리적 문제를 비롯하여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여러 문제들을 일으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은 미래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이다. 생물학 용어가 일반명사화되고 있다. 또 우리 생활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컴퓨터도 생물학과 결합하여 인공지능과 인공 신경조직과 같은 획기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천년왕국’의 종교적 부흥 990년경 유럽 중세의 기독교도들은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믿었다. 그들은 곧 성서에 서술된 ‘천년왕국’이 도래하여 로마의 박해로부터 벗어날 것이라고 믿었다. 천년왕국이 다가올 것이라는 믿음이 1990년대에 다시 퍼지고 있다.

그런 조짐은 다양한 종교가 세력을 얻는 점에서 확인된다. 60년대까지 계속적으로 증가했던 전통종교의 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신에 신흥종교와 신세대운동이 널리 퍼지고 있다. 볼테르에서 마르크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상가들이 종교는 그 자체가 지니는 물신숭배 정령 미신숭배의 속성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토피아로 상징되는 이들의 진보적인 이상 대신에 신앙이 복귀하게 됐다. 세기말에 가까워질수록 핵전쟁 온실효과 등 유토피아에 반대되는 개념인 ‘디스토피아’(dystopia)에 대한 전망이 다시 나올 것이다.

개인의 승리 개인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메가트렌드를 새롭게 연결시켜주는 고리이다. 90년대 경제호황을 맞는 나라에서는 이미 개인이 짐승처럼 일하지 않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그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사회의 책임은 개인의 동기와 노력에 대해서 보상만 해줄 것이다. 집단주의적인 경향이 개인을 압도하리라는 조지 오웰의 예상과는 아주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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