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고위직 오른 두 한국인
  • 이흥환 차장대우 ()
  • 승인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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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 구삼열씨와 WHO 한상태 박사

具三悅씨(53). 국제 사회에서는 ‘새뮤얼 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한국인이다. 그의 현재 직업은 ‘유엔 50주년 기념사업국장’. 유엔 사무국에 진출한 한국인 중에서 최고위직(D2급 대우)이다. 첼리스트 藁明和씨의 남편이기도 한 그가 ‘세계인’으로 변신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배경은 이미 그의 이력에서 드러난다. 고려대 법대 졸업, 미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언론학 전공, <코리아 헤럴드>기자, AP통신사 유엔 · 로마 특파원으로 19년간 활동, 그가 처음 국제 기구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87년 유엔아동구호기금의 홍보처부처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유엔 본부로 자리를 옮긴 것은 93년 5월, 유엔 공보처에서 홍보 업무를 관장하는 섭외국장(D1급)자리였다. 국제 기구 국장급 이상 고위직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차지할 수 있는 직책이 아니다. 구삼열씨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과장급 자리가 하나만 비어도 그 자리에 자국인을 앉히려는 국가간 로비가 치열해진다. 유엔 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외무부장관에서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로비를 펼치곤 하는 것이다.

‘공석 고위직’ 국가간 로비 치열
 구삼열씨는 6개월 근무 후 정식 임용된다는 조건으로 공보처 섭외국장 자리를 차지했으나 공보처 직속 상관 격인 자리를 차지했으나 공보처 직속 상관 격인 차관보급 인사가 다른 사람을 쓰겠다는 구실로 구씨 임용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승주 외무부장관이 나서서 구씨 임용을 위한 로비를 전개 했으나 무위로 돌아갔고, 결국 구씨는 공보처에서 나와 D2급 대우로 기념사업 국장을 맡게 된 것이다. 구씨의 사례는 정부의 로비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유엔 산하 기관인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ASG)이 된 韓相泰 박사(66)는 국제 기구에 진출한 한국인 중 최고위직 인사다. 보사부 출신으로 일찍감치 세계보건기구와 인연을 맺어 일해 왔고,89~93년 1기 임기를 마친 다음 지난해 선거에 단독 출마해 세계보건기구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받은 것이다. 그의 업무는 일본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서태평양 지역 27개국 15억3천5백만 인구의 보건을 책임지는 일이고, 1년에 그가 집행하는 예산만도 1억달러나 된다.

 한박사의 사무처장 재선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반영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는 한박사 외에도 질병 예방과 전염병 박멸 업무를 담당하는 백신국의 이종욱 국장과 이진민씨를 포함해 모두 5명의 한국인이 마닐라 · 제네바 · 뉴욕 등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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