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위한 ‘건강 삼위일체’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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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몇시간? 운동은 얼마나? 음식은 어떤 것?

 또 입시철이다. 대학 입시의 첫 관문인 수능 시험 날짜(11월23일)가 보른 남짓 남았다. 수험생들에게 올해 수능 시험은 여러 모로 지난해와 차원이 다르다. 먼저, 지난해 두번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 올해에는 한 차례로 끝난다.

 반면 내신 성적이나 수능 시험만으로 신입생을 보는 특별 전형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이맘때가 수험생들에게 ‘땀을 쏟는 시기’였다면 올해에는 ‘피를 말리는 시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공부 못지 않게 건강을 강조하는 까닭이 여기에 잇다. 시험이 코앞에 닥친 요즘, 그날 그날의 컨디션 유지는 시험 당일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밤잠을 설쳐가며 무리한다거나, 제때 식사를 하지않아 탈이라도 난다면, 수능 시험은 물론 앞으로 입시 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막바지 건강 유지를 위한 주안점은 무엇인가. 전문가의 설명을 집약해 보면 크게 세 가지다.

 △충분한 잠△적절한 운동 △균형 있는 식사다. 말하자면 수면 · 운동 · 식사 이 세가지는 임박한 시험을 위한 건강 관리 ‘3박자’인 셈이다. 왜 3박자를 맞춰야 하는지, 어떻게 3박자를 맞춰야 하는지 알아본다.

4당5락 믿지 말라
 수면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낮시간에 계속 가동해 열을 받은 하드웨어(몸)를 식혀준다. 둘째, 학습을 통해 입력된 소프트웨어(머리)쪽 정보를 정리해 준다.

 잠이 부족하면 이같은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그 결과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정도언교수(서울대 의대·신경정신과)는 “수면이 부족하면 낮 시간에 미니 수면상태, 다시말해 깜박 조는 상태에 빠져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잠 부족 상태가 이어지면 신체리듬까지 깨진다는 점이다.

 시험철만 되면 항간에는 ‘4당5락’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네 시간 자면 합격하고 다섯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이다. 정도언 교수는 이말을 그래도 믿고 다랐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고 충고한다. 인위적으로 잠을 줄였다가는 수면질서가 깨져 수면이 갖는 긍정적인 기능마저 날려버린다는 것이다.

 정교수는, 만일 밀린 공부만 걱정해 수면을 억지로 줄인 수험생이 있다면, 적정한 양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적정 수면량이란 낮에 졸지 않고 활동 할 수 있는 양이다.

 정교수는 또 이론에 맞춰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려 들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 서서히, 조심스럽게 자기의 수면량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벼운 운동은 기억력 향상에 도움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을 수록 근육 활동은 기형으로 된다.

 더구나, 수험생에게 이같은 기형은 만성화된다. 운동 부족은 육체피로를 가중시키고, 정신 피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체육과학연구원이 실시한 한연구에서는, 자기 몸에 알맞은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일에 대한 성취도·효율성 ·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운동이 정신 활동의 능률도 높여 주는 셈이다.

 정성태 교수(서울대 사범대·체육학)는 자기 능력의 절반 정도만 쓰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라고 권유하며 조깅을 보기로 든다. 달리면서 옆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나눌 정도가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다. 숨이 가빠 더이상 대화하기가 어려우면 운동을 멈추면 된다.  자기 능력의 절반을 심장 박동 수로 측정하는 과학적인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의 최대 심장 박동 수는 2백20이다. 여기에서 자기 나이를 배고 평상시 심박수(보통 70~80)을 더한 뒤, 다시 반으로 나누면 적절한 운동량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측정자의 나이가 20세이면, 자기 능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심장 박동 수는 1백 35만~1백 40이 된다.

 자기 능력에 맞는 운동량을 알고 있으면, 하루에 몇 시간(또는 몇 분)동안 운동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단 운동 종목은 가릴 필요가 있다.

 과도한 운동량을 필요로 하는 운동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정교수는 수험생이 쉽게 할수 있는 운동 종목으로 가볍게 걷기, 등산, 줄넘기, 달리기 따위를 추천한다. 둘이서 함께 할수 있는 운동으로는 배드민턴이 좋다.

밥 세끼 제때 먹는 것이 보약
 수험생 연령대는 일생에서 가장 많은 열량을 소모하는 시기다. 보사부와 영양학회가 협의해 마련한 한국인 영양 권장량에 다르면, 16~19세의 열량 섭취량은 남자 2천5백㎈로, 여자 2천2백kcal로 13~15세 열량 섭취량 다음으로 많다. 수험생에게 열량 섭취가 어느 정도 중요한 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승정자 교수(숙명여대 · 식품영양학)는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식사가 제일좋다. 수험생에게 좋은 특별한 음식은 없다”라고 강조한다. 균형 잡히고 규칙적인 식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특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은 있다. 비타민이 많거나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은 많이 섭취할수록 좋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면 변비에 걸리는 수가 많은데, 비타민이나 무기질은 변비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유 2잔이면 필요한 영양소 충분
 또 이런 영양소가 많이 든 음식은 몸에 쉽게 흡수돼 위장에 대한 부담도 줄여준다. 비타민 · 무기질이 풍부한 식품은 야채 · 과일이다.

 반면 육류 따위 고지방 음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간혹 학부모가 시험 직전 수험생 자녀에게 육류를 강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지방 음식은 소화장애를 부를 수 있다.

 가장 신경을 덜 쓰고서도 무리 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비책은 따로 잇다. 하루에 우유 2잔 정도 마시면, 수험생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거뜬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남는 일은, 하루 세번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다.

 승교수는 “간식 횟수가 너무 많으면 식욕이 떨어져 끼니를 거르게 된다. 간식을 자주 하면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없게 딘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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