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수레바퀴 다시 굴리는 佛. 獨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안병찬 주필 ()
  • 승인 199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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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유럽군 사령부 탐방기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사이 좋게 합동 계획을 세워, 외국 언론인에게 내용이 매우 섬세한 실무 방문을 주선한 일은 처음이다. 이는 독일 통일 이후의 극적인 정세 변화를 알리려는 색다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두 나라 정부가 이번 합동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한 것은 유럽이라는 한 지붕 밑에서 특히 두 나라가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있고, 공통의 이해관계가 어떤 바탕에서 형성되어 작동하느냐 하는 부분이다. 그런 관계를 실제로 보여줄 최적지는 유럽군 사령부가 있는 스트라스부르이다. 스트라스부르는 독일과의 국경인 라인 강에서 서쪽 3㎞ 떨어져 있다. 이 도시는 유럽 전체의 교통요지이다. 이곳에 유럽군(EUROCORPS) 사령부가 세워진 것은 계산된 일이다.

 스트라스부르 공항에서 시내 중심가인 케-슈트룸가 7번지 사령부까지 안내한 운전병은 유럽군 사령부 신문홍보국 소속 독일 병사 슈에그라프였다. 사령부 소재지 거리 이름인 케-슈트룸부터 프랑스. 독일 합작품이다. 케(quai)는 방파제를 뜻하는 불어이고, 슈트룸(Sturm)은 폭풍우를 뜻한 독일어여서 알사스의 요지 스트라스부르를 둘러싸고 두 나라가 일진일퇴한 과거사를 보여준다. 유럽군 사령부 참모본부 신문홍보국장은 벨기에군 소속인 프랑수아 반 스틴란트 대령이다. 그는 유쾌하고 친절한 유럽공화국 참모장교이다. 영어. 불어. 독어를 자유자재로 왕래한다. 반 스틴란트 대령은 유럽군 편성과 특성을 과시하기 위해 다국적 장교들을 배치하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를 보좌하는 신문홍보국 부책임자는 독일군 소속 볼프강 페트 중령이고, 홍보요원은 프랑스 소속 아스피랑 슐랑 중위이다. 공군 대표연락관인 프랑스군 지고 대령, 스페인부대 파견 장교인 비엘 바리빌로 대위도 배석했다. 모두가 영어. 불어. 독일어를 쉽게쉽게 구사한다.

초대 사령관은 독일군 중장
 반 스핀란트 대령은 "유럽군이 94년 1월 편성을 끝내고 10월에 정식으로 작전 운영에 들어가면 총병력은 5만8백명에 이를 것이다. 스트라스부르 사령부의 참모부는 다국적 장교 3백50명으로 구성된다. 사령부에는 지원대대 병력 4백60명이 배치된다. 현재 작전 개시 준비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편성 내용을 소개했다.

 유럽군 사령관은 윤번제이다. 초대 사령관으로 독일군 소속 헬무트 빌만 중장이 임명된 것은 작년 10월1일. 한달 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세나라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사령부 개설식이 열렸다. 유럽군 참모본부는 금년 1월 근무를 시작했다. 제1사령관인 벨기에군 롤랑 피오지 소장은 94년 4월 취임했다. 스페인이 유럽군 합류를 발표한 것은 작년 10월12일이고, 룩셈부르크는 금년 6월에 합류 의사를 공표했다.

 유럽군 참모진은 다국적 육군 직업 장교로 구성되며, 공군 및 해군 파견 대표도 포함된다. 참모본부 직책의 수와 형태는 유럽군에 파견한 병력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할당된다. 주요 직책은 사령관, 제1부사령관, 참모장, 작전담당 부참모장, 지원담당 부참모장, 신문홍보국장이다. 이 직책은 유럽군 참가국이 돌아가며 맡는다. 단 사령관. 제1부사령관. 참모장은 각각 다른 국적이어야 한다. 이밖에 군수. 통신정보 시스템. 행정은 프랑스군이, 인사. 정보. 배치. 위생은 독일군이, 전투 지원. 대민 업무는 벨기에군이 맡는다.

 유럽군 창설의 태동은 87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콜 독일 총리가 공동안보방위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 합의에 따라 91년 10월부터 프랑스. 독일 혼성 여단이 편성되어 작전을 시작하였다.


"유럽군은 꿈의 군대이다"
 유럽군 창설이 공식 결정된 것은 92년 5월22일, 미테랑 대통령과 독일 콜 총리가 라로셀 정상회담을 열고서이다. 이 자리에서 두 나라 국방장관이 연명해 작성한 합동보고서가 채택되었고, 한달 뒤에는 유럽군 사령부 참모본부를 설립하기 위한 임시 참모진이 스트라스부르에 도착했다. 유럽군은 프랑스와 독일의 기선으로 유럽 중심지에 사령부 터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일부 서유럽 국가들이 군사적으로 결속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아직 살아 있는데 왜 유럽군을 따로 세우느냐 하는 반론을 제기했다. 그 결과 유럽군을 나토 범위 속에 한정시키는 사쾨르 협정(93년1월21일)이 프랑스 및 독일군 총참모장과 유럽주둔군 연합군 최고사령관 사이에 맺어졌다. 협정 요점은 나토의 세력을 약화시키지 않고, 나토 영향력 범위 안에서 유럽군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절충 내용에 있다. 동시에 새로운 유럽연합(EU)의 방위 임무에 54년에 결성된 서유럽연합(WEU)의 역할을 포함시키며, 대서양동맹체 안에서 유럽의 근간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매개체로서 서유럽연합의 역할을 인정한다는 합의 내용이 마스트리히트조약(92년6월)에서 확인되었다.

 나토 및 기성 유럽동맹체와의 관계가 이처럼 정리되자 프랑스와 독일에 의한 유럽군 편성이 벨기에의 관심을 끌었다. 벨기에군의 가담(93년6월)은 유럽군이 프랑스-독일 축을 넘어범유럽으로 지평을 넓히는 촉매가 되었다.

 브리핑을 계속하던 반 스틴란트 대령은, 유럽군의 출현에 각국의 반응이 다양했는데 특히 미국과 영국 쪽에서 비판론이 일었다고 말한다.

 "그쪽에서는 유럽군 편성이 속 빈 강정처럼 공허하다고 좋지 않은 소문을 냈다."이 대목에서 반 스틴란트 대령과 배석했던 각국 참모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유쾌하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이곳에 배치되어 온 우리 5개국 장교들은 이 직업을 가장 좋은 직업으로 여기고 있다. 유럽군은 꿈의 군대(밀리터리 드림 팀)이다." 그는 덧붙여 "우리는 역사를 쓰고 있다"는 말로 유럽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랑스의 으뜸가는 관심사는 유럽이다. 동시에 해외 영토를 열네 군데 가진 프랑스는 지구적 차원의 전략에도 집착한다,

 유럽 방위와 안보 문제에서는 '힘의 상호 의존 관계'로 파악하고 장차 '유럽 방위 백서'를 만드는 단계로 나갈 것으로 지향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개별적 국가 이해는 이질적이어서 상충하는 부분도 많다. 프랑스 국방부 군비 담당 기술고문인 미셀 마젱은, 프랑스는 유럽 자체에 의한 순수방위체제를 원하고 있으나, 독일은 나토와 연계하는 공동 군사조직을 선호한다고 비교한다. 해외 파병에 적극적이며, 아프리카 지역에 높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프랑스 안보정책의 특징으로, 프랑스 여론이 해외 문제에 개입하는 데 찬성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94년 국방백서로 본 불. 독의 방위전략
 민간 기관인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선임연구원 크리스토프 카를르 박사는 프랑스 방위정책은 높은 수준의 방위 능력을 유지하는 데 있으며, 방위 분야에서 미국의 하도급자로 전락할까 경계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외무부 중남유럽과 롤랑툴루즈 차장은, 프랑스와 독일은 거듭된 전쟁으로 인한 자기 파괴 경험이 있으므로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고 통합 유럽을 건설하는 데 동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툴루즈 차장은 두 나라가 이끄는 협동 구상이 2년 안에 충분한 해답을 얻지 못하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보았다.

 프랑스는 72년 첫 국방백서를 냈는데, 그후 22년 만인 올해에 두 번째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이 백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 바르샤바조약 와해로 일어난 세계 정세 변동을 '돌연변이적'이라고 해석하면서, 특히 프랑스 방위전략으로 만약의 외부 위협에 가장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핵억지력 배치"를 재확인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의 진행에 발맞추어 유럽공동방위의 틀을 공고히 하려 한다. 더구나 자기 방위를 남에게 의존할 수 없으며, 새로운 유럽 설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한다.

 독일의 금년도 국방백서는 전체적인 안보 상황은 크게 개선되었다고 인식한 데서 출발한다. 독일은 방위 문제에서 특히 통일 군대의 형성이라는 독특한 시련을 겪었다. 사회주의체제의 군사 조직인 동독 국가인민군(NPA)을 흡수하여 재편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은 독일의 특수한 경험이다. 안보정책에서 독일은 유엔 헌장에 따른 국제 평화와 안전보장을 유난히 강조한다. 특히 인권, 자결권, 영토 존중, 무력 포기 등에 합의한 유럽안보협력회의(ESCE)와 나토, 서유럽연합, 유럽연합의 연계에 집착을 보인다.

 통일 달성과 함께 보 상황 개선을 즐기는 독일은 옛 동독 지역을 기지로 삼아 동유럽 및 러시아와의 선린 교류에도 꽤 신경을 쓴다. 이처럼 두 나라는 각각의 방위 구상도 가지고 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安炳璨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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