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겨울여행
  • 변산 · 남해 · 박성준 기자 / 사진 김봉규 기자 ()
  • 승인 1992.01.2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산반도/기암절벽 · 낙조 남해도/금산 해돋이 장관 고적한 가족 휴식처

 새해를 맞는 산뜻한 기분도 잠깐, 한해가 시작되는 1월도 바쁜 일상에 쫓겨야 하는 도시인에겐 여전히 벅차고 고달픈 달이다. 하루 이틀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만한 곳이 없을까. 피서객들로 북적거리는 한여름의 바닷가와는 달리 사람의 발길이 뜸해 쓸쓸함마저 느끼게 하는 겨울바닷가는 매력적인 휴식처가 되어줄 것이다. 포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인다. 가족과 함께 육지가 끝나는 곳, 겨울바다로 나가보자.

거울처럼 빛나는 변산 곰소염전
 전남 부안군에 자리 잡은 변산반도는 지난 88년 전남 영암의 월출산과 함께 국내에선 가장 뒤늦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인데 ‘대한8경’으로 손꼽힐 정도로 경치가 좋은 바닷가이다. 육지와 바다를 모두 합쳐 총면적이 1백57㎢에 이르는 변산반도 국립공원 해변에는 채석강 적벽강 등 기암절벽과 변산 격포해수욕장이 있다. 내륙 쪽으로는 쌍선봉 옥녀봉 등의 산과 내소사 개암사 등의 사찰, 그리고 직소폭포가 유명하다. 또한 점차 사라져가는 염전을 포함해 간척지 갯벌 김 양식장 등이 있어 서해안 어촌 특유의 경관을 자랑한다.

 변산반도의 남쪽 관문인 정주를 출발해서 금소포구 쪽으로 향해 달리다보면 국도를 가운데 두고 한족은 갯벌, 다른 한족은 염전이 있는 곳에 이른다. 네모꼴의 반듯반듯한 소금밭이 끝없이 펼쳐진 곰소염전의 주위에는 흑염소들이 평화롭게 잡풀을 뜯고 있다. 소금을 만드는 일은 매년 3월부터 가을 까지 서해안의 뜨거운 햇볕을 받아 만들어진다. 바닷물로 채워진 염전바닥은 거울처럼 맑게 빛난다. 소금을 수확할 때 염전바닥의 흙이 섞이지 않도록 타일이나 비닐을 깔기 때문이다. 염전을 따라 약 10m 간격으로 이가와 소금창고가 번갈아가며 길게 늘어서 있다.

 곰소포구를 지나 내륙 쪽으로 꺾이면 백제 무왕 때 세웠다는 내소사가 나타난다. 입구의 7백년 된 느티나무가 이 절의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입구를 지나 내소사에 이르는 1백여m의 소로에는 전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은은한 전나무 향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산책을 할 수 있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경내엔 풍경소리와 독경소리가 끊이지 않아 한겨울산사의 정취를 더해준다. 입구에 민박집이 있어 채석강을 둘러본 뒤 귀가하는 길에 하룻밤을 묵을 수도 있다.

 변산반도의 서쪽 끝, 푸른 물결이 절벽에 부딪치는 채석강은 적벽강과 더불어 변산반도의 2대 명소로 꼽힌다. 한여름에는 물론 겨울에도 관광객과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격포해수욕장을 감싸안고 있는 채석강은 오랜 세월 바닷물에 씻겨 이뤄진 절벽으로 생김새가 마치 만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 기기묘묘하다. 해질 무렵 채석강의 절벽과 서해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광경은 변산반도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장관으로 손꼽힌다. 채석강을 둘러본 뒤 돌아오는 길에 伯坡 洪性裕씨가 소개한 초막횟집에 들러 백합회의 별미를 맛볼 수도 있다. 초막횟집은 변산반도의 북쪽해안가에 있다.

 변산반도를 여행하려면 일단 관문 격이라 할 수 있는 부안 읍을 거쳐야 한다. 이리 전주 등 인근 도시에서 부안 읍으로 가는 직행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채석강을 들어가려면 여기서 다시 시외버스와 직행버스를 이용한다. 기차를 이용한 사람은 김제 역(호남선)에서 내린다.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서울 발 정주 행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민박집과 여관이 많아 잠잘 곳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경남 남해군의 남해도 바닷가는 인근의 거제도 · 삼천포 · 충무 앞바다와 더불어 이미 지난 6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일찍부터 여행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겨울철(12~2월)

평균기온이 3~5℃일 정도로 따뜻해 겨울 휴양지로 안성맞춤이다. 남해 도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사장교인 남해대교로 유명하다. 남해도 한 가운데는 높이 약 7백m에 이르는 금산이 높이 솟아 있어 산에 올라 남해의 쪽빛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남해 올 땐 낚시도구 꼭 챙길 것”
  “금산의 해돋이는 전국에서 알아줍니다.” 보리암 입구 통나무산장의 주인 趙順子씨의 말처럼 남해 해돋이를 보려면 금산에 올라야 한다. 정상에 오르면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는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까지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가 나 있어 차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다. 도로 주변은 상수리나무 단풍나무 전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금산 정상의 작은 암자 보리암에 3층 석탑과 용이 살았다는 용굴, 높이 10m 정도의 미륵불이 있다.

 보리암은 주변경관이 배어날 뿐 아니라 전국에서 손꼽히는 탑돌이 사찰로 유명하다.

 금산을 돌아 나와 해안으로 나가면 상주해수욕장에 이른다. 흰 모래밭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선착장이 마련돼 있다. 잠수부들이 이용하는 머구리배와 5톤짜리 연안어선이 정박해 있는 선창가에서는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다. 잘 잡히는 어종은 볼락 감성돔 흑돔 등이다. 낚시를 즐기고 있던 金鍾鎬씨(경기도 부천)는 “잠깐만 앉아 있어도 뼘치 정도의 도다리는 수월하게 잡힌다.”면서 “이곳에 올 땐 꼭 낚시도구를 챙기라”고 말한다.

 마늘밭, 함석지붕을 인 돌담집 등은 남해도 특유의 어촌정취를 물씬 풍긴다. 남해를 여행하려면 일단 남해 읍을 거쳐야한다. 진주 마산 부산 광주 순천 쪽에서 남해 읍을 향해 출발하는 고속버스가 있다.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경남 하동에서 내려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에서 밤11시40분 기차로 출발하면 이튿날 아침 7시20분에 하동에 도착하므로 하루 종일 겨울바다를 즐기고 그 날 중으로 상행선을 탈 수 있다. 남해도 여행의 중심지상주해수욕장엔 50가구 정도가 민박 영업을 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