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만 남은 종합토지세
  • 김태동 (성균관대교수·경제학) ()
  • 승인 199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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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지세가 드디어 부과, 징수되고 있다.  납기는 10월말까지이며 서울과 일부 수해지역은 한달 연기되었다.  전국적으로 땅값이 폭등하던 작년 봄 땅값 상승을 억제해보자는 취지에서 지방세법을 개정해서 제도화한 것이 종합토지세제이다.  최근 부동산투기로 물의를 빚었던 ㅁ산부인과 의사나 ㅅ의대교수 부부의 경우처럼 전국 곳곳에 땅을 사놓고 땅값 오르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의 보유 토지를 합산하여 응분의 과세를 한다는 것이 종합토지세제의 골지이다.

그러나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 제도는 한번 시행도 해보기 전에 세번이나 대폭 약화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우선 작년 국회를 통과한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의 정부원안에는 양도소득세든 재산세든 토지에 관련된 모든 세금은 공시지가를 과세표준으로 한다는 규정이 들어있었으나, 국회심의과정에서 건설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주도로 이 규정이 삭제된 바 있다.  행정부내의 반 투기세력이 국회내의 투기세력에게 패배한 셈이다.

또 지난해 가을에는 경제기획원과 내무부가 다툰 끝에 내무부가 자기주장을 관철한 일이 있었다.  지가공시법이 알맹이가 빠진 상태에서 통과되고 땅값은 전국적으로 계속 급등세를 보이자 기획원은 과표 현실화계획을 5년에서 3년으로 앞당기려 하였다.  원래 93년까지 재산세 과표를 시가의 60%선으로 높이려던 계획을 91년까지로 단축하자는 제안이었는데 이것이 조세저항방지를 내세우는 내무부 재무부 등의 반대로 좌절되었던 것이다.  땅부자들은 국회뿐만 아니라 행정부 안에도 이렇게 자기들 이익을 대변하는 공무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크게 안도하였을 것이다.

 

누가 종합토지세에 저항하는가”

지난 연말연초를 기하여 업무용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들의 불만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소리가 거대여당이 된 민자당 일각에서 나오더니 드디어 3월의 임시국회에서 업무용토지에 대한 세부담을 대폭 경감시키는 종합토지세제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최고세율을 5%에서 2%로 낮추고, 최고세율 해당토지를 과표 3백억원 초과에서 5백억원 초과로 올리는 등 이중으로 혜택을 베풀었다.  각종 명목으로 땅투기를 하고 있는 불로자본가들은 집권당 안에도 자기들 뒤를 봐주는 집단이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이쪽에서 저쪽에서 음으로 양으로 토지과다보유를 부추기는 조치를 취하니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땅값은 올해에도 계속 뛰어오르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땅부자들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이번에 부과된 종합토지세가 너무 무겁다고 아우성이다.  대부분의 일간지에서는 한해에 갑자기 세금을 두배나 올릴 수 있느냐면서 조세저항이 우려된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누가 종합토지세제에 대하여 저항한단 말인가.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국민생활의 터전이요, 생산의 기반인 토지를 개인재산의 증식수단으로 삼고 있는 소수의 땅부자들뿐일 것이다.  경제활동인구의 3%에 불과한 54만명이 전국 민유지의 65%를 독차지하고 있고 기업과 종교재단 등 법인의 경우도 불과 4백여명이 법인소유 전체토지의 67%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민 중 땅을 한평도 못 가진 가구가 72%나 되며, 전국적으로 무주택자는 5백50만 가구나 된다.  이들은 땅값이 너무 비싸 고통을 겪고 있으므로 종합토지세를 더욱 올리기를 바라고 있다.

 

많기는커녕 너무 적게 거두어 문제

종합토지세 대상자 중에서도 연간 10만원 미만을 내는 사람의 비중이 96.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종합토지세는 너무 많이 거두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적게 거두는 것이 문제이다.  강남의 어느 단독주택의 경우 1백6평의 대지에 시가가 6억5천만원인데 종합토지세는 17만 3천원으로 실효세율은 0.03%에 불과하다고 한다.  1백만원짜리도 못되는 중고자동차에는 연간 20만원 이사의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정부가 땅에 대하여는 아직도 한없이 너그럽기만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땅값은 지난 6월 현재 1천4백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거니와 이번에 거둘 종합토지세 4천4백79억원과 비교하면 평균 실효세율은 0.03%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토지분 재산세의 부담이 낮은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이 창조적인 기업가나 부지런한 근로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놀고먹는 투기자본가를 위해서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의 반증이라 하겠다.  미국은 州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실효세율이 평균1%는 넘으므로 우리나라의 땅부자들은 미국에서보다 30배 이상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종합토지세의 취지는 땅값안정을 통해 물가안정을 얻자는 것이다.  종합토지세 때문에 물가불안이 우려된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투기꾼을 비호하는 억지논리에 불과하다.  종합토지세는 현행수준으로는 오히려 미흡하므로 지난 봄 합당정국에서 개정되기 이전의 내용으로 원상회복되어야 한다. 과표현실화는 조속히 실현되어야 하고 개인별합산은 전산자료를 이용한 가구별 합산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종합토지세의 개인별 순위에서 부인이 1등이고, 남편이 11등인 결과가 나오는 코미디행정은 언제 청산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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