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대로 뒷걸음치는 세제개편
  • 박 (숭실대 교수 경제학) ()
  • 승인 1990.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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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역사적인’제2단계 세제개편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단행될 모양이다. 우리나라 현행 세제의 골격은 유신시대에 형성되었다. 유신정권은 경제개발을 지원한다는 명분하에 가진 자들을 위한 특혜성 세제개현을 거의 매년 단행하였다. 비과세· 감면제도의 확대를 골자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한 직접세 세수의 상대적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납세자들이 소비과정에서 내는 줄도 모르고 납부하는 간접세를 강화하여 서민대중에게 조세부담을 집중시켜왔다. 더욱이 이와 같은 逆進的 대중과세를 통해 조달된 재정수입은 우선 대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개발비에 집중적으로 투입되었고, 일반 국민을 위한 생활기반 시설의 확충이나 사회보장을 위한 지출에는 매우 인색하게 사용되었다. 그 결과 경제정책의 공정성과 부의 정당성이 의심받게 되었고 불신풍조가 사회 전반에 만연되었다.

  6공화국 정부는 특혜와 불공정으로 점철된 과거의 그릇된 조세정책을 겸허하게 반성하고 유신시대에 형성된 개발지원 세재를 청산하고 선진국형 복지재정 세재를 청산하고 선진국형 복지재정 세재로 개편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출범하였다. 선진국들처럼 국가가‘홍길동’역할을 담당함으로써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였다. 이를 위해 토지공개념제도를 도입하고 금융실명제를 실시, 이제까지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하여왔던 금융소득에 종합과세를 하며,불로· 음성소득자의 생활비를 역산하여 세금을 매기는 推計과세제도를 도입할 것을 작년8월 천명한 바 있다.

 

6공의 조세정책은 속임수이다

  그러나 금년초 보수대연합을 표방한 3당합당을 전환점으로 하여 조세정책 기조가 1백80도 방향전환을 하여 유신시대의 그것으로 뒷걸음 쳐왔다.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불과1년 전 정부가 약속한 것들 중 그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 포함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표면적으로는 여전히‘소득 종류간 세부담의 형평성 제고’를 첫째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사실상 이번 세제개편안의 주안점은 명목상으로 방위세를 폐지하면서 교육세로 이름만 바꿔 계속 징수하려는 데 있다. 한마디로 말해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은 ‘속임수’이다. 지난3년 동안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6공화국의  “유신잔재 청산을 통한 공정한 세제로의 개현” 공약은 결국 속임수 세제개편으로 끝날 공산이 커보인다. 속임수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상정해놓은 조세정책 당국자들은 정기국회가 1백일 회기 중 이미 60일을 허송세월로 보내버린 데 대해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올바른 세제개편 방안은 무엇인가.

  무엇도다도 이번 세제개편의 최대의 과제는 땅투기 조절을 위한 토지세제의 개편이다. 우리나라에 주기적으로 도래하는 땅투기 바람은 생산활동과는 상관없이 소득 및 부의 분배를 악화시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최대의 원이이며 순조로운 경제발전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볼때, 유별나게 우리나라에만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것은 불로소득을 우대하는 그릇된 조세제도에 기인하는 바 크다. 순조로운 경제발전과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를 보장하려면 땅투기로 벌어들인 불로소득에는 무거운 세금을 매기고 노동자나 기업이 생산적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들은 우대하는 방향으로 조세제도를 개편하여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진 후에야 재정을 통한 소득 재분배도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땅투기 막으려면 토지세제 개편부터

  지난해 정부가 근원적인 부통산투기 억제정책이라고 선전하며 입법한‘토지공개념제도’의 허구성은 땅투기 바람이 금년초에 다시 전국을 휩쓸면서 여지없이 폭로되고 말았다. 토지공개념 관련 3개법이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적용대상이 국토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식하면 오히려 당연한 귀결이었다. 금년의 4 · 13조치나 5 · 8조치 역시 그 효과가 일회적일 수밖에 없는 행정적 규제조치였다는 점을 주의하여야 한다.

  요즈음 부동산투기가 다소 수그러진 것처럼 보이나, 내년에 팽창예산을 편성하여 대규모의 공공개발투자가 실시되거나 기업의 자금난을 이유로 통화공급을 늘릴 경우 재연될 위험성이 있다, 그러므로 땅으로부터 얻은 불로소득의 80%가량을 환수하여 토지가 자산증식 수단으로 악용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토지세제의 정비가 시급하다. 첫째 종합토지세의 시가기준 평균실효세율이 1%가 되도록 과표를 공시지가 기준으로 현실화하고 세율을 인상조정하여야 한다. 금년도 종합토지세의 실효세율은 0.04%로서 미국의25분의 1에 불과하다. 다만 국민의 95%에 대해서는 최저세율인0.2%가 적용되도록 최저세율 계층을 현행 5백만원 이하에서 3억원이하고 상향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토지를 자산재평가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법인의 경우에도 토지양도 차익에 대해서는 개인의 경우처럼 40~60% 세율로 분리과세함으로써 재벌들의 땅투기를 막아야 한다. 대신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해 생산적인 기업활동은 우대하여야 한다. 또한 금융자산소득에 대한 과세정상화를 기하고 상속세를 강화하여 빈부의 대물림 경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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